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콕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마냥 풀죽어 있거나 계속 화를 내고 살 수도 없는 노릇. 예기치 않은 상황서 집콕족들은 흔들리지 않고 버텨나가기 위한 방법들을 속속 창출해내고 있다. 이제는 ‘나만의 놀이’를 창조하는 게 하나의 문화가 됐다.
‘아무놀이 챌린지’가 뜨고 있다. 아무놀이 챌린지는 올 1월 인기를 끈 ‘아무노래 챌린지(지코의 신곡 아무노래 안무를 따라 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는 일)’서 착안했다. 실내 놀이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재하는 일이다. 인스타그램서 ‘아무놀이챌린지’라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물만 해도 3만건 이상이다.
아무놀이 챌린지
달고나 커피 만들기는 아무놀이의 시초로 꼽힌다. 달고나 커피는 지난 1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서 소개된 음료로 맛과 모양이 달고나와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와 설탕, 뜨거운 물을 1:1:1 비율로 넣고 400번 이상 저어 완성한다.
회사원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차원서 카페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직접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며 “거품기가 있는데도 시간을 때우기 위해 직접 손으로 500번 정도 저었다”고 말했다.
놀이 종류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에는 1990년대 유행했던 스킬 자수, 풍선 만득이 등도 포함됐다. 큰돈 들이지 않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활용한 놀이도 주목받는다.
대학생 B씨는 버려지는 물건들로 네 살 된 조카와 아무놀이 챌린지 중이다. B씨는 “음식 배달할 때 받은 보냉 팩과 집에 있던 스티커들로 인어공주 옷을 만들어 놀았다”면서 “다음번에는 택배 박스로 싱크대와 탁자를 완성해 역할놀이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아무놀이 챌린지가 코로나로 무료해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고 입을 모았다.
C씨는 “두 달 정도 퇴근 후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한 채 누워서 가만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니 우울해졌다”며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종이로 미니어처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시간도 빨리 가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SNS에 작품을 올린 뒤 사람들의 칭찬이 이어져 뿌듯함과 만족감을 배로 얻었다고 했다.
부모들의 경우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는 입장이다. D씨는 다섯살 난 아들과 상자를 변형해 공 던지기 게임을 하거나 병뚜껑으로 배를 만들어 물에 띄우는 등 자신이 한 놀이 내용을 SNS로 공유하고 있다.
D씨는 “코로나19로 집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아이도, 엄마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모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아무놀이 챌린지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아들과 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인내심과 성취감을 길러주고 부모와 자식 간 유대감도 더욱 깊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집에서 다한다” 방콕족 새 놀이문화
큰돈 들이지 않고 방치 물건들 활용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웨이브 등 국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옛날 드라마 시청률도 높아지고 있다. 웨이브 측 역시 3월 들어 많이 본 콘텐츠서 옛날 드라마 순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콘텐츠 시청시간과 함께 중장년층의 시청시간이 늘어남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웨이브가 공개한 3월 둘째주 드라마 VOD(주문형비디오) 시청량 순위게 따르면 SBS <순풍산부인과>(1998)가 19위로 차트에 진입한 데 이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도 27위에 올랐다.
KBS1 <태조왕건>(2000), MBC <대장금>(2003), SBS <천국의 계단>(2003) <야인시대>(2002), KBS2 <가을동화>(2000) 등 다수의 옛날 드라마들도 소환되고 있다.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는 드라마들도 있다. MBC <보고 또 보고>(1998)는 전주 대비 121계단 상승하며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17위부터 20위까지 KBS2 <태양의 후예>(2016), SBS <별에서 온 그대>(2013), <질투의 화신>(2016년), MBC <내 딸 금사월>(2015)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방영한 드라마들을 재가공해 내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뉴트로 열풍’과도 맞물리며 탄력을 받고 있다.
MBC는 ‘옛드:옛날 드라마’ 채널을 열고 <보고 또 보고> <제5공화국> <내 이름은 김삼순> <해를 품은 달> 등을 매회 30분 이내로 압축해 공개하고 있다. 반응도 뜨겁다. 23일 현재 구독자가 무려 217만명에 이를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SBS는 ‘빽드-스브스 옛날 드라마’ 채널을 통해 <야인시대> <모래시계> <자이언트> <시티헌터> 등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고 이후 10분 이내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KBS는 국내 지상파 중 최초로 유튜브 월정액 서비스를 도입해 총 70여편의 명작 드라마 풀VOD를 유튜브 채널 ‘KBS 드라마 클래식’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 <첫사랑> <젊은이의 양지> <태조 왕건>부터 <프로듀사>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고백부부> <연애의 발견> 등도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다수의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고 일부 드라마와 예능 제작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과거 콘텐츠의 재소환 열풍은 작금의 지친 일상 속 시청자들로 하여금 향수를 자극하며 추억 여행을 할 수 있게끔 만들 뿐 아니라 방송사서도 신작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효자템’이 되고 있다.
옛 드라마 인기
한 방송 관계자는 “뉴트로 열풍을 타고 옛날 드라마가 인기를 끈 지는 좀 됐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시청층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봤다. 또 다른 방송국 PD는 “OTT를 통한 ‘옛드’ 열풍이 중장년층에 따른 것이라면, 유튜브서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런 콘텐츠가 1020세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하나의 놀이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