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흥미로운 사실을 먼저 짚어보자. 지난 1928년 12월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국내 유력 일간지가 일본 의회의 ‘검사지휘권’에 대한 법률 개정의 내용을 보도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한다.
『검찰법 제21조에 대해 ‘사법대신(현재 법무대신으로 우리의 법무부 장관)은 공소 사실에 대해 개개의 검사를 지휘·명령함은 폐해가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사법대신은 개개의 검사를 지휘감독하지 말고 검사총장(검찰총장)을 경유해 명령을 개개의 검사에게 이달하고 긴급하고 부득이한 때에는 개개의 검사를 지휘한다’로 개정한다.』
이어 지난 주 <일요시사>에 게재했던 ‘윤석열의 궤변 중’에 언급했던 검찰청법 제8조를 다시 인용한다. 동 조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연하면, 일본의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개개의 검사를 지휘한다’고 규정한 반면, 우리 검찰청법은 역으로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 사건에 대해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얼핏 살피면 두 법 조항이 별개의 사안으로 비친다. 그러나 세밀하게 살피면 두 조항은 대동소이하다. 결국 검찰총장은 물론 모든 검사들도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즉 법무부 장관의 부하라는 이야기다.
각설하고, 최근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보와 관련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추 장관이 페이스북에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역시 검찰 내부망을 이용하여 추 장관에게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이환우 검사가 ‘최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가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 개혁과 무슨 관계냐”고 되물었다.
한마디로 난장이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검사들인지 아연하기만 하다. 두 가지 이유인데 먼저 하극상의 문제다. 앞서도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지만, 검사는 검찰청법 제36조 규정에 따르면 특정직 공무원으로 법무부 외청 직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검사들은 자신들에게 달라붙은 특정직을 특별한 대우를 받는 직책으로 오판하고 있는 듯 보인다. 커다란 착각이다. 그들에게 특정직이란 수식어가 붙은 사유는 개인적으로 특별해서가 아니라 소관업무가 일반직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음은 그들이 당당하게 언급한 검찰 개혁의 핵심적 철학과 기조에 대해서다. 두 사람은 그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검찰권 남용 방지를 들었다. 이 대목에서 그들이 정치적이며 권력적인 존재임을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난다.
<일요시사>를 통해 누차에 걸쳐 언급했지만, 검찰 개혁의 본질은 기이한 권력기관으로 변질된 검찰을 국민을 위한 봉사기관으로 탈바꿈하는 데 있다. 그런데 본질은 기망하고 그들에게 절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철학’을 언급하고 있으니 그저 유구무언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