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 조회 수 뽑는 유튜브 키워드

동물, 잠, 스트레스…본능을 노려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회사를 관두고 유튜버로 전향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쩔 수 없이 퇴직한 경우 ‘노느니 염불 왼다’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영상 제작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 곧바로 성공의 열매를 얻지는 못한다. 촬영이나 편집 기술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비교적 연착륙하기 좋은 콘텐츠에는 뭐가 있을까. 
 

▲ 유튜브 천재견 사월이 ⓒ유튜브

지난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유튜버가 장래 희망 3위에 꼽혀 놀라움을 안긴 적이 있다. 의사나 요리사, 프로게이머를 제친 결과다. 아이들뿐 아니라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에게도 유튜브는 뜨거운 감자다. 최근 유튜버 학원에는 15명 강좌에 150명이 몰리기도 했다. 

연착륙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얻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유튜버로 전향한다고 하더라도 장벽이 낮은 편은 아니다. 촬영이나 편집 모두 전문 영역이라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는 수준 높은 영상을 만들기 어렵다. 또 거의 모든 영역에 경쟁자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비교적 쉬운 촬영과 편집만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소재가 있다. 아기 또는 동물 콘텐츠, 불과 물 등 자연 콘텐츠, 명상과 수면에 관련된 콘텐츠 등이다. 큰 지식이나 유튜버 고유의 매력, 고가 장비나 촬영 및 편집 기술이 없어도 높은 조회 수를 얻을 수 있다. 

반려동물


유튜브 채널 ‘천재견 사월이’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채널이다. 사월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는 이 채널의 주인공이다. 

사월이는 주인이 운동할 때 따라 하고, 주인의 뒤에서 백허그도 하며, 배고플 땐 조심히 자고 있는 주인을 깨운다.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번지게 하는 영특함을 지녔다. 사월의 독특한 행동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운영자의 능력 역시 탁월해 보인다. 

영상 대부분이 5분 내외이며, 직접 캠을 들고 찍거나 삼각대에 고정하고 찍는다. 컷을 자르고 자막을 넣는 것 외에 고도의 편집 기술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강아지의 움직임을 따라다닐 뿐이다. 

약 1년 남짓 운영된 이 채널의 구독자는 37만명. 상위 1%에 해당하는 수치로 구독자가 많은 채널이긴 하나, 여타 채널과 비교해 조회 수가 월등한 편이다. 대부분 영상이 수십만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 영상의 경우에는 300만뷰 이상이다. 최다 조회 수 콘텐츠는 무려 2372만회다.

폼피츠 수컷 ‘모카’와 사모예드 암컷 ‘우유’의 모습을 담은 채널 ‘모카밀크(Mochamilk)’도 비슷한 패턴이다. 대부분 강아지의 모습을 관찰한다. 영상은 5분 내외다. 1년5개월 된 이 채널의 총 조회 수는 2억회가 넘는다. 

이외에도 반려묘를 담는 ‘하하 하(haha ha)’ ‘랙돌열한스푼’ ‘키쉬의 브이로그’ 등 대부분의 채널이 비슷한 패턴이다. SBS <동물농장> 촬영분을 재편집해 업로드하는 ‘애니멀봐’는 구독자 수가 363만명이다. 

강아지·고양이 채널 한편만 3000만뷰
불멍, 수면…현대인 위한 힐링 콘텐츠


이미 많은 채널이 있지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인구가 그만큼 많을 뿐 아니라 봤던 영상을 지속해서 보는 패턴이 있어 정보용 콘텐츠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힐링 트렌드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모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움이 됐다. 그러다 보니 우울감이 늘어나 일명 ‘코로나 블루’가 지속 확장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울감을 극복하는 아이템으로 불을 보면서 멍하게 있는 ‘불멍’과 물을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물멍’이 힐링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에선 ‘불멍’과 ‘물멍’ 콘텐츠도 인기를 누린다. ‘불멍’은 말 그대로 장작이 타는 불을 몇 시간 동안 틀어놓는 영상이다. 3시간에서 8시간 이상 촬영한 영상에 편집은 거의 없다. 불이 타는 영상과 소리만 이어질 뿐이다. ‘불멍’ 콘텐츠를 활용하는 유튜브 채널 ‘슬로우 TV(Slow TV)’의 영상은 최소 수만회에서 많게는 100만회를 넘긴다.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 배우 이상이는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해 불을 꺼놓고 물끄러미 어항만 바라보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어항 속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을 두고 ‘물멍’이라 하는데, 생각을 정리하기에 유용하다는 평가다. 
 

▲ 유튜브 아쿠아리스모 ⓒ유튜브

유튜브 채널 ‘아쿠아리스모’는 전문가가 세팅한 고퀄리티의 어항 속 장면을 영상에 담는다. 물고기들이 어항 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사색에 빠지게 된다. 물고기를 수집하는 데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영상이다. 

잠 못 이루는 밤 

바쁜 현대인들에게 숙면은 소중하다. 예민한 기질의 사람이라면 더욱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며, 작은 소리에 곧잘 깨기도 한다. 

이럴 때 유용한 게 수면 채널이다. 수면 채널의 영상은 파도 소리나 빗소리 등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소리를 활용해 수면을 돕는다. 직접 음악을 작곡하는 유튜브 채널 ‘힐링트리 뮤직’은 잘 때 듣기 좋은 음악을 올려놓는데, 조회 수가 무려 3000만회가 넘는다. 영상의 총 조회 수는 1억6000만회를 넘겼다.

깊은 잠을 이룰 수 있게 돕는 채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역시 별다른 기법 없이 수십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영상을 제작한다. 비교적 전문성이 요구되기는 하나, 영상 제작 면에서는 난도가 낮은 편이다. 

접근성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영상이나 게임, 브이로그 등 레드오션에 해당하는 콘텐츠는 촬영과 편집 면에서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특별한 기술이 꼭 필요한 데 반해, 반려동물이나 아기, 자연을 이용한 콘텐츠는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유튜브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능에 만족을 준다는 측면에서 가파른 성장을 할 수도 있어 초보 유튜버들에겐 유용한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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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