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빛바랜 정의당에도 봄이 올까. 다른 곳도 아니었다.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들로 당의 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런 정의당이 재기를 꿈꾼다. 환부를 도려내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다.
정의당이 혁신을 앞두고 있다. 대전환을 언급한 신임 당 대표의 다짐을 헤아려보면 그렇다. 이전까지 정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였다. 보통 정당에서 비대위를 꾸리는 까닭은 선거에서 크게 지거나, 대형 사건·사고들이 터졌을 경우다.
상처투성이
정의당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올해 초부터 당은 크게 흔들렸다.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10월 당 대표에 취임한 그는 ‘뉴 정의당’을 외쳤다. 그러면서 노회찬과 심상정을 뛰어넘는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퇴출됐다.
김 전 대표는 동료 의원을 성추행했다. 정의당은 김 전 의원을 제명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다만 후폭풍은 불가피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그래도 정의당은 다르겠지’라는 일말의 기대와 희망이 무너져서다. 특히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기치로 내건 정의당이었다. 여느 때보다 뼈아픈 순간이었다.
정의당은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다. 애초 지도부 총사퇴가 언급됐다. 하지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정의당은 현 지도부를 유지하면서 비상기구를 설치하는 방향을 택했다.
비대위는 사태 수습과 해결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수행비서 면직 논란과 맞닥뜨렸다.
정의당은 다시금 정체성에 상처를 남겼다. 노동 존중이라는 기치에 상흔이 자리 잡은 만큼 당시 비대위는 류 의원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다. 연이은 당내 논란으로 타격은 불가피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전직 당 대표 성추행 사건에 ‘휘청’
소속 의원 비서 면직 논란에 ‘비틀’
정의당은 4·7 재보선에 출마할 서울·부산시장 후보들을 거둬들였다. 명분이 없다는 이유였다. 정의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 ‘위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게다가 전직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까지 발생한 상황이었다. 정의당으로서는 서울 등 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기 어려웠다.
당시 강은미 비대위원장은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 비위로 인한 선거”라며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정의당은 출마할 명분과 자격을 잃었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 이슈를 4·7 재보선이 흡수하고 있는 가운데, 정의당은 재기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시도하고 있다.
우선 신임 당 대표를 뽑았다. 주인공은 정의당 여영국 전 의원. 여 전 의원은 단독으로 입후보해 지난 23일부터 정의당을 이끌게 됐다. 그는 찬반 투표에서는 92.8%의 찬성표를 얻어 사실상 추대 형식으로 대표직에 올랐다.
여 전 의원은 노선 대전환과 새로운 비전을 언급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익동맹에 맞서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정의당이 재정비에 나서면서 얼마나 일어설 수 있을지에 눈길이 간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정의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19일 진행해 지난 2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은 6.1%였다. 국민의힘(35.5%)과 더불어민주당(28.1%), 그리고 국민의당(9.0%)의 뒤를 이은 네 번째였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새 수장 선출 “환태탈골 기대”
혁신, 대전환…기지개 언제쯤?
정의당 지지율이 매번 답보 상태에 머무른 것은 아니다. 정의당에게도 나름 ‘전성기’가 있었다.
때는 지난 201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주역이었다. 그는 가장 토론을 잘했던 후보 1위로 꼽히는가 하면, 정의당 사전 지지율은 10%를 넘어섰다.
물론 본선 득표율은 6.17%로 주요 다섯 후보 가운데 ‘꼴찌’였다. 하지만 역대 대선 진보 정당 최고 득표였다는 점은 괄목할만했다. 또 선거비용을 모두 보전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표 전에 후원금 2억8000만원이 모였다는 사실은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이 무려 14%를 넘었을 때도 있었다. 노 전 의원의 별세 직후 여론조사 결과였지만, 정의당을 향한 관심과 지지가 크게 높아졌을 때였다. 그 여파는 힘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정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9.67%를 기록했다. 이전 총선 득표율 7.23%보다 상승한 수치였다. 비록 ‘만년 비교섭단체’이지만 정의당에도 저력이 있다는 점을 각인시킨 셈이다.
신임 당 대표가 새로운 정의당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직 당 대표는 정의당의 상징과 다름없는 심상정·노회찬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했지만, 스스로 당을 무너뜨렸다. 한때 ‘해체론’까지 언급됐던 정의당이다.
여 전 의원은 정의당만의 노선을 정립하고, 그들만의 목소리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정체성 회복에도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조용히…
혁신의 시간을 보낼 정의당에 대한 평가는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대선을 점친다. 대선 결과는 정의당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얼마나 작용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어서다. 그 전까지 특별한 선거 일정이 없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