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유튜버들의 그림자

막말, 거짓, 모욕…브레이크 없는 막방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누구나 PD나 MC의 꿈을 이루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렇듯 포용성이 크다는 장점은 혐오를 배포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비윤적인 언행이 전파된다. 타인을 괴롭히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인격마저 무너진 모습이 보이고, 거짓말로 점철되고, 매우 선정적인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 유튜버 이한샘 ⓒ유튜브

지난달 12일, 전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약 2시간 동안 먹통이 된 적이 있었다. 동영상 재생이 되지 않거나 늦춰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 유튜브 이용자들은 갑작스러운 오류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용자들은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때보다도 더 큰 답답함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유튜브가 우리 사회의 공기와 같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지나친
포용성

유튜브가 이렇듯 대중의 생활권에 밀접하게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관심 있는 분야의 영상을 마음껏 시청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치와 경제 등 시사는 물론 증권과 사업 수완처럼 금전적인 것과 직결되는 소재의 콘텐츠, 연예와 스포츠 또는 게임이나 낚시와 같은 흥미 분야, 각종 제품은 물론 심리치료와 같은 개인 경험담에서도 정보가 넘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를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수많은 콘텐츠가 넘칠 만큼 많아진 배경은 유튜브가 가진 포용성 덕분이다. 기술(Technology)과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이 골고루 갖춰진 도시일수록 도시 창조성이 높아진다는 리처드 플로리다의 3T이론이 유튜브에도 적용된다.


누구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자신의 장기를 펼치고 싶은 대다수 인재를 유튜브로 유입시켰다. 이는 유튜브가 빠르게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이용자들은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통해 공감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국적과 직업은 물론 사회적 위치 등 모든 새로운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대리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전에 양면이 있는 것처럼 혐오를 전파하는 콘텐츠가 득실대는 것도 방치하기도 한다. 거짓말이 난무하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 영상이 즐비하다. 욕설을 비롯한 막말은 물론 나약한 집단에 큰 아픔을 주는 행위가 담긴 영상도 무수하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더 짙다는 말은 유튜브에도 해당한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지 않는 도 넘은 발언들이다.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관대하게 통용되기는 하나 일부 스트리머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출신인 BJ 철구는 막말로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이미 숱한 구설수로 더 이상 떨어질 이미지도 없는 그지만, 이번만큼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반성 없다’ 고인 모욕 서슴지 않는 유튜버
영혼 갉아먹고 가짜 퍼뜨리는 사이버 레커

철구는 타 BJ가 연예인 홍록기를 닮았다고 하자 “꺼지세요, 박지선은 꺼지세요”라고 말했다. 최근 고인이 된 박지선을 조롱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중은 분노했다.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박지선이 아닌 박미선을 말하려 했다”는 변명은 오히려 대중의 화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 소식에 박미선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일갈했지만, 오히려 철구의 팬들이 해당 글에 악플을 다는 기현상마저 발생했다. 

철구의 아내인 외질혜는 남편의 잘못을 옹호하는 행태를 보였고, 네티즌들은 두 사람에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없었다. 

혐오가 혐오를 낳은 것일까. 두 사람의 잘못된 행위로 딸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철구 딸이 입학한다는 초등학교 근황’이라는 글이 게재됐고, 이 학교에 자식을 보낸 학부모들이 철구 가족의 딸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줄줄이 내놨다. 

해당 학교에 따르면 철구의 딸은 입학자 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이 현상만으로 두 부분의 잘못된 언행이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막말은 비단 철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연예계 인사를 저격하는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로세로연구소는 막말의 정점에 서 있다.
 

▲ 유튜버 뻑가 ⓒ유튜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실종 당시 서울 북악산 등산로를 걷고, 와룡공원에서 생중계도 진행했고, 생중계 도중 “시신이 발견된 숙정문, 거기까지는 40분이 넘는 길이다. 산을 오르며(박 시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걸어가 보도록 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리 이념적으로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어, 고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격이 마비된 발언이었다.

이어 가로세로연구소는 ‘박원순 장례식장’이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진행했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 빈소를 찾아, 고인에 대한 조롱·모욕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유튜브의 자체 자정작용이 조금도 기능하지 못하는 세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인 조롱
혐오 연속

또 이슈가 된 각종 사건들을 짜깁기해 영상을 올려 수익을 내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의 행태도 문제다. 사이버 레커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부리나케 달려오는 사설 견인차를 비꼬는 말을 비유로 활용해 이슈가 된 각종 사건들을 짜깁기해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를 비꼬는 말이다. 

이들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나이트 크롤러>의 주인공이자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을 가진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과 비슷하다. 나이트 크롤러는 사건이 일어나면 즉시 달려가 해당 장면을 영상에 담아 이를 방송국에 파는 직업을 일컫는다. 아직 국내에는 상륙하진 않았지만, 프리랜서를 적극 활용하는 미국에서는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시오패스 기질이 다분한 루이스 블룸은 살인 사건 현장에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피해자를 영상에 담는 데만 집중하고, 때로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방송국에 팔기도 한다. 


취재 윤리는 뒷전이며, 선정적인 뉴스에 무감각해진 미국의 언론과 대중을 비판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의 모습은 국내에서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일부 유튜버들과 일맥상통한다.

기존에 나온 진실과 허위가 구분되지 않는 정보를 마치 사실인양 전달하는데 뻑가‧정배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보가 마구잡이로 전파될 때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당사자에 대한 예의나 존중은 발견하기 힘들다. 사이버 레커끼리 서로를 물어뜯는 진흙탕 싸움도 벌어진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자극적인 이슈를 소재로 노골적인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일각에 따르면 일부 사이버 레커 유튜버는 월 수억원의 수익을 챙긴다는 후문이다. 돈이 윤리를 갉아먹는 콘텐츠가 버젓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현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 속에는 거짓말이 난무한다. 한동안 ‘뒷광고’ 논란이 여론을 휩쓴 바 있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 사건이었다. 많은 스트리머와 유튜버가 ‘뒷광고’로 인해 활동을 중단했다. 

뒷광고는 물론 다양한 거짓말이 존재한다. ‘아임뚜렛’ ‘송대익’ ‘갑수목장’이 대표적이다. 아임뚜렛은 자신이 틱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히며 라면을 먹거나 토마토를 먹을 때 틱장애로 고통받는 장면을 담아 올렸다. 

10대 쓰는
성인 콘텐츠


이 영상을 보고 많은 사람이 안쓰러움을 느껴 그를 응원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임뚜렛의 연기로 밝혀졌다. 울산에 기거하고 있다고 밝힌 그를 본 주민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고, 이는 일파만파 번졌다. 자신이 틱장애를 앓고 있다며 거짓말을 반복하던 아임뚜렛은 결국 연기였다고 인정했다. 

심리적 장애로 인해 발생한 틱 장애를 희화화하는 것은 물론 돈벌이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유튜버 송대익은 친분이 있는 유튜버 서도균과 함께 ‘피자나라 치킨공주’의 음식을 시킨 뒤 내용물이 일부 없어졌다는 조작 영상을 만들었다. ‘피자나라 치킨공주’가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자 그들은 영상을 통해 거짓을 자행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은 자신을 비난한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물론 악플을 남기는 것이 올바른 행위는 아니나, 이들의 고소는 자신들이 저지른 언행에 반성이 없는 태도로 비쳤다. 

유기동물을 구조해 분양하는 영상을 주로 올리며 구독자 50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은 반려동물을 학대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유기동물을 구조했다고 밝혔지만, 갑수목장의 자막 번역을 담당했던 A씨는 “갑수목장이 펫샵에서 구매한 동물이었으며 동물의 상태를 나쁘게 만들기 위해 굶기거나 때렸다”고 폭로하면서 들통이 났다. 갑수목장은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를 한 건 사실이지만, 학대는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갑수목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콘텐츠는 성인물이다. 야한 사진이나 영상이 일파만파 번져나갔고, 이것이 인터넷의 발달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유튜브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다양한 성인 콘텐츠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어린아이도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10대를 이용해 선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10대가 만드는 성희롱 콘텐츠 있다고?
‘내가 조두순 아들’ 밝힌 초등학생까지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춤을 추거나 식사를 하는 건 예사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여성의 나체가 그대로 찍힌 영상이 올라오기도 하며, 성인용품 후기라는 명목으로 야외에서 용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버젓이 나온다. 

성인들이 즐기는 콘텐츠지만, 어린아이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남긴다. 

한 여성 유튜버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기를 모았다. ‘내가 원할 때 자빠뜨리는 방법’ ‘아무리 급해도 먹지 말아야 할 여성’ ‘첫 만남에 모텔까지 가는 여자’ ‘아줌마가 세 번 이상 주는 남자 TOP4’ 등이다. 이 채널의 여성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 채널을 만들었지만, 예측과는 달리 논란이 일어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유튜버 정배우 ⓒ유튜브

유튜브 채널 ‘하이틴 에이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다. ‘10대 여학생들 몸 좋은 남자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특히 문제가 됐다. 해당 영상에는 눈을 가린 10대 여성이 옷을 벗은 남성의 몸을 만지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영상이었다. 

출연자 전원이 10대인 이 채널은 커플 요가 등 자극적인 스킨쉽이나 성적인 대화를 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만연해진 선정적인 영상의 여파는 어린아이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출소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방송에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해 조회 수를 올린 초등학생이 있어 논란이 됐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조두순 아들입니다. 우리 아빠 건들지 마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사실 조두순이 제 아빠”라고 주장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대표 화면에는 ‘조두순 만세’라고 쓰여 있으며, 그는 험악한 욕설도 서슴없이 내뱉고 “조두순 건드리면 내가 다 총으로 쏴 죽일 것”이라고 흥분하며 말했다.

실제 조두순에게는 자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영상을 찍은 유튜버는 초등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두순이 출소하면서 피해자와 가족이 고통받고 있으며, 안산 시민들도 불안해하는 가운데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발언을 10대가 한 것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두순  
아들?

남녀노소, 구분없이 유튜브는 비윤리적 영상을 유포하고 있다. 구글이 경제적인 이득을 막는 것 외에 이들에게 아무런 규제할 수 없어,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윤리적인 발언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유튜브의 현주소다.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운데, 혐오를 자제할 수 있는 담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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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