민주당 경선 판가름 ‘호남혈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31 14: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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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변 예감?…‘텃밭’ 전라도서 판세 뒤집힐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전반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문재인 대세론’은 아직 뻔한 상수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문재인 대세론은 역대 민주당 경선 역사에 변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패배의 원흉이라던 대세론이 어쩐 일인지 꺼질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대로 라면 문재인 후보는 전반전의 완주코스나 다름없는 전북을 휩쓸고 무난히 후반전을 통과할 기세다. 하지만 혹시 모를 대이변에 민주당 주자들은 사활을 걸고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충북에서 4번째 경선 뚜껑이 열렸다. 문 후보는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북경선에서 3만123명의 선거인단 중 1만7637명이 투표에 참석한 가운데 8131표를 얻어 46.1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 후보는 충북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독주를 이어갔지만, 처음으로 과반에 실패했다.

손학규 후보가 40.30%(8132표)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달성했고 그 뒤를 김두관 후보가 10.95%(1931표)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충북 경선이 끝난 현재 누적 득표율 52.29%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사수하고 있으며 그 뒤로 손 후보가 27.55%로 추격하고 있다.

4연승 기록 달성
1위 달리지만 ‘찝찝’

문재인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박빙이 예상됐던 울산 경선은 20%p 차로 문 후보가 1위를 기록하며 비교적 싱겁게 끝나 민주당 경선 흥행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제주에서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시원하게 닻을 달았던 문 후보는 울산에서 52.07%를 득표하며 2연승으로 대세론을 확인시켰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문 후보의 득표율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대세론을 공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초반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김 후보로서는 김빠진 결과나 다름없다. 울산에서 누적집계 2위로 손 후보를 따돌렸지만 강원도에서 손 후보에게 30%p 뒤쳐지며 다시 3위로 내려앉아 울산의 득표율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 경선을 마치고 누적득표율 21.27%의 손 후보를 18.65%로 따라잡아 간격을 좁혀 김 후보가 추후 동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있었다.

강원도에서는 당초 손학규 후보의 선전이 점쳐졌다. 손 후보는 45.85%의 득표율을 보인 문 후보를 8.22%p 차로 바짝 추격하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강원도는 손 후보에게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문 후보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손 후보는 매체를 통해 “강원도 지역에 그렇게 자신만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지만 선전했다고 생각한다"며 "누적 순위에서 2위가 돼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충북에서 확실히 승리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동성 사라져 흥행참패 위기에 놓인 민주당
손학규, 충북에서 문재인의 과반 행진 저지

이전부터 충북은 손 후보의 텃밭으로 분류돼 문제인 대세론을 따라잡을 손 후보의 대역전 드라마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홍재형 전 국회의장이 충북도당의 위원장으로 손 후보의 선대 위원장이고, 청주 3선의 오제세 의원도 손 후보를 돕고 있어 이들이 문 후보를 따라잡는데 손 후보의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또한 올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에서 충북 지역에 연고가 없는 김한길 최고위원이 충청 출신인 이해찬 당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이 손 후보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전해지면서 손 후보의 지지세가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대로 손 후보는 40.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의 과반 행보를 저지했다.

충북 경선은 9월1일에 있을 전북 경선을 앞두고 초반 4연전을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손 후보의 문 후보 과반 저지는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 후보 측은 4연승으로 최고의 분위기를 만든 후 맘 편히 전북으로 향해야 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반면, 손 후보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할 활로를 개척하게 됐다.


하지만 전북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선거인단의 저조한 투표참여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각 후보의 전북전략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전북의 선거인단이 이미 끝난 제주·울산·강원·충북을 합한 9만2552보다 많다는 점을 보더라도 전북은 민주당 주자들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표밭이다. 하지만 그동안 모바일 투표 오류에 대한 민주당의 공신력 하락으로 경선 참여 투표율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우려가 경선이 호남에 이르기 전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호남 놓고 사생결단
"놓치면 끝장난다"

실제로 경선 과정 내내 모바일 투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다 문 후보 측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민주당 경선은 진통을 겪었다. 울산은 모바일 투표 부정선거 의혹으로 손·김·정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아 파행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 선출 과정에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모바일투표를 ‘선거혁명’이라고 선전해 국민과 정치권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해찬 대표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민주주의에 가장 근접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정치혁신”이라고 극찬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불신을 가중시켰다.

또한 모바일 투표가 새로운 형태의 동원선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동원력이 강한 친노 세력의 조직표가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4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문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가시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투표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도부의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문 후보는 과반을 확보해도 찝찝한 1위를 기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가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문 세력을 상대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북 투표율이 저조하면 문 후보의 굳히기와 비문의 뒤집기가 모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흥행과 선거인단의 대거 참여는 이들 모두에게 중요한 상수이자 절실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9일 충북 경선을 앞두고 손·김·정 세 후보는 모두 전북을 방문했다. 이들은 태풍피해 현장을 찾는 등 전북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 경선주자들이 전북 경선에 총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북이 호남의 첫 경선지역이라는 상징성과 민주당의 경선 당락을 결정할 규모의 선거인단 때문이다. 전북의 선거인단만 무려 10만 명이다. 이 때문에 비문 주자들은 전북에서 판세를 뒤집을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북을 놓치면 인천과 경남에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반전이 계기가 거의 사라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손 후보는 호남 경선을 분수령으로 보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특히 문 후보의 득표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린다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우고 전략적 선택을 하는 호남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손 후보 측은 ‘49대 51’의 싸움으로 승산을 보겠다는 복안이다. 문 후보가 ‘마의 50%’에서 1%만 잃어도 문 대 비문 대결인 결선투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충북 경선에서 문 후보의 50% 지지율이 처음으로 무너지면서 손 후보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손 후보가 이대로 전북 경선 무대에 올라 결선투표 여부에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비문 진영 내부에는 밴드왜건 효과(다수의 분위기에 편승하는 심리)가, 중립지대에는 언더독(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상)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선두 사수’ 문재인…‘역전 발판’ 손·김·정
호남 선거인단 ‘24만명’ 표심잡기 총력전

현재까지 1위 문 후보와 2위 손 후보의 차이는 1만3220표다. 전북에서 조금 더 손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뒤집기도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 정치권의 이야기다.

강원도 경선에서 3위로 밀려났지만 2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김 후보도 전북 경선이 2라운드의 시작이라고 보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김관영, 유성엽 의원 등의 조직 세로 힘을 모아 1·2위 후보와의 격차를 최대한 좁힌다는 셈법이다.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북에서 4선 의원이라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자신이 유일한 호남 주자인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다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비문 진영의 세 후보의 캠프는 만약 호남의 첫 경선지역인 전북에서마저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는 ‘사실상 끝’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인단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 견제에 성공할 경우 막판 뒤집기로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북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30∼40%대로 떨어진다면 경선이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비문 진영 주자들이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해 표심을 공략하는 반면 문 후보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충북 토론회와 연설회 준비로 하루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충북에서 과반 사수를 실패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문 후보가 손 후보의 추격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후보도 호남 민심에 맘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과 호남 홀대론으로 마음이 상해 있는 호남 유권자들을 달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듯 매체를 통해 "타 지역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표심이 호남에서도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후보는 전북 지역에서 31.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해 28.4%에 그친 문 후보를 앞서 문 후보 측은 전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분위기다. 반면 선거인단 ‘14만 명’인 광주·전남에선 문 후보가 손 후보를 앞섰다. 광주에선 ‘문재인 50.9% VS 손학규 27.3%’, 전남에선 ‘문재인 45.3% VS 손학규 20.6%’의 지지율이 나타났다. 

전북, 대세론의 고비
전략적 선택이 관건

종합해보면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9월1일 뚜껑이 열리는 전북의 표심이다. 현재 전북 판세는 문 후보가 우위에 있지만 손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하나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결선투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경우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어디로 쏠리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남 선거인단 규모만 ‘24만여 명’이다. 호남의 결과가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호남 표심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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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