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 코로나와 국운 대예측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28 09:41:41
  • 호수 12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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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좋지 않지만 최악은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백 원장에게 코로나19 사태 추이와 국운에 대해 물었다.
 

▲ 일요시사와 대담 갖는 백운비 원장

올해는 코로나19가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추가 확진자 추이가 안정세에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른 경기침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날고 기어도 
꽉막힌 형국”

백 원장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쭉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모든 생명체에는 운의 흐름이란 것이 있다. 운이 나쁠 땐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코로나 백신이 내년에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 전염이 점점 잦아들다 2022년에 종식될 것으로 관측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 1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서 “내년 여름까지 전 세계에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며 “60% 수준의 백신 접종으로도 기하급수적인 질병의 확산을 거의 막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내년은 우리가 (코로나 환자)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이는 해가 될 것이며, 2022년에는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아내 멜린다와 세운 민간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3월 화이자를 포함한 다수 기업과 코로나 백신 개발에 협력할 것을 선언했다. 또 대형 제약회사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 등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미국서 10월 말까지 사용 승인을 신청할 백신은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선거 전 백신이 졸속 승인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 10월 말까지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백신은 화이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절한 대응 없이는 올해 가을 이후로 다시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빌 게이츠는 “북반구의 가을에 대해 비관적”이라며 “우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서 사망률이 봄과 같은 수준으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서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20만명에 육박하면서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최소 3년은 지나야 안정세 돌입”
“버티고 기다리는 것만이 해결책”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미국의 비참한 실패”라는 극단적 평가가 나왔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코로나19로 숨진 미국인이 2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문가들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방역 실패를 지적하면서 “불명예스럽다”고 자조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가 전 세계서 가장 많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미국서만 약 38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백 원장과 빌게이츠는 궤를 같이한다. 이 둘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운이 좋지가 않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등의 모습을 보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베 전 총리는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했고, 영국서도 왕자와 왕자비가 직책을 내려놓았다. 동서양 할 것 없이 각 나라의 대표자들이 불안한 행보를 보인다”고 말했다. 
 

▲ 지금은 코로나 시대 ⓒ고성준 기자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개헌안 국민투표가 가결되면서 2036년까지 종신 집권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통제하지 못하고 경제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초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59%까지 하락했다.

러시아 내 코로나19 상황은 좋지 않다. 누적 확진자 수는 21일 기준 94만2106명, 사망자는 1만6099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0여명씩 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세계 4의 규모다.

푸틴은 지난 20년 임기 동안의 경제적 실패를 만회해야만 한다. 지난해 7월 기준 러시아 내 절대빈곤 인구는 전 국민의 14.3%를 차지했다. 지난해 8월 수도 모스크바에선 반정부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셧다운으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10% 줄었다.

푸틴이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2024년까지 빈곤율을 6.6%까지 낮추겠다”고 했으나 현 추세로 보면 이를 달성할 확률은 극히 낮다.

일본서도 7년9개월간 지속된 아베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게 됐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6일 지병 악화 등을 이유로 사임했다. 아베의 지병은 궤양성 대장염 재발로 밝혀졌다. 궤양성 대장염은 장에 원인 미상의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엇갈리고…
충돌하고…

올해 초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올봄부터 왕실 직책을 공식적으로 내려놓고 평범한 서민의 삶을 살게 됐다. 이들이 왕실 공무를 수행한 대가로 받았던 각종 재정지원 역시 중단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1월 성명을 통해 해리 왕자 부부의 향후 거취 등에 관한 왕실 내 합의사항에 대해 밝혔다고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성명에 따르면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의 공식 구성원으로서 부여받은 ‘전하’의 호칭 등과 각종 작위를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됐다. 


백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병명으로 비유하면 3기 암 환자의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4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어 “좋지 않은 국운이 짧게 보면 2022년까지, 길게 보면 2025년까지 유지될 공산이 크다. 이 상황을 타파하고 싶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도 알아야 하고 나라의 운도 알아야 한다.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어야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한 주 만에 큰 변동을 이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논란과 관련해 그동안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진보 진영이 재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이 수도권 부동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9월 넷째 주 정례조사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41.7%) 대비 4.8%p 오른 46.5%다.
 

▲ ⓒpixabay

부정 평가는 전주(52.4%)에 50% 선을 돌파했지만, 1주 만에 다시 40%대로 내려온 49.9%로 조사됐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격차는 전주 10.7%p서 3.4%p로 좁혀졌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지난 23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서 “추 장관 논란에 대해 실망 혹은 관망하던 진보 진영이 다시 결집한 모양새”라며 “추 장관 의혹에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 소장은 “울과 경기·인천의 부동층이 움직였다”며 “부동산 정책 논란과 추 장관 논란서 관망하던 사람들이 박 의원 의혹으로 보수 진영에 실망하면서 문 대통령측에 결집했다”고 분석했다.


“좋지 않은 운
합치? 무리다”

백 원장은 “지금 상황서 협치를 바라는 건 큰 무리다. 서로 엇갈리고 충돌하는 상황이다. 운이 좋으면 서로 상생하고 힘을 합치지만 운이 나쁘면 서로에게 상극이고 파괴되는 것이다. 좋지 않은 운이 계속 들어오는데 합치를 바라는 것은 큰 무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상태로만 보면 계열이 다른 부류끼리 부딪쳐 상극이 된다. 2021년부터는 자기들끼리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가정불화, 당내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당내서 서로 찢고 찢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파벌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참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블루’를 앓거나 느끼는 이들이 전 세대에 걸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우울증 환자가 4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일 이용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6년 6만5104명, 2017년 7만7433명, 2018년 9만9764명, 2019년 12만142명, 올해 4월 현재 7만458명 등으로 4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전 연령대를 포함한 우울증 환자 수는 2016년 64만3137명에서 지난해 79만8427명, 올해 4월 현재 50만349명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최근 5년간 우울증 환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고 지난 4월까지만도 50만명이 넘어서 ‘코로나 블루’를 실감케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20대 우울증 환자는 7만4058명으로 30대(6만2917명)보다 17.7% 많았다. 40대(6만8000여명)보다는 8.9% 많았다.

국내 연령별 인구수(4월 기준)가 20대 680만명, 30대 700만명, 40대 84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20대 우울증 환자 분포가 더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8년을 기점으로 30대를 앞질렀고 지난해에는 40대를 넘어섰다.

이 의원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가뜩이나 학업, 취업 등 사회 구조적 문제로 힘든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스트레스가 더 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증 상담과 치료가 제때 이뤄지도록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제 ‘심리 방역’에 대한 범사회적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파벌 심해질 것으로 보여 걱정”
“대한민국 구세주는 아직 숨어있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년층이 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정신질환을 앓는 노인들이 10년 새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노인 우울증 관련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를 앓는 60세 이상 노인은 2010년 7495명서 2019년 3만9284명으로 5.2배 늘었다. 우울 관련 질환을 겪는 노인 역시 2010년 19만5648명에서 2019년 30만9749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노인 인구 증가보다 확연히 빠른 속도다.

최근 6년 내 인구분포를 보여주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2014년 914만여명서 2019년 1179만여명으로 1.28배 늘었다. 또한 정신질환 환자의 증가 폭은 90세 이상 초고령 노인층서 두드러졌다. 초고령 공황장애 환자는 2010년 22명에서 2019년 319명으로 14배 넘게 폭증했고, 우울 관련 질환자도 1188명에서 4657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강 의원은 “노인을 65세 이상의 동질성을 지닌 집단으로만 전제하는 정부의 기존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초고령층서의 정신질환 폭증에 대해서는 “생애주기별 관점서 노인 세대의 특성을 세분화한 섬세한 복지정책으로 이들에게 ‘더 나은 노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성준 기자

백 원장도 “세상과 단절된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울증 환자, 정신질환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큰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마음의 병으로 인해 환자가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비상식적인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 원장은 “스스로 나를 파괴하고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갇힌 형국에선 벗어날 수가 없다. 혼동하고 착각하고 혼돈에 빠져있는 상황이 지금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둑을 둘 때 한 수를 착각해서 두면 한판의 승패가 바뀌듯이 지금 우리는 크게 착각 하고 있다. 시행착오가 많은 해라고 볼 수 있다. ‘지낸 뒤에 후회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상황이 벌어지고 난 후 미련을 못 버린다. 나는 잘 한다고 하는데 스스로 무너진다. 쉽게 풀이하면 일이 안 풀릴 때 남 탓, 환경 탓을 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누가 대통령 
됐어도 같다”

아울러 “보편적으로 ‘운이 나쁘면 철부지다. 운이 좋으면 철이 들었다’라는 표현을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철부지인 상태다. 운의 흐름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편해야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 지금 국운이 좋지 않아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누가 대통령이 됐어도 똑같을 것이다. 한국을 구원해 줄 구세주는 아직 숨어있는 상태다. 미디어에 나오는 눈에 띄는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5가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불혹이 되지 않은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 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역학에 대한 그에 학문적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그는 역학을 만나기 전 사법을 전공하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을 통해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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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