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뉴스] 한국 레슬링의 ‘작은 거인’ 심권호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적인 선수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제패를 무려 2회나, 그것도 2개의 다른 체급에서 이뤄낸 것이다.
두 번의 올림픽, 1996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 시드니올림픽 모두 심권호가 멋진 업적을 달성한 경기다. 심권호는 1993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줄곧 한국 남자 레슬링의 간판선수다운 활약을 펼쳤다.
두 체급 석권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995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와 프라하 세계선수권대회, 1996 샤오산 아시안게임까지 모두 그레코로만형 48kg급 금메달을 차지한 심권호는 이어질 올림픽에서도 단연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그리고 마침내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금메달을 거머쥐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이 금메달에는 특별한 의미도 있었다. 한국이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획득한 첫 금메달이자 대표팀의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엄청난 시련이 닥쳐왔다. FILA(현 UWW)의 체급 조정에 따라 그레코로만형 48kg급이 아예 없어져버린 것이다. 심권호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최경량급인 54kg급에 적응해야만 했다.
1996 애틀랜타, 2000 시드니 연속 제패
1993년 국대 선발 후 간판선수로 활약
쉽게 극복하기 힘든 무게 차이였던 만큼 심권호도 1년여의 시간 동안 부진을 겪었지만, 결국에는 54kg급에서도 화려한 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최강자의 위용을 뽐냈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올림픽을 앞두고 1998 예블레 세계선수권대회와 방콕 아시안게임, 1999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차지하며 메이저 대회를 석권까지는 올림픽 금메달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마침내 시드니 올림픽 결승전. 일찌감치 점수를 내며 승부를 결정지은 심권호는 이 승리로 48kg급에서 54kg급으로 체급을 바꿔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 이후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택하는 것과 달리 심권호는 회사원으로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현역 시절 오랫동안 몸담았던 소속팀 주택공사(현 LH)에서 잠시 코치를 맡기도 했지만, 2012년부터는 LH에서 일반 사무직으로 재직 중이다.
회사 생활을 하는 한편 방송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서 올림픽에 함께했으며, 이후로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녹슬지 않은 체력과 특유의 유머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뒤이을 차세대 스타 누구?
전망 어두운 ‘효자 종목’
무엇보다도 2014년 대한민국 레슬링 선수 최초로 UWW 명예의 전당에 오르며 경량급 전설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그렇다면 심권호의 뒤를 이어 내년 도쿄에서 한국 남자 레슬링의 위상을 드높일 선수는 누가 있을까. 한국에서 올림픽 레슬링은 ‘효자 종목’으로 꼽히지만, 현재 한국 선수 중에서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을 확정지은 선수는 아직 없다.
한국 레슬링의 간판스타로 꼽히는 김현우(그레코로만형 77kg급)와 류한수(그레코로만형 67kg급) 모두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에서 있었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쿄행 티켓을 확보할 기회를 놓쳤다.
게다가 당초 올해 초로 예정됐던 아시아 예선과 세계 예선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기 때문에 김현우와 류한수의 올림픽 출전 여부도 내년이 돼야 확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이미 올해 국가대표선발전에도 통과했고, 사실상 국내 최강자로서 도쿄올림픽 출전에 많은 기대가 걸려 있다.
명예의 전당
특히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그레코로만형 66kg급)과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그레코로만형 75kg급)의 주인공 김현우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며 도쿄 올림픽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제게는 마지막 올림픽인 도쿄 올림픽의 취소나 연기 여부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