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판가름 ‘호남혈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31 14: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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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변 예감?…‘텃밭’ 전라도서 판세 뒤집힐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전반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문재인 대세론’은 아직 뻔한 상수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문재인 대세론은 역대 민주당 경선 역사에 변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패배의 원흉이라던 대세론이 어쩐 일인지 꺼질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대로 라면 문재인 후보는 전반전의 완주코스나 다름없는 전북을 휩쓸고 무난히 후반전을 통과할 기세다. 하지만 혹시 모를 대이변에 민주당 주자들은 사활을 걸고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충북에서 4번째 경선 뚜껑이 열렸다. 문 후보는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북경선에서 3만123명의 선거인단 중 1만7637명이 투표에 참석한 가운데 8131표를 얻어 46.1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 후보는 충북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독주를 이어갔지만, 처음으로 과반에 실패했다.

손학규 후보가 40.30%(8132표)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달성했고 그 뒤를 김두관 후보가 10.95%(1931표)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충북 경선이 끝난 현재 누적 득표율 52.29%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사수하고 있으며 그 뒤로 손 후보가 27.55%로 추격하고 있다.

4연승 기록 달성
1위 달리지만 ‘찝찝’

문재인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박빙이 예상됐던 울산 경선은 20%p 차로 문 후보가 1위를 기록하며 비교적 싱겁게 끝나 민주당 경선 흥행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제주에서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시원하게 닻을 달았던 문 후보는 울산에서 52.07%를 득표하며 2연승으로 대세론을 확인시켰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문 후보의 득표율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대세론을 공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초반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김 후보로서는 김빠진 결과나 다름없다. 울산에서 누적집계 2위로 손 후보를 따돌렸지만 강원도에서 손 후보에게 30%p 뒤쳐지며 다시 3위로 내려앉아 울산의 득표율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 경선을 마치고 누적득표율 21.27%의 손 후보를 18.65%로 따라잡아 간격을 좁혀 김 후보가 추후 동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있었다.

강원도에서는 당초 손학규 후보의 선전이 점쳐졌다. 손 후보는 45.85%의 득표율을 보인 문 후보를 8.22%p 차로 바짝 추격하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강원도는 손 후보에게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문 후보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손 후보는 매체를 통해 “강원도 지역에 그렇게 자신만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지만 선전했다고 생각한다"며 "누적 순위에서 2위가 돼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충북에서 확실히 승리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동성 사라져 흥행참패 위기에 놓인 민주당
손학규, 충북에서 문재인의 과반 행진 저지

이전부터 충북은 손 후보의 텃밭으로 분류돼 문제인 대세론을 따라잡을 손 후보의 대역전 드라마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홍재형 전 국회의장이 충북도당의 위원장으로 손 후보의 선대 위원장이고, 청주 3선의 오제세 의원도 손 후보를 돕고 있어 이들이 문 후보를 따라잡는데 손 후보의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또한 올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에서 충북 지역에 연고가 없는 김한길 최고위원이 충청 출신인 이해찬 당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이 손 후보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전해지면서 손 후보의 지지세가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대로 손 후보는 40.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의 과반 행보를 저지했다.

충북 경선은 9월1일에 있을 전북 경선을 앞두고 초반 4연전을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손 후보의 문 후보 과반 저지는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 후보 측은 4연승으로 최고의 분위기를 만든 후 맘 편히 전북으로 향해야 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반면, 손 후보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할 활로를 개척하게 됐다.


하지만 전북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선거인단의 저조한 투표참여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각 후보의 전북전략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전북의 선거인단이 이미 끝난 제주·울산·강원·충북을 합한 9만2552보다 많다는 점을 보더라도 전북은 민주당 주자들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표밭이다. 하지만 그동안 모바일 투표 오류에 대한 민주당의 공신력 하락으로 경선 참여 투표율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우려가 경선이 호남에 이르기 전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호남 놓고 사생결단
"놓치면 끝장난다"

실제로 경선 과정 내내 모바일 투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다 문 후보 측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민주당 경선은 진통을 겪었다. 울산은 모바일 투표 부정선거 의혹으로 손·김·정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아 파행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 선출 과정에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모바일투표를 ‘선거혁명’이라고 선전해 국민과 정치권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해찬 대표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민주주의에 가장 근접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정치혁신”이라고 극찬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불신을 가중시켰다.

또한 모바일 투표가 새로운 형태의 동원선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동원력이 강한 친노 세력의 조직표가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4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문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가시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투표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도부의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문 후보는 과반을 확보해도 찝찝한 1위를 기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가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문 세력을 상대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북 투표율이 저조하면 문 후보의 굳히기와 비문의 뒤집기가 모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흥행과 선거인단의 대거 참여는 이들 모두에게 중요한 상수이자 절실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9일 충북 경선을 앞두고 손·김·정 세 후보는 모두 전북을 방문했다. 이들은 태풍피해 현장을 찾는 등 전북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 경선주자들이 전북 경선에 총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북이 호남의 첫 경선지역이라는 상징성과 민주당의 경선 당락을 결정할 규모의 선거인단 때문이다. 전북의 선거인단만 무려 10만 명이다. 이 때문에 비문 주자들은 전북에서 판세를 뒤집을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북을 놓치면 인천과 경남에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반전이 계기가 거의 사라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손 후보는 호남 경선을 분수령으로 보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특히 문 후보의 득표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린다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우고 전략적 선택을 하는 호남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손 후보 측은 ‘49대 51’의 싸움으로 승산을 보겠다는 복안이다. 문 후보가 ‘마의 50%’에서 1%만 잃어도 문 대 비문 대결인 결선투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충북 경선에서 문 후보의 50% 지지율이 처음으로 무너지면서 손 후보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손 후보가 이대로 전북 경선 무대에 올라 결선투표 여부에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비문 진영 내부에는 밴드왜건 효과(다수의 분위기에 편승하는 심리)가, 중립지대에는 언더독(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상)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선두 사수’ 문재인…‘역전 발판’ 손·김·정
호남 선거인단 ‘24만명’ 표심잡기 총력전

현재까지 1위 문 후보와 2위 손 후보의 차이는 1만3220표다. 전북에서 조금 더 손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뒤집기도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 정치권의 이야기다.

강원도 경선에서 3위로 밀려났지만 2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김 후보도 전북 경선이 2라운드의 시작이라고 보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김관영, 유성엽 의원 등의 조직 세로 힘을 모아 1·2위 후보와의 격차를 최대한 좁힌다는 셈법이다.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북에서 4선 의원이라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자신이 유일한 호남 주자인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다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비문 진영의 세 후보의 캠프는 만약 호남의 첫 경선지역인 전북에서마저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는 ‘사실상 끝’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인단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 견제에 성공할 경우 막판 뒤집기로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북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30∼40%대로 떨어진다면 경선이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비문 진영 주자들이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해 표심을 공략하는 반면 문 후보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충북 토론회와 연설회 준비로 하루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충북에서 과반 사수를 실패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문 후보가 손 후보의 추격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후보도 호남 민심에 맘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과 호남 홀대론으로 마음이 상해 있는 호남 유권자들을 달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듯 매체를 통해 "타 지역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표심이 호남에서도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후보는 전북 지역에서 31.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해 28.4%에 그친 문 후보를 앞서 문 후보 측은 전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분위기다. 반면 선거인단 ‘14만 명’인 광주·전남에선 문 후보가 손 후보를 앞섰다. 광주에선 ‘문재인 50.9% VS 손학규 27.3%’, 전남에선 ‘문재인 45.3% VS 손학규 20.6%’의 지지율이 나타났다. 

전북, 대세론의 고비
전략적 선택이 관건

종합해보면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9월1일 뚜껑이 열리는 전북의 표심이다. 현재 전북 판세는 문 후보가 우위에 있지만 손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하나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결선투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경우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어디로 쏠리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남 선거인단 규모만 ‘24만여 명’이다. 호남의 결과가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호남 표심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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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