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친환경 단지 뜬다

코로나19 여파와 미세먼지, 황사 등 환경문제로 쾌적성이 강점인 숲세권, 공세권 단지가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른 코로나19가 주거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택시장에도 ‘쾌적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실내 활동이 제약되면서 집 근처에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녹지가 주거지 선택에 있어서 놓지 못할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에서 숲세권, 공세권 등 친환경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 미래 주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주거 선택 요인을 뽑는 설문조사에서는 쾌적성이 35%의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간 주택 선택의 제1요소로 여겨지던 교통 편리성(24%)을 제친 결과여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녹지 불패
자연과 함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생활 및 소비행태가 쾌적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5월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행태의 변화’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를 기준으로 자전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5%가 뛰었다. 실내 운동 대신 집 근처 공원이나 둘레길, 천변 등에서 가족들과 쉽고 간편하게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의 공원 방문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구글이 올 상반기에 내놓은 ‘지역사회 이동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공원 관련 트래픽이 5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레스토랑이나 영화관 등 소매·오락시설 이동 트래픽은 19% 감소했다.

가까운 야외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주거지 역시 근거리에서 야외활동이 가능한 녹지환경을 갖춘 곳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제 산이나 공원 등의 녹지가 주는 효과는 우수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7년 서울 도심과 홍릉숲을 대상으로 비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숲의 부유먼지(PM10)농도는 도심에 비해 25.6% 미세먼지(PM2.5)농도는 40.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숲세권, 공세권…바뀐 주거 선호도
먼지, 황사 등 환경문제 쾌적성 강점

이 외에도 산림청의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및 기후조절 효과’에 따르면 축구장 1.5개 넓이의 숲은 미세먼지 46㎏을 흡착·흡수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지와 나무줄기가 미세먼지를 막아 퍼지지 않게 해주는 덕분이다. 이렇다 보니 분양시장에서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숲세권·공세권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높은 인기를 받으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지난 4월 인천 부평구에서 분양한 ‘부평역 한라비발디 트레비앙’이 있다. 이 단지는 주변에 만월공원, 부흥공원, 부평공원 등 다양한 녹지공간이 자리해 숲세권 입지로 주목받은 결과 평균 251.9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쳤다.

지난 6월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는 아라뱃길, 드림파크 야생화단지 등과 가까운 점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웠고, 1순위 청약에 8만4730명이 몰리며 인천 역대 최다 청약자수를 기록했다. 앞서 광주에 공급된 ‘더샵 광주포레스트’도 무등산을 둘러싼 무돌길과 가까운 점을 적극 알렸고,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모두 단기간 완판에 성공했다.

최근 울산에 분양한 ‘문수로대공원 에일린의 뜰’은 평균 309.83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이 단지는 총 면적 371만㎡를 자랑하는 울산대공원이 바로 옆에 위치한 단지로 인기를 끌었다.


높은 인기
완판 행진

지난 2월 서울 중구 중림동에 공급된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은 576실 모집에 2388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4.2대 1에 달했다. 이 단지는 서울역과 가까우면서도 서소문역사공원이 인접한 도심 내 숲세권 입지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경기 수원시 정자동에서 공급한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 오피스텔도 평균 40.4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곳은 대형 도시공원이 단지를 둘러싸는 형태로 조성될 예정인 데다 서호꽃뫼공원과 서호공원, 만석공원, 수원수목원(예정) 이용이 편리하다는 점이 흥행 요소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안정감
치유감

한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거주지 인근의 숲이나 공원 유무를 중요하게 여기는 숲세권과 공세권의 가치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디 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숲이나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숲이나 공원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치유감으로 인해 숲세권과 공세권의 가치는 앞으로도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숲세권·공세권 주거단지.
 

▲e편한세상 부평 그랑힐스= 대림산업이 인천 부평구 청천동 일대에서 ‘e편한세상 부평 그랑힐스’를 분양한다. 청천2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지하 3층∼지상 43층, 31개동, 총 505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일반분양은 전용면적 37~84㎡ 290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인천 부평구는 지역 전체가 도시재생권역으로 지정돼 있다. 구내 44곳에서 정비사업을 마쳤거나 추진하고 있다. 청천동·산곡동 일대 역시 개통 예정인 7호선 연장 산곡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단지 일대는 약 1만5000가구가 거주하는 대단위 신축 아파트 단지로 변신하게 된다.

인근에 들어서는 산곡역은 서울 도시철도 7호선 연장 사업으로 부평구청역에서 이어지는 산곡역과 석남역을 신규 개설하는 사업이다. 석남역에서 청라국제도시역까지 약 10.7㎞를 연장하는 사업도 추후 예정돼있다. 이 밖에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신월IC를 정비하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군부대 통합·재배치 계획에 따라 인근에 위치한 제1113 공병단, 부영공원 미군부대, 제3 보급단이 부평구 일신동 17사단 부지로 이전한다. 남는 부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 및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경찰서·공공청사·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학군으로는 단지 바로 옆 청천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으며 청천중·산곡중·효성고·인천외고 등도 인접한다. 

공원, 둘레길, 천변…
여가 공간 확보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 경기도 오산시에서 동탄신도시 전셋값 수준으로 신축 아파트에 살 수 있는 분양가의 신규 단지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가 분양한다. 롯데건설은 오산시 원동 일원에서 이 단지를 11월 중 분양할 계획이다. 오산 첫 롯데캐슬 브랜드 아파트로 지하 3층~최고 23층, 18개동, 전용면적 65~173㎡P, 전체 2339가구 규모의 브랜드 대단지로 조성된다. 부동산114 시세에 따르면 지난 9월 3주차 오산 아파트 3.3㎡ 당 평균 매매가격은 774만원으로 동탄신도시의 전세가(960만원) 대비 약 200만원 저렴하게 나타났다.

단지는 배산임수 입지로 동측에는 마등산이 위치해 있고 바로 앞에는 수변공원 조성이 예정돼 있는 숲세권, 공세권 아파트로 조성된다. 인근에는 지하철 1호선 오산역과 오산환승센터가 위치하며 1번 국도와 경부고속도로 오산IC도 가깝다. 단지 바로 앞에는 원동~부산동간 도로와 원동~동탄2지구간 도로도 계획돼 향후 교통여건이 더 개선될 전망이다. 


가까운 교육시설로는 원당초, 성호중, 운암중, 운천고, 성호고, 운암고 등이 있다. 롯데마트, CGV, 오산 한국병원, 오산 종합운동장, 오산시청, 경찰서 등이 주변 생활인프라를 구성한다.
 

▲신내역 시티프라디움= 시티건설이 서울 양원지구에 선보인 역세권 주거단지 ‘신내역 시티프라디움’이 오피스텔이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최고 경쟁률 24.89대 1로 청약이 마감될 만큼 인기몰이를 했는데 현재 일부 세대에 한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분양 관계자는 “성황리에 계약이 진행되었으며, 일부 잔여 세대에 한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랑구 양원지구 내 주상복합용지에 주거단지 총 1438세대와 스트리트형 상업시설이 구성된다. 1차 분양 분은 주거용 오피스텔 지하 4층∼지상 25층 8개동, 전용 40~84㎡ 총 943실 규모다. 

오랜 기간 그린벨트로 지정됐던 지역인 만큼 친자연적인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개통한 지하철 6호선 신내역과 경의중앙선 양원역이 도보권에 있는 더블 역세권을 자랑한다. 입지 장점 외에 눈길을 끄는 특징은 주상복합용지 단지 내 구성이다. 건축법상 오피스텔로 분류되지만 아파트 평면처럼 구성한 주거형 오피스텔, 일명 ‘아파텔’로 주거단지와 스트리트형 상업시설로 조성된다.
 

▲군포 송정 풍산 리치안 플랫홈= KB부동산신탁은 군포 송정택지지구에서 ‘군포 송정 풍산 리치안 플랫홈’ 오피스텔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풍산건설이 시공하는 군포 송정 풍산 리치안 플랫홈은 경기도 군포시 도마교동 일원에 위치한다. 오피스텔 전용면적 20~43㎡ 총 464실 규모다. 단지 내 상가인 상업시설 총 72실(1~2층)도 동시 분양 중이다. 군포 송정지구 최대인 600여대가 넘는 주차공간이 확보돼 있다. 

군포시 송정지구는 대야미동과 도마교동 일원에 총 51만3587㎡ 규모로 조성하는 공공택지다. 전체 면적의 약 82%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조성한 만큼 녹지공간이 풍부하다. 


어디 가기
쉽지 않은데…

지하철 1호선 의왕역을 비롯해 4호선 대야미역, 반월역이 오피스텔 인근에 위치해있다. 단지 바로 앞에 송정지구와 의왕역을 연결하는 송부로 96번길이 있고, 수원~광명고속도로 남군포 IC, 영동고속도로 군포IC가 인접해있다. 수도권 동북부 지역 신도시와 수도권 남부지역의 도심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GTX C노선(양주~수원)이 예타조사를 통과해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서 금정역부터 삼성역까지 약 10분대로 접근이 가능해지는 등 서울 접근성이 한층 더 좋아질 전망이다. 

지구 내 유일한 전세대 복층 다락 설계에 5룸, 3베이 혁신평면(일부 세대)을 적용했다. 일부가구 테라스 특화 설계까지 총 3개 타입 평면 구성으로 1인 가구와 신혼부부, 어린 자녀가 있는 3인 가구까지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킬 예정이다. 2021년 2월 준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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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