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전장 업체 ‘남성’의 후계 구도에 눈길이 간다. 오너 2세들이 번갈아 대표이사를 맡는가 하면, 같은 세대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쥐고 있던 오너 3세는 대량 매도에 나섰다.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걸까.
‘남성’은 지난 1965년 창립된 중견 전장 업체다. 라디오, 오디오 등 차량용 멀티미디어 기기를 주력으로 다룬다. 창업주는 윤봉수 회장이다.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전자사업은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한 우물만 판다’는 창업주의 집념이 있었다. 결국 남성은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11번째 ‘명문장수기업’에 등극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목
남성 성적표는 수출에 좌우된다. 해외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수익은 부동산 임대 등에서 발생한다. 최근 남성 실적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해외 수출 여건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였다.
남성의 3년간(2017~2019) 연결 기준 매출액은 919억원, 832억원, 729억원 등으로 매년 앞 자리 수가 바뀌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2억원에서 9억원, 4억원으로 곤두박질쳤고, 순이익 역시 13억원에서 -35억원, -21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남성은 연결 기준 반기 누적 매출액 3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 가량 하락한 수치다. 가시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속사정은 뼈아프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21억원에서 1억원으로 크게 추락했다. 11억원이던 순이익은 -12억원으로 악화됐다.
경영 전면에는 창업주 윤 회장과 슬하 3형제가 있다. 윤 회장은 만 86세의 고령이지만 경영 총괄을 담당하며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너 2세들은 부친을 중심으로 각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자 경영’인 셈이다.
전장업 55년 명문장수기업 선정
실적은 내리막…적자 못 벗어나
다만 윤 회장에게는 회사 주식이 없다. 그는 지난 2005년 보유 주식 전량(31만8204주, 8.79%)을 가족들에게 증여한 바 있다. 그 결과, 남성 최대주주는 기존 윤 회장에서 장남 윤남철 사장으로 변경됐다.
후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윤남철 사장의 존재감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윤 회장의 지분 증여 이듬해인 2006년 남성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부친·장남’ 공동 경영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사실상 윤남철 사장이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곧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2014년 차남 윤성호 대표는 남성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윤성호 대표는 일찌감치 등기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996년부터 남성 이사로 재직했다.
임원으로 선임된 시기는 3형제 중에서 가장 빨랐다. 반면 후계 경쟁력을 확보했던 윤남철 사장은 2006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처음으로 등기임원이 됐다. 차남 윤성호 대표의 등장으로 기존 ‘부친·장남’ 경영 체제는 ‘부친·장남·차남’으로 변경됐다.
약 5년 뒤 다시금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 윤성호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윤성호 대표의 퇴장으로 ‘부친·장남·차남’ 체제는 ‘부친·차남’으로 교체됐다.
현재 남성을 이끌고 있는 ‘윤봉수·윤성호’ 체제는 견고하다. 이들은 계열사 남성에이엠디에서도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남성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온 윤남철 사장은 계열사 남성인프라넷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삼남 윤종호 부사장은 계열사 남성에이엠디 이사와 미국 현지 법인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로 활동 중이다.
윤종호 부사장은 지난 2011년부터 남성 등기 임원이었지만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은 없다. 뚜렷했던 장남의 존재감이 효력을 잃었고, 무게감이 차남에게 실렸지만 예단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체된 오너 2세 물음표 후계 구도
오너 3세 존재감 대량 매도로 흐릿
현재 남성 경영권에서 가장 가까운 인물은 윤성호 대표다. 하지만 그는 남성 2대 주주(8.99%)다. 최대주주는 윤남철 사장(14.31%)이다.
오너 3세의 지분 변동도 주목할만하다. 3세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인물은 윤성호 대표의 장남이었다. 1996년생인 그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성 주식 2%를 보유한 4대 주주였다. 그에 비해 윤남철 사장 슬하 두 자녀의 지분율은 각각 1.53%, 1.25%였다.
처음부터 이들의 주식 수가 차이를 보인 건 아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오너 3세들의 남성 주식 최초 보유 시기는 1998년이다. 초기에는 모두 0.72%로 동일한 수치였지만, 윤 회장이 윤성호 대표 장남에게 가장 많은 주식을 증여하면서 순위 변동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윤성호 대표의 장남은 돌연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 공시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16일 보유 주식 72만2560주 가운데 50만주를 매각했다. 기존 지분율은 2%에서 0.62%로 수직 하락했다. 동시에 4대 주주 자리는 윤남철 사장의 자녀에게 돌아갔다.
윤남철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지만, 통상 후계 경쟁력은 소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으로 비교된다. 또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는 그의 자녀들까지 같은 세대 내에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곤 한다. 비록 윤남철 사장이 본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계열사를 맡고 있지만 보유 주식 수를 고려해보면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이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탈
윤남철 사장은 지난 2012년 반도체 공정 재료와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는 오션브릿지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윤남철 사장은 30% 지분을 취득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의 두 딸 역시 9.7%씩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윤남철 사장은 오션브릿지에서 4.8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딸도 각각 2.55%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