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안개 정국 키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야권 뭘 고민하나? 이대론 무조건 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몸값’이 더욱더 오르는 분위기다. 그는 여권을 향한 합리적인 쓴소리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특집으로 지난 21일 국민의당 당사서 그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여러 현안을 짚고, 정치인 안철수의 과거와 미래를 들어봤다.
 

▲ 일요시사와 대담 갖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정부에 ‘낙제점’을 줬다. 그는 화합과 통합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사태’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 등으로 2030세대의 갈등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또 여권발 악재가 터질 때마다 양 극단의 목소리가 과잉 대변되면서 한국은 두 갈래로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문재인정부가 강조했던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위배되는 여권발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문정부는 위선적이다. 도덕적인 규범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그걸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이 정부가 행동을 교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용 지식인, 어용 언론, 강한 팬덤이 정부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못 읽는 정부는 교만해지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불행이다.

-양 극단으로 갈라지는 경향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는 화합과 통합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잘못을 비판하는 소수를 ‘악마화’ 해서 다수의 국민과 싸우게 만든다. 정부를 향한 비난의 방향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자와 무주택자,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심지어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싸우고 있다.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이간질시키는 정치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권력으로 탈영을 무마한 것이다. 일반 군인들은 조금만 늦게 귀대하더라도 영창을 간다. 누구한테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법이 권력자의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오히려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오는 태도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과 규율을 흔들고 있다.

“위선적인 정부 낙제점”
“갈등 조장에 분열까지”

‘조국 사태’를 한창 겪을 때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대리시험이 뭐가 문제냐”고 했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수가 있나. 우리 사회가 추락하고 있다. 기본이 안 지켜지는 사회의 슬픈 단면들이다.

-집권 4년차인 문정부에 주고 싶은 점수는.

▲낙제점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굉장히 어려웠던 경제는 바닥 수준이다. 부동산 정책,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대표적인 실패 정책이다. 좋은 뜻에서 세운 정책이겠지만, 아마추어적으로 접근했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이며, 중국으로부터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

대북관계 역시 문정부 출범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사회적으로도 국민은 분열되고 공정이라는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대학 입시, 군 문제 등 정부여당 관계자들에게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합격점을 줄 수가 없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말에 코로나19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종식까지 긴 터널이 있다고 하면 고작 3분의 1을 지나온 셈이다. 우리가 지나온 기간의 두 배를 더 지나야 하는데, 대통령이 직접 코로나19 종식을 이야기했다. 국가 지도자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다. 또 정부는 소비 쿠폰을 발행하고 임시공휴일을 만들면서 또다시 코로나19 2차 확산 문턱에 갔다.

코로나19 내년 말 종식 예상
“언택트로 전 세계가 재편될 것”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대규모 2차 확산을 막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있고,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이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 이들을 살리는 건 정부서 해야 할 일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전개된다. ‘언택트’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가 재편될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 된 후 국민이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금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어느 것도 뚜렷하게 잘하고 있지 않아 걱정이다.

-의사 출신이다. 최근 의사 파업 사태를 어떻게 봤는가.

▲정부가 왜 하필 지금 이러한 정책을 내놨는지 의문이다. 공공의대 도입 정책의 성공 여부는 10년 후에야 평가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내년 말 이후에 꺼낼 순 없었나. 일선서 코로나19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의료진에게 돌을 던진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정책을 두고 이해관계자들과 일체 소통도 안 했다.

2016년 ‘녹색돌풍’을 일으킨 안 대표의 정치는 늘 외로웠다. 그는 양당제가 공고한 정치권서 기존 정당의 틀과 관성을 깨는 중도정치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진영논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신생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삼김시대’ 이후로 교섭단체(20석)를 충족하는 유일한 3당이였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안 대표가 물러난 이후 당내 극심한 내홍이 계속됐다. 안 대표는 이를 두고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악독한 정당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7 대선과 2018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후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2년 뒤, 안 대표는 21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이 이어졌고, 중도 세력이 설 곳은 없었다.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6.8%를 기록하면서, 원내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16년 국민의당은 여야를 견제할 수 있는 제3당으로 자리 잡았지만, 결국 당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3당으로 출범해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가졌다. 이 세력이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우리 당 의원들이 선거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씌워 10여명을 기소했고, 3년 뒤 대법원서 전원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라는 판결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악독한 정당 탄압이었다.

그런 사태가 생길 때는 한 번 피를 봐야 진정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대표직을 사퇴했다.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당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했다. 이후 당은 3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는 부정부패 정치다.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패거리 정치다. 좀 더 신랄하게 표현하면 ‘조폭 정치’다. 조폭 패거리의 판단 기준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다. 우리 편이면 아무리 잘못해도 감싸 안는다.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세 번째는 ‘자뻑’ 정치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 같은 정치, 국민을 하인 취급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폐해다.

-이를 답습하지 않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상식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우리 편이라도 잘못했으면 잘못한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벌을 받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익을 위해 봉사하고, 상식에 기반해 판단하는 정치다. 국민 아래서 국민을 섬기고자 한다. 이는 8년 전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변함이 없다.

-일각에선 정치 노선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아지질 않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기득권 정치 세력의 공격 수법이었다. 그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날 공격하는 것이다. 내가 설명하는 목소리는 작고, 기득권 정치 세력의 목소리가 훨씬 크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모호하다는 이미지가 박힐 수밖에 없다. 낡은 정치의 이미지 조작 수법에 국민 분들이 많이 속으셨다.

8년 전 같은 실용정치 고수
“야권, 혁신경쟁 필요”

-중도실용정치를 어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 노선에 대한 왜곡이 많았다고 하지만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농부가 밭을 탓하면 되겠나.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유튜브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진중권 교수와 세 편 정도 대담을 냈는데 총 조회 수가 200만을 넘겼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는 조회 수가 10만~20만에 육박한다. 다른 당은 고작 2000뷰에 불과하다. 본질을 고민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하려는 노력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의료 봉사활동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 지지율이 올랐다.

▲아내를 의료 봉사활동 현장서 만났다. 대구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둘이 같이 대구로 내려갔는데 경황이 없어서 사진이 찍힌 줄도 몰랐다. 진심이 전달돼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국민 분들에게 의료진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서 일하고 있는지를 알려드려 보람 있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표심과 직결되는 정치인의 ‘퍼포먼스’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나온다.

▲난 이미지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국회의원 시절 나름대로 많은 일들을 했고 보람을 느꼈다. 2016년 김영란법 논의가 멈췄을 때,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 설득하고 논의해 본회의에 올렸다. 국회의원으로서 소신을 지키는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은 결국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되실 거라 믿고 있다. 그게 올바르게 정치가 발전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둔 현재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는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의 합당 여부다. 국민의힘은 그를 향한 러브콜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이 가지고 있는 색과 상징성이 정치권서 적지 않을 뿐더러, 국민의힘이 가장 필요로 하는 중도 지지층을 당이 섭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여권에 대항하기 위해 양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안 대표는 야권의 정치 상황에 대해 “지금 이 상태라면 정권 교체는 물론,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승리도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야권의 혁신경쟁을 강조했다. 선거를 위한 연대보다는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의석이 많다고 해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힘이 없다. 아무리 의석이 적어도 국민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3석에 불과한 당이지만, 던지는 담론의 크기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 분들이 정부여당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일들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해 주신다.

-국민의힘과의 연대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이 상태로 연대를 하든, 하지 않든 내년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서 이길 확률이 굉장히 낮다. 지금까지 야당은 4연패를 했다. 극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기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면접원이 직접하는 여론조사 방식서 민심이 더 정확히 반영된다. 이런 방식서 여당 지지율은 40%, 제1야당은 20%를 기록했다.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가 난다. 낙관할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합당한다 해도 (여당 지지율에)훨씬 못 미치니 힘든 상황인 걸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여러 언론을 통해 합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견이 바뀔 수도 있나.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바뀌지 않을 거다. 지금은 연대에 대해 고민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힘을 길러야 한다. 미래 담론을 향한 혁신경쟁이 필요하다. 국민 분들은 한 당에서 계속 같은 얘기를 하면 쳐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두 당이 경쟁하면 쳐다보는 분들이 생긴다. 국민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비호감을 없애는 것이 지지층을 넓히는 시작이다. 지금은 선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훨씬 더 혁신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지지자들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정치인 안철수는 역사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묵묵히 실용정치의 길을 걸으면서, 나름대로 큰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양쪽으로 나뉜 패거리 정치와는 다른 길을 가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다. 양쪽에 속해 있었으면 편하게 정치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관심사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은 채 이 길을 걸어왔다는 것 자체가 보람된 시도였다.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옳은 길, 최선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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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