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내 집은 어디에?

분양가 상한제 등 아파트 규제로 공급은 줄어들고 전세가는 치솟아 이참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규제를 피하면서 어느 곳에 투자를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혼돈의 수도권 분양시장에 ‘태풍의 눈’이 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내 집 마련과 투자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GTX의 개통으로 직주근접 여건 향상의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분양 예정지 인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들썩∼
기대감↑

GTX는 지하 40~50m에서 평균시속 116㎞(최고 180㎞)로 달려 수도권 전역을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광역철도망으로, 3개 노선(A·B·C)이 서울도심 3개 거점역(서울역·청량리역·삼성역)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교차되도록 계획돼 있다. 급행철도 노선을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빠르게 연결하는 방안으로 교통혁명이라고 불린다. 개통되면 경기도나 인천에서 서울 도심까지 2~ 3시간 걸리는 교통시간이 20~30분 이내로 대폭 단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GTX 노선 개통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에서 집값 상승이 관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소재 ‘킨텍스 꿈에그린’ 전용 84.42㎡ 타입의 매매가는 지난해 5월 7억6000만원에서 약 1년이 지난 올해 6월 2억8000만원(36.84%) 오른 10억4000만원에 거래 중이다. 단지 인근에 GTX-A 노선 킨텍스역 개통이 예정돼있다는 점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남양주 역시 GTX 노선 개통 기대감이 인근 지역 매매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남양주시 화도읍 ‘신명 스카이뷰 그린’ 전용 84㎡ 타입은 지난해 7월 2억47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 7월 들어 1억원 가까이 오른 3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에 GTX-B 노선 개통이 예정돼있는 마석역이 자리한 것이 몸값 상승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수도권 분양 ‘태풍의 눈’ GTX
내 집 마련·투자 길라잡이 역할

높은 몸값 상승률에 기반, 분양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5월 양주에서 분양한 ‘양주 옥정신도시 제일풍경채 Lake City’는 1053가구 모집에 6765명이 몰리며, 평균 6.4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GTX-C 노선 개통이 예정된 양주에서 분양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추진 중인 GTX 노선은 A·B·C 등 3개다. 이미 착공에 돌입한 A노선은 물론, B·C 노선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파주 운정에서 화성 동탄 간 총 83.1㎞ 길이의 GTX-A 노선은 개통 완료시, 운정역·킨텍스역·대곡역·연신내역·서울역·삼성역·수서역·성남역·용인역·동탄역 등 10여개 역을 잇는다.

남양주 마석에서 인천 송도 간 총연장 80.1㎞ 길이의 GTX-B 노선은, 마석역·평내호평역·별내역·망우역·청량리역·서울역·용산역·여의도역·신도림역·부천종합운동장역·부평역·인천시청역·송도역 등 정거장 13개소로 계획돼있다. GTX-C 노선은 경기도 양주에서 수원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양주(덕정)·의정부·창동·광운대·청량리·삼성·양재·정부과천청사·금정·수원 등 74.2㎞ 구간의 정거장 10개소가 해당된다.

GTX 개발 프리미엄으로 수혜지역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GTX 수혜 지역은 비단 주거 상품뿐 아니라 상업시설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도 그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유동 인구가 늘어나 수익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거 상품만?
상가도 주목

아파트보다 규제의 영향이 덜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배후수요가 중요한 수익형 부동산은 교통 환경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상품이라 GTX 개통 수혜단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더욱이 아파트에 비해 정부 규제의 영향도 적어 투자처로 적합하다는 평이다.


실제 GTX 수혜 지역에서 분양에 나선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등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례로 올 6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의정부역’ 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건이 접수되며 145.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의정부역은 GTX-C 노선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대림산업이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동 일원에 공급한 1208실의 대단지 오피스텔 ‘e편한세상 시티 부평역’은 9019건의 청약이 접수되며 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평역도 GTX -B노선 수혜지역으로 개통 시 트리플 역세권이 된다.

아파트는 물론
수익형도 수혜

GTX B·C 노선이 교차하는 청량리역 일대에 공급된 상가도 높은 관심을 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5월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일원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상업시설은 반나절 만에 완판됐으며 현대건설이 미주상가B동 개발을 통해 공급한 ‘힐스테이트 청량리역’ 단지 내 상가 ‘힐스 에비뉴 청량리역’도 조기 완판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GTX 노선은 기존에 교통편이 열악했던 수도권 외곽의 서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주는 대형 개발 호재로 최근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정차역 인근으로 분양을 준비 중인 신규 단지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아파트 규제의 풍선효과와 역대급 제로금리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특히 GTX 수혜지역은 쾌속 광역교통망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서울 도심 등으로 접근성을 높여줘 풍부한 임대수익 확대와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GTX 노선별 수혜 단지.
 

▲연신내역 솔앤더블유 미엘=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185-5, 6번지 일대에 ‘연신내역 솔앤더블유 미엘 오피스텔’이 분양한다. 대지면적 1567.60㎡, 연면적 1만7362.21㎡,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다. 지상 5~20층은 오피스텔 4가지 타입(29A/ 33B/36C/44D) 총 174실이 공급된다. 주차대수는 144대로 오피스텔에 128대, 상가에 16대가 배분된다. 전용면적 30㎡(9평)에서 43㎡(13평)로 원룸, 1.5룸, 투룸 등 1~2인 가구에 걸맞은 평면을 제공해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평면을 구성했다.

GTX-A 노선이 개통 예정인 트리플 역세권 연신내역 4번 출구 도보 3초 초초역세권 입지로 도심 재정비, 2030 서울플랜 연신·불광 신 업무와 상업의 중심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통될 경우 연신내역에서 서울 교통 허브인 삼성역까지 10분 내외로 도달할 수 있어 쾌속 교통망이 형성될 전망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속속 집값 상승 관찰

▲송도 형지 글로벌 패션 복합센터=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초역세권 입지의 ‘송도 형지 글로벌 패션 복합센터’상가가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 전환)에 나선다. 복합센터 내 1, 2층 판매시설이 대상이다. 송도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대지면적 1만2501.6㎡, 건축연면적 1만9500여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3층 규모로 지어진다. 오피스(지상 17층), 오피스텔(지상 23층), 판매시설(지상 2층)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다. 2021년 10월 준공 예정.

인천지하철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어 집객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GTX -B 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이 예타를 통과해 향후 서울 도심권으로의 접근성이 향상될 예정이다. 개통되면 송도에서 서울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 용산까지 20분 이내로 진입 가능하다. 인천발 KTX(수인선 송도역~어천(화성) 연장)도 착공이 예정돼있다. KTX가 연결되면 송도, 부산, 광주까지 2시간대 접근이 가능해진다.
 

▲용산 글로벌 리버파크= 서울 용산구 원효로 3가 277-8번지 외 5필지 일대에 주거복합 단지인 ‘용산 글로벌 리버파크’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3964.00㎡,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 총 80세대, 오피스텔 25실(지상 5~9층), 도시형 생활주택 55세대(지상 10~20층)로 구성된다. 지상 2∼4층은 상가로 이뤄진다. 총 5개 타입(A~E), 계약면적 37.29~55.04㎡이며, 분양가는 대략 3억 후반대(부가세 포함)에서 5억 중반(부가세 포함)으로 책정됐다. 오피스텔은 계약금 10%만 있으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용산역(1호선·경의중앙선), 신용산역(4호선), 효창공원역(6호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또 GTX-B노선 신설, 신분당선 연장, 용산역~서울역 지하화 등 대규모 교통개발 사업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입주는 2022년 5월경 예정.
 


▲창동 북한산 드림시티= 시행전문회사인 안강DRS(주)는 서울시 도봉구 창동 623-48번지 일대에 ‘창동 북한산 드림시티’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대지면적 3393.40㎡, 연면적 1만3090.94㎡, 4개동, 지하 1층~지상 12층, 264실 규모다. 

4호선 쌍문역 도보 4분 거리, 1·4호선 환승역인 창동역 더블 역세권에 입지한 대단지형 선시공 후분양 오피스텔이다. 또 창동역에 GTX-C 노선 및 KTX  ·SRT가 계획돼있다.
 

▲군포 송정 풍산 리치안 플랫홈= ㈜풍산건설은 군포 송정택지지구 랜드마크 스트리트형 단지 내 상업시설과 대단지 오피스텔 복합단지인 ‘군포 송정 풍산 리치안 플랫홈’을 분양 중이다. 경기도 군포시 도마교동에 위치하며, 오피스텔 전용 20~43㎡ 총 464실 규모다. 이와 함께 상업시설 총 72실(1층 분양중, 2층 분양완료)도 분양 중이다.

1층 상가의 경우 대부분 3.3㎡당 1000만원대로 최대 70% 대출 실현으로 초기 투자부담을 낮췄다. 상층부 오피스텔과 같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됐다. 오피스텔도 1인 가구·신혼부부·어린 자녀가 있는 3인 가구 등 다양한 수요를 모두 잡는 타입 설계를 내세우며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새 투자처로
유리한 환경

수도권 동북부 지역 신도시와 수도권 남부지역의 도심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GTX-C노선(양주~수원)의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서 서울 접근성이 한층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해당 노선을 이용할 경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금정역에서 삼성역까지 14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에 직장을 둔 수요자들은 출퇴근 시간 단축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하철 1호선 의왕역을 비롯해 4호선 대야미역, 반월역이 오피스텔 인근에 위치해 대중교통을 통한 근거리 출·퇴근도 용이하다. 입주는 2021년 2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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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