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테오젠 ‘유령 회사’ 정체

회사 찾아가니 대표님 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알테오젠 오너 일가가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스페라리서치’라는 법인이다. 바이오 분야와 함께 다소 이채로운 사업을 다루는 업체다. 눈길이 가는 건 이곳의 주소지다. 다름 아닌 알테오젠 대표 오너 일가의 거주지기 때문이다.
 

▲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

알테오젠은 지난 2008년 설립된 바이오 기업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바이오베터(바이오시밀러 개량 신약)’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2014년에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알테오젠을 향한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1조6000억원 상당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4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핫한 바이오

또 알테오젠은 이른바 ‘핫한 종목’으로 꼽히는 씨젠, 신풍제약과 함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에 편입됐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서 가장 많이 매수한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주가는 18만원 선이다.

알테오젠 창업주는 박순재 대표이사와 정혜신 이사 부부다. 박 대표는 LG화학 연구원,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내공을 다졌다.


정 이사는 한남대 생명시스템과학과 교수로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했다. 정 이사는 2010년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알테오젠 대표이사를 지냈다.

알테오젠 최대주주는 박 대표다. 지분율은 20.26%다. 정 이사는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4.18%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보유 주식을 지난달 9일 외국계 투자회사에 5만주를 매도(-0.19%)하면서 3.99%로 줄었다. 이들 부부의 자녀에게도 0.61%가 있다.

알테오젠 계열사는 3곳이다. ‘알토스바이오사이언스(의약품 연구개발)’ ‘엘에스메디텍(의약품 도소매업)’ ‘세레스에프엔디(의약품 생산개발)’ 등이다. 본사와 마찬가지로 모두 바이오 분야와 맞닿아있다.

조단위 수출 계약·MSCI 편입…연일 주목
신생 계열사? 기존과 결 다른 사업 눈길

알테오젠은 알토스바이오사이언스와 엘에스메디텍을 100%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세레스에프엔디에서는 70%가 넘는 지분을 쥐고 있다. 박 대표는 알토스바이오사이언스와 세레스에프엔디서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알테오젠 오너 일가는 지난 7월20일 ‘스페라리서치’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800만원이다. 주식은 전체 1000만주 중에서 3만6000주가 발행됐다.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주식매수선택권과 관련된 사안이 등재돼있다.

스페라리서치는 생명공학 관련 기술·사업을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업체로 보인다. 기존 알테오젠 계열사와 유사하지만 다소 결이 다르다.
 

▲ 알테오젠 본사 ⓒ알테오젠

스페라리서치 사업 목적에는 문화예술, 전시, 뮤지컬, 공연, 음반 제작, 출판, 광고제작 등이 적시돼있다. 벤처기업, 창업자 투자와 엑셀러레이팅, 중소기업창업 투자조합 자금 운용 관리 등도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알테오젠 계열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사업들이다.

스페라리서치는 비상장사인 관계로 주주명부를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추정이 가능하다. 스페라리서치 임원은 모두 2명으로 정 이사와 알테오젠 상무다. 정 이사는 대표이사로, 알테오젠 상무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정 이사 등이 스페라리서치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눈길이 가는 건 스페라리서치 주소지다. 알테오젠 계열사들은 빌딩이나 공장단지에 입주했지만 스페라리서치는 다름 아닌 단독주택에 주소를 뒀다.

해당 단독주택은 박 대표와 정 이사 부부의 거주지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5년부터 이곳에 주거하고 있다. 부근에 여러 단독주택들이 모여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스페라리서치가 이곳을 사업장으로 결정한 배경에 물음표가 찍힌다.

알테오젠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스페라리서치에 대해 처음 듣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스페라리서치는 알테오젠의 신생 계열사보다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스페라리서치’ 주소 오너 주택과 같아
사측 “아는 바 없다”…개인회사 추정

일각에선 스페라리서치를 알테오젠 사업 확장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알테오젠은 지난 5일, 투자기관과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해당 자금은 생산 공장 증설 등에 쓰일 공산이 크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올 겨울 바이오시밀러 자체 생산 공장을 착공하고, 2024년부터 상업용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라리서치는 문화예술, 전시 등 바이오 분야와 다소 거리감이 있는 사업들을 사업 목적에 등재해놨지만 큰 줄기는 생명공학이다. 또 정 이사 등 스페라리서치 임원들이 모두 알테오젠서 재직하고 있는 만큼, 알테오젠의 사업 흐름에 따라 계열사로 편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테오젠은 최근 3년간(2017~2019) 적자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1억원, 137억원, 29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계속됐다.

영업손실의 경우 61억원서 76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적자 폭은 22억원으로 줄었다. 순손실은 74억원, 70억원 수준서 17억원으로 낮아졌다.

올해 성적표는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알테오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233억원이다. 직전년도에 비해 2.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동기간 영업손실 58억원은 영업이익 38억원으로 플러스 전환됐다. 순손실 역시 50억원서 순이익 40억원으로 반전됐다.

사업 연장선?

계열사 알토스바이오사이언스는 반기 기준 매출액은 없지만 순이익은 200만원이다. 엘에스메디텍은 59억원 매출에 1억원 순이익을 냈다. 세레스에프엔디의 경우 8억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34억원 순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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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