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안개 정국 키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야권 뭘 고민하나? 이대론 무조건 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몸값’이 더욱더 오르는 분위기다. 그는 여권을 향한 합리적인 쓴소리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특집으로 지난 21일 국민의당 당사서 그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여러 현안을 짚고, 정치인 안철수의 과거와 미래를 들어봤다.
 

▲ 일요시사와 대담 갖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정부에 ‘낙제점’을 줬다. 그는 화합과 통합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사태’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 등으로 2030세대의 갈등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또 여권발 악재가 터질 때마다 양 극단의 목소리가 과잉 대변되면서 한국은 두 갈래로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문재인정부가 강조했던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위배되는 여권발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문정부는 위선적이다. 도덕적인 규범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그걸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이 정부가 행동을 교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용 지식인, 어용 언론, 강한 팬덤이 정부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못 읽는 정부는 교만해지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불행이다.

-양 극단으로 갈라지는 경향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는 화합과 통합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잘못을 비판하는 소수를 ‘악마화’ 해서 다수의 국민과 싸우게 만든다. 정부를 향한 비난의 방향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자와 무주택자,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심지어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싸우고 있다.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이간질시키는 정치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권력으로 탈영을 무마한 것이다. 일반 군인들은 조금만 늦게 귀대하더라도 영창을 간다. 누구한테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법이 권력자의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오히려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오는 태도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과 규율을 흔들고 있다.

“위선적인 정부 낙제점”
“갈등 조장에 분열까지”

‘조국 사태’를 한창 겪을 때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대리시험이 뭐가 문제냐”고 했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수가 있나. 우리 사회가 추락하고 있다. 기본이 안 지켜지는 사회의 슬픈 단면들이다.

-집권 4년차인 문정부에 주고 싶은 점수는.

▲낙제점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굉장히 어려웠던 경제는 바닥 수준이다. 부동산 정책,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대표적인 실패 정책이다. 좋은 뜻에서 세운 정책이겠지만, 아마추어적으로 접근했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이며, 중국으로부터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


대북관계 역시 문정부 출범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사회적으로도 국민은 분열되고 공정이라는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대학 입시, 군 문제 등 정부여당 관계자들에게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합격점을 줄 수가 없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말에 코로나19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종식까지 긴 터널이 있다고 하면 고작 3분의 1을 지나온 셈이다. 우리가 지나온 기간의 두 배를 더 지나야 하는데, 대통령이 직접 코로나19 종식을 이야기했다. 국가 지도자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다. 또 정부는 소비 쿠폰을 발행하고 임시공휴일을 만들면서 또다시 코로나19 2차 확산 문턱에 갔다.

코로나19 내년 말 종식 예상
“언택트로 전 세계가 재편될 것”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대규모 2차 확산을 막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있고,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이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 이들을 살리는 건 정부서 해야 할 일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전개된다. ‘언택트’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가 재편될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 된 후 국민이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금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어느 것도 뚜렷하게 잘하고 있지 않아 걱정이다.

-의사 출신이다. 최근 의사 파업 사태를 어떻게 봤는가.

▲정부가 왜 하필 지금 이러한 정책을 내놨는지 의문이다. 공공의대 도입 정책의 성공 여부는 10년 후에야 평가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내년 말 이후에 꺼낼 순 없었나. 일선서 코로나19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의료진에게 돌을 던진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정책을 두고 이해관계자들과 일체 소통도 안 했다.

2016년 ‘녹색돌풍’을 일으킨 안 대표의 정치는 늘 외로웠다. 그는 양당제가 공고한 정치권서 기존 정당의 틀과 관성을 깨는 중도정치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진영논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신생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삼김시대’ 이후로 교섭단체(20석)를 충족하는 유일한 3당이였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안 대표가 물러난 이후 당내 극심한 내홍이 계속됐다. 안 대표는 이를 두고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악독한 정당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7 대선과 2018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후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2년 뒤, 안 대표는 21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이 이어졌고, 중도 세력이 설 곳은 없었다.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6.8%를 기록하면서, 원내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16년 국민의당은 여야를 견제할 수 있는 제3당으로 자리 잡았지만, 결국 당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3당으로 출범해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가졌다. 이 세력이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우리 당 의원들이 선거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씌워 10여명을 기소했고, 3년 뒤 대법원서 전원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라는 판결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악독한 정당 탄압이었다.

그런 사태가 생길 때는 한 번 피를 봐야 진정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대표직을 사퇴했다.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당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했다. 이후 당은 3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는 부정부패 정치다.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패거리 정치다. 좀 더 신랄하게 표현하면 ‘조폭 정치’다. 조폭 패거리의 판단 기준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다. 우리 편이면 아무리 잘못해도 감싸 안는다.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세 번째는 ‘자뻑’ 정치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 같은 정치, 국민을 하인 취급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폐해다.

-이를 답습하지 않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상식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우리 편이라도 잘못했으면 잘못한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벌을 받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익을 위해 봉사하고, 상식에 기반해 판단하는 정치다. 국민 아래서 국민을 섬기고자 한다. 이는 8년 전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변함이 없다.


-일각에선 정치 노선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아지질 않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기득권 정치 세력의 공격 수법이었다. 그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날 공격하는 것이다. 내가 설명하는 목소리는 작고, 기득권 정치 세력의 목소리가 훨씬 크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모호하다는 이미지가 박힐 수밖에 없다. 낡은 정치의 이미지 조작 수법에 국민 분들이 많이 속으셨다.

8년 전 같은 실용정치 고수
“야권, 혁신경쟁 필요”

-중도실용정치를 어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 노선에 대한 왜곡이 많았다고 하지만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농부가 밭을 탓하면 되겠나.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유튜브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진중권 교수와 세 편 정도 대담을 냈는데 총 조회 수가 200만을 넘겼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는 조회 수가 10만~20만에 육박한다. 다른 당은 고작 2000뷰에 불과하다. 본질을 고민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하려는 노력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의료 봉사활동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 지지율이 올랐다.

▲아내를 의료 봉사활동 현장서 만났다. 대구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둘이 같이 대구로 내려갔는데 경황이 없어서 사진이 찍힌 줄도 몰랐다. 진심이 전달돼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국민 분들에게 의료진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서 일하고 있는지를 알려드려 보람 있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표심과 직결되는 정치인의 ‘퍼포먼스’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나온다.

▲난 이미지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국회의원 시절 나름대로 많은 일들을 했고 보람을 느꼈다. 2016년 김영란법 논의가 멈췄을 때,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 설득하고 논의해 본회의에 올렸다. 국회의원으로서 소신을 지키는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은 결국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되실 거라 믿고 있다. 그게 올바르게 정치가 발전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둔 현재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는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의 합당 여부다. 국민의힘은 그를 향한 러브콜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이 가지고 있는 색과 상징성이 정치권서 적지 않을 뿐더러, 국민의힘이 가장 필요로 하는 중도 지지층을 당이 섭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여권에 대항하기 위해 양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안 대표는 야권의 정치 상황에 대해 “지금 이 상태라면 정권 교체는 물론,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승리도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야권의 혁신경쟁을 강조했다. 선거를 위한 연대보다는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의석이 많다고 해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힘이 없다. 아무리 의석이 적어도 국민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3석에 불과한 당이지만, 던지는 담론의 크기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 분들이 정부여당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일들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해 주신다.

-국민의힘과의 연대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이 상태로 연대를 하든, 하지 않든 내년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서 이길 확률이 굉장히 낮다. 지금까지 야당은 4연패를 했다. 극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기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면접원이 직접하는 여론조사 방식서 민심이 더 정확히 반영된다. 이런 방식서 여당 지지율은 40%, 제1야당은 20%를 기록했다.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가 난다. 낙관할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합당한다 해도 (여당 지지율에)훨씬 못 미치니 힘든 상황인 걸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여러 언론을 통해 합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견이 바뀔 수도 있나.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바뀌지 않을 거다. 지금은 연대에 대해 고민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힘을 길러야 한다. 미래 담론을 향한 혁신경쟁이 필요하다. 국민 분들은 한 당에서 계속 같은 얘기를 하면 쳐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두 당이 경쟁하면 쳐다보는 분들이 생긴다. 국민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비호감을 없애는 것이 지지층을 넓히는 시작이다. 지금은 선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훨씬 더 혁신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지지자들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정치인 안철수는 역사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묵묵히 실용정치의 길을 걸으면서, 나름대로 큰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양쪽으로 나뉜 패거리 정치와는 다른 길을 가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다. 양쪽에 속해 있었으면 편하게 정치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관심사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은 채 이 길을 걸어왔다는 것 자체가 보람된 시도였다.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옳은 길, 최선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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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