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놓은 의원들…상임위 대표발의 ‘0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09 10:27:49
  • 호수 1296호
  • 댓글 0개

금배지 달고 헛기침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가 예산안 심사를 제외한 1년 농사를 끝마쳤다. 이 기간 국회의원들은 분주히 의정활동을 해왔다. 그중 상임위 활동과 대표법안 발의는 의정활동의 핵심으로 꼽힌다. <일요시사>는 상임위에서의 대표법안 발의 건수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 의사봉 두드리는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고성준 기자

<일요시사>가 국회의원들의 대표법안 발의를 전수조사한 결과, 아직 소속 상임위에서 대표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은 총 33명으로 집계됐다(지난 5일 기준). 전체 의원 중 약 10%에 해당하는 비율인데 어떤 의원은 상임위와 관계없이 단 1건의 대표법안도 발의하지 않았다.

좋다고?

상임위 발의 0건 의원 33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18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8명으로 조사됐다(이인영 통일부 장관 제외). 그 외 7명은 무소속과 군소 정당 소속이다.

유독 국민의힘 의원들의 수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야권의 다선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 2일 “제1야당의 활동은 여당을 공격하는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게 마련”이라며 “지역 이슈든, 정치적 이슈든 상임위보단 현안을 따라가다 보니 법안도 상임위 구별 없이 발의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당선된 횟수) 별로는 초선 의원의 상임위 발의 0건 비율이 가장 높았다. 33명 중 16명으로 전체의 48.48%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3선 의원이 6명, 재선과 5선 의원이 각각 4명, 4선 의원이 3명이었다.


한 초선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달 27일 “의원이 상임위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상임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늦어진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임위 발의 0건 의원 33명 중 비례대표는 9명으로 조사됐다. 비례대표의 경우 지역구 의원에 비해 직능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상임위도 직능을 고려해 배치된다.

예를 들어 의사·약사 출신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배정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국회 내에서도 비례대표라면 자신의 상임위 관련 법안을 먼저 대표발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좌진 출신의 한 인사는 지난달 27일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영입돼 관련 상임위로 배정되는 것 아니냐”며 “그러니 타 상임위 법안을 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그 상임위 법안을 먼저 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상임위가 나눠져 있지만, 각 상임위가 관장하는 범위는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비례대표는 전국구 의원이기에 한 상임위에만 얽매여 있기보다 전문성이 미칠 수 있는 타 상임위에서도 활발히 입법활동을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상임위 별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가장 많았다(7명).

300명 중 33명…10% 넘어
국민의힘 소속 다수, 왜?


뒤를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기획재정위·교육위·정무위 소속 의원이 각각 3명, 보건복지위·행정안전위·문화체육관광위·정보위·운영위·여성가족위·국방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의원이 각각 2명, 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법제사법위 소속 의원이 각각 1명으로 조사됐다(여성가족위·운영위·정보위는 중복 상임위, 특별위원회는 집계에서 제외).

보좌진들은 외통위에 유독 상임위 발의 0건 의원이 많은 이유로 ‘특수성’을 꼽는다. 다른 상임위의 경우 생활밀착형 법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외통위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법안 발의가 힘들다는 것.

단적으로 인기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의 경우 지난 5일을 기준으로 21대 국회에서 324건의 대표법안이 발의된 반면, 같은 기간 외통위에서 발의된 법안은 64건에 불과했다. 단순히 대표법안의 발의 개수로 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 국회 본회의장 ⓒ고성준 기자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원의 상임위 배정이 원내대표에게 일임돼있는 구조에 대한 지적이다. 국회 초반 의원들은 희망 상임위를 적어 당 원내대표실에 제출한다. 이에 원내대표실은 희망 상임위와 선수, 나이, 성별 등을 고려해 배분하는 구조다.

여권의 모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 3일 “1·2지망 상임위를 써서 제출하지만, 상임위를 배정하는 것은 원내대표의 절대적인 권한이다. 그러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성이 전혀 없는 상임위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며 “특히 초선 의원의 경우 배정되는 대로 가야 한다. 그렇기에 상임위에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만약 국회 전반기가 지날 때까지 상임위 법안 발의 건수가 하나도 없다면 문제일 수 있지만, 지금 국정감사가 지났을 뿐”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오히려 소속 상임위 법안을 발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를 주장한 보좌진은 박덕흠 의원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박 의원 일가 건설사는 피감기관으로부터 3000억원을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12년부터 8년 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와 안전행정위, 예산결산특별위 등에서 활동했다. 

의원이 임기 동안 상임위에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피감기관을 옥죄는 입법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해당 상임위에서 대표법안을 발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상임위 발의 0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이를 문제라고 지적하는 쪽은 의원이 상임위 활동은 제쳐두고 자신의 지역구 재선만을 쫓은 결과라고 지적한다. 반대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은 지역·단체의 현안을 입법하는 것이 의정활동이기에 오히려 특정 상임위로 의정활동을 한정하는 듯한 지적은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동의청원 명암


정치권의 예민한 이슈들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각 상임위로 배정되고 있다.

낙태죄 폐지, 세월호 참사 대통령기록물 공개,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는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거친 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로 넘어가 법제화를 논의하는 제도다.

각종 사회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낙태죄 폐지의 경우 여성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허위 청원의 경우 이를 사전에 거를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자칫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