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안개 정국 키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야권 뭘 고민하나? 이대론 무조건 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몸값’이 더욱더 오르는 분위기다. 그는 여권을 향한 합리적인 쓴소리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특집으로 지난 21일 국민의당 당사서 그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여러 현안을 짚고, 정치인 안철수의 과거와 미래를 들어봤다.
 

▲ 일요시사와 대담 갖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정부에 ‘낙제점’을 줬다. 그는 화합과 통합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사태’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 등으로 2030세대의 갈등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또 여권발 악재가 터질 때마다 양 극단의 목소리가 과잉 대변되면서 한국은 두 갈래로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문재인정부가 강조했던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위배되는 여권발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문정부는 위선적이다. 도덕적인 규범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그걸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이 정부가 행동을 교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용 지식인, 어용 언론, 강한 팬덤이 정부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못 읽는 정부는 교만해지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불행이다.

-양 극단으로 갈라지는 경향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는 화합과 통합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잘못을 비판하는 소수를 ‘악마화’ 해서 다수의 국민과 싸우게 만든다. 정부를 향한 비난의 방향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자와 무주택자,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심지어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싸우고 있다.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이간질시키는 정치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권력으로 탈영을 무마한 것이다. 일반 군인들은 조금만 늦게 귀대하더라도 영창을 간다. 누구한테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법이 권력자의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오히려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오는 태도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과 규율을 흔들고 있다.

“위선적인 정부 낙제점”
“갈등 조장에 분열까지”

‘조국 사태’를 한창 겪을 때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대리시험이 뭐가 문제냐”고 했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수가 있나. 우리 사회가 추락하고 있다. 기본이 안 지켜지는 사회의 슬픈 단면들이다.

-집권 4년차인 문정부에 주고 싶은 점수는.

▲낙제점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굉장히 어려웠던 경제는 바닥 수준이다. 부동산 정책,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대표적인 실패 정책이다. 좋은 뜻에서 세운 정책이겠지만, 아마추어적으로 접근했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이며, 중국으로부터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

대북관계 역시 문정부 출범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사회적으로도 국민은 분열되고 공정이라는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대학 입시, 군 문제 등 정부여당 관계자들에게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합격점을 줄 수가 없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말에 코로나19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종식까지 긴 터널이 있다고 하면 고작 3분의 1을 지나온 셈이다. 우리가 지나온 기간의 두 배를 더 지나야 하는데, 대통령이 직접 코로나19 종식을 이야기했다. 국가 지도자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다. 또 정부는 소비 쿠폰을 발행하고 임시공휴일을 만들면서 또다시 코로나19 2차 확산 문턱에 갔다.

코로나19 내년 말 종식 예상
“언택트로 전 세계가 재편될 것”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대규모 2차 확산을 막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있고,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이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 이들을 살리는 건 정부서 해야 할 일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전개된다. ‘언택트’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가 재편될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 된 후 국민이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금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어느 것도 뚜렷하게 잘하고 있지 않아 걱정이다.

-의사 출신이다. 최근 의사 파업 사태를 어떻게 봤는가.

▲정부가 왜 하필 지금 이러한 정책을 내놨는지 의문이다. 공공의대 도입 정책의 성공 여부는 10년 후에야 평가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내년 말 이후에 꺼낼 순 없었나. 일선서 코로나19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의료진에게 돌을 던진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정책을 두고 이해관계자들과 일체 소통도 안 했다.

2016년 ‘녹색돌풍’을 일으킨 안 대표의 정치는 늘 외로웠다. 그는 양당제가 공고한 정치권서 기존 정당의 틀과 관성을 깨는 중도정치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진영논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신생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삼김시대’ 이후로 교섭단체(20석)를 충족하는 유일한 3당이였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안 대표가 물러난 이후 당내 극심한 내홍이 계속됐다. 안 대표는 이를 두고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악독한 정당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7 대선과 2018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후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2년 뒤, 안 대표는 21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이 이어졌고, 중도 세력이 설 곳은 없었다.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6.8%를 기록하면서, 원내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16년 국민의당은 여야를 견제할 수 있는 제3당으로 자리 잡았지만, 결국 당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3당으로 출범해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가졌다. 이 세력이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우리 당 의원들이 선거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씌워 10여명을 기소했고, 3년 뒤 대법원서 전원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라는 판결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악독한 정당 탄압이었다.

그런 사태가 생길 때는 한 번 피를 봐야 진정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대표직을 사퇴했다.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당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했다. 이후 당은 3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는 부정부패 정치다.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패거리 정치다. 좀 더 신랄하게 표현하면 ‘조폭 정치’다. 조폭 패거리의 판단 기준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다. 우리 편이면 아무리 잘못해도 감싸 안는다.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세 번째는 ‘자뻑’ 정치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 같은 정치, 국민을 하인 취급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폐해다.

-이를 답습하지 않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상식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우리 편이라도 잘못했으면 잘못한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벌을 받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익을 위해 봉사하고, 상식에 기반해 판단하는 정치다. 국민 아래서 국민을 섬기고자 한다. 이는 8년 전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변함이 없다.

-일각에선 정치 노선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아지질 않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기득권 정치 세력의 공격 수법이었다. 그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날 공격하는 것이다. 내가 설명하는 목소리는 작고, 기득권 정치 세력의 목소리가 훨씬 크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모호하다는 이미지가 박힐 수밖에 없다. 낡은 정치의 이미지 조작 수법에 국민 분들이 많이 속으셨다.

8년 전 같은 실용정치 고수
“야권, 혁신경쟁 필요”

-중도실용정치를 어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 노선에 대한 왜곡이 많았다고 하지만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농부가 밭을 탓하면 되겠나.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유튜브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진중권 교수와 세 편 정도 대담을 냈는데 총 조회 수가 200만을 넘겼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는 조회 수가 10만~20만에 육박한다. 다른 당은 고작 2000뷰에 불과하다. 본질을 고민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하려는 노력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의료 봉사활동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 지지율이 올랐다.

▲아내를 의료 봉사활동 현장서 만났다. 대구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둘이 같이 대구로 내려갔는데 경황이 없어서 사진이 찍힌 줄도 몰랐다. 진심이 전달돼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국민 분들에게 의료진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서 일하고 있는지를 알려드려 보람 있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표심과 직결되는 정치인의 ‘퍼포먼스’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나온다.

▲난 이미지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국회의원 시절 나름대로 많은 일들을 했고 보람을 느꼈다. 2016년 김영란법 논의가 멈췄을 때,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 설득하고 논의해 본회의에 올렸다. 국회의원으로서 소신을 지키는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은 결국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되실 거라 믿고 있다. 그게 올바르게 정치가 발전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둔 현재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는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의 합당 여부다. 국민의힘은 그를 향한 러브콜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이 가지고 있는 색과 상징성이 정치권서 적지 않을 뿐더러, 국민의힘이 가장 필요로 하는 중도 지지층을 당이 섭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여권에 대항하기 위해 양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안 대표는 야권의 정치 상황에 대해 “지금 이 상태라면 정권 교체는 물론,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승리도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야권의 혁신경쟁을 강조했다. 선거를 위한 연대보다는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의석이 많다고 해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힘이 없다. 아무리 의석이 적어도 국민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3석에 불과한 당이지만, 던지는 담론의 크기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 분들이 정부여당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일들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해 주신다.

-국민의힘과의 연대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이 상태로 연대를 하든, 하지 않든 내년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서 이길 확률이 굉장히 낮다. 지금까지 야당은 4연패를 했다. 극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기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면접원이 직접하는 여론조사 방식서 민심이 더 정확히 반영된다. 이런 방식서 여당 지지율은 40%, 제1야당은 20%를 기록했다.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가 난다. 낙관할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합당한다 해도 (여당 지지율에)훨씬 못 미치니 힘든 상황인 걸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여러 언론을 통해 합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견이 바뀔 수도 있나.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바뀌지 않을 거다. 지금은 연대에 대해 고민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힘을 길러야 한다. 미래 담론을 향한 혁신경쟁이 필요하다. 국민 분들은 한 당에서 계속 같은 얘기를 하면 쳐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두 당이 경쟁하면 쳐다보는 분들이 생긴다. 국민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비호감을 없애는 것이 지지층을 넓히는 시작이다. 지금은 선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훨씬 더 혁신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지지자들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정치인 안철수는 역사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묵묵히 실용정치의 길을 걸으면서, 나름대로 큰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양쪽으로 나뉜 패거리 정치와는 다른 길을 가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다. 양쪽에 속해 있었으면 편하게 정치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관심사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은 채 이 길을 걸어왔다는 것 자체가 보람된 시도였다.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옳은 길, 최선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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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