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DJ였더라면…” ‘대북정책 논하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8 09:34:38
  • 호수 12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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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였다면 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러나 북녘에 고향을 둔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에게 추석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크게 느끼는 날이다. 
 

▲ 일요시사와 특별대담 갖는 정동영 전 대표

올해는 9·19평양공동선언 2주년,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악수를 나누며 평화를 약속했다. 평화의 시대는 그렇게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내 합의 내용을 무색케 하는 도발로 한반도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측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외쳤던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22일 참여정부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의 진의와 문재인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2020년은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입니다.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바이러스가 1945년부터 한반도에 존재해왔습니다. 바로 분단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난 75년 동안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6·15선언은 이러한 분단 바이러스를 뚫고 지난 2000년에 처음으로 남북이 공식적으로 손을 잡은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6·15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분단의 역사는 6·15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6·15선언 이전의 남북관계는 증오입니다. 피를 나눈 형제인데, 서로 죽고 죽였던 근친 증오입니다. 반면 6·15선언 이후는 화해와 협력입니다. 시대의 구분점이라는 측면서 6·15선언은 역사적으로 아주 의미가 큽니다.

-6·15선언 이후 9·19평양공동선언도 있었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여전히 긴장상태입니다.

▲여러 요소가 있지만, 핵심은 정치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리더십이겠죠. 독일은 1970년에 6·15선언처럼 동서독 정상이 손을 잡고, 20년 만에 통일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6·15선언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결과 적대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으로 가자는 메시지는 독일과 우리나라 모두 같습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4명의 지도자가 나왔지만, 아직도 제자리입니다. 정치와 리더십의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고성준 기자

-북한은 6·15선언 20주년 다음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북한이 절박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쳐다봐라, 그런 뜻 아니겠습니까. 다분히 시위성입니다.

-무엇에 대한 시위라고 생각하십니까.

▲폭파 이전에 9·19선언이 있었습니다.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백두산에 올라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도 잡았습니다. 감동적인 이벤트였습니다. 합의도 훌륭했습니다. 상응하는 조치가 이루어지면, 연변 핵단지를 폐기하겠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던 동창리도 폐기하겠다, 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감시초소(GP)도 철수하고, 유해 발굴도 하고, 또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무장화하겠다, 얼마나 훌륭한 합의입니까.


그러나 합의서만 있습니다. 일부 진전은 있지만, 획기적인 합의 내용에 비해 미미합니다. 연락사무소 폭파는 여기에 대한 항변이라고 이해합니다. 북한이 ‘내가 판을 깰 수도 있어’라고 외치는 메시지입니다.

6·15 20주년, 여전히 답보
‘한국판 3통’ 실천이 답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일이 남북관계를 어렵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 탓만 하면 우리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구경꾼이 아닙니다. 한반도는 우리의 땅입니다. 북미와 남북은 한반도 평화의 두 축입니다만, 한반도 내에서는 북미 당사자성보다 남북 당사자성이 더욱 크지 않겠습니까. 어디가 더 중심이냐, 주축은 남북입니다.

-탈북자 시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분별없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대와 증오의 시기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6·15선언을 통해 일단 손을 잡았지 않습니까. 대북전단 살포는 1990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역행합니다. 심지어 남북기본합의서는 노태우정부, 즉 보수정부 때 일입니다.

그때 남북이 합의한 사항이 무엇입니까.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첫 번째 조항입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전단지에 뭐라고 썼습니까. 갖은 욕설로 ‘북한을 파괴하자’고 썼습니다. 이는 남북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입니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붕괴론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북한 붕괴론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각광받았는데, 기본적으로 탈북자들과 생각의 궤가 같습니다.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입니다. 붕괴론이 나온 지 수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북한은 살아있는 체제입니다. 대북전단 살포는 강하게 막아야 합니다. 남북교류협력법에도 위반됩니다. 법적 근거가 있는데 왜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권한 일부를 이양 받아 사실상 2인자로 위임통치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대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체제가 이어지며 계속 변해왔다고 봐야겠죠. 놀라운 점은 동유럽 사회주의가 모두 해체된 상황에서 북한만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민족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긍정적인 측면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맨손으로 일궈내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아직도 공산당 1당 독재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독한 체제입니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1990년 기본합의서, 6·15선언, 9·19선언으로 이미 방법은 다 나왔습니다. 실천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정부는 돌파력·실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으로 돌파하라,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남북관계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진단하십니까. 

▲한국판 3통(통상·통행·통신)의 실천입니다. 자유롭게 장사하고, 왕래하며, 전화도 주고받자는 겁니다. 3통은 대만이 중국을 상대로 먼저 했습니다. 마카오를 경유하는 소3통을 하다가 직접 중국과 교류하는 대3통으로 전환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우리도 북한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한국판 3통을 먼저 실현하면, 통일은 그 뒤에 따라옵니다. ‘지금 당장 어떤 식으로 통일할까’는 공허한 논쟁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유왕래의 시기를 앞당기는 일입니다. 

-통일부 장관(2004∼2005년)이던 시절 방북의 길을 크게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독일은 통일을 위해 ‘작은 발걸음’ 정책을 내걸었습니다. 이는 접촉을 통한 변화입니다. 만나면 변화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통일부 장관이던 시절 한국판 작은 발걸음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북으로 가는 문턱을 없애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에 갔다 오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문익환 목사가 대표적입니다. 이것부터 뚫어야 한다, 그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못 만나는데 어떻게 통일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2~3주씩 걸리게 되는 금강산 관광객 신원조회를 없앴습니다.


-당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방북 승인 건으로 국회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총련이 북한에 갔다 오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이전에 대법원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판결했습니다. 실정법을 위반한 단체이지만, 보내줬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을 보면, 인적·물적 왕래에 대한 승인 권한은 통일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정부조직법 상 방북 승인 권한은 법무부·국정원이 아니라 통일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래서 보냈습니다.

다만, 북한에 가서 복잡한 일이 생기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은 물론, 우리나라 내부서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 돌출 행동은 하지 말고 조용히 갔다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나야 장관을 그만두면 끝이지만,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한총련은 잘 갔다 왔습니다. 또 이적단체로 판결난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도 찾아와서 방북을 승인해줬습니다.
 

-방북했을 때 북한 체제에 동조하는 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 북한에게 넘어가 거기에 눌러 살 사람은 없습니다. 한총련과 범민련의 방북을 승인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접촉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세상은 이미 법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의 기준으로 보면, DJ-김정일 정상회담은 DJ가 적의 수괴와 회합하고, 합의한 것 아닙니까? 물론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아직 우리나라에 많이 있습니다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현상을 열어가는 자세입니다. 내가 자부심을 갖는 부분은 통일부 장관을 했던 1년 동안 분단 이후에 최다 인원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입니다.

한총련 방북 일화 공개
통일교육? 조희연 만나

6·25전쟁이 끝나고 2000년까지 50년 동안 2500명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2005년도에 10만명이 됐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200만명을 뺀 수치입니다. 양이 질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75년 동안 북남동서 중 북쪽으로만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열어줘야 합니다. 사실상의 통일을 앞당기자, 자유왕래가 통일이다, 법률적·제도적·정치적 통일은 그 뒤에 오면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세대가 지나면서 통일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요한 지적을 하셨습니다. 민주정부임에도 통일교육이 없습니다. 어른들도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학생들은 어떻겠습니까? 말 그대로 백지 상태입니다. 통일교육 부재 상태서 미디어를 통해 북한을 보는데, 뭘 보겠습니까? 미사일 발사, 핵실험과 같이 부정적인 것들 투성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재가 필요한데, 사실 어제(지난 21일)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났습니다. 만나서 저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둘이서 책임감수를 해 만든 책을 보여주며 서울시교육감 인정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미 대선이 6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확고한 실천 의지입니다. 절대 트럼프나 바이든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트럼프를 따라가지 않았습니까. 남북관계가 트럼프를 끌고 갔어야 하는데, 그 점이 안타깝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한반도 운전자론’입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2018년 6월에 싱가폴서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을 약속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북한은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좋은 합의를 했습니다. 바로 실천에 들어갔어야죠. 우리 대통령이 미국에게 북한을 견인해 비핵화로 이끌 테니 도와 달라,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섰어야 합니다. DJ였다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뒤에 한미워킹그룹이 탄생해 시간을 끌면서 합의가 빛을 바랬습니다. 기다리라는 ‘속도조절론’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생각일 뿐입니다.

-두 후보를 비교한다면?

▲트럼프는 국회 본회의장에 연설 왔을 때 봤고, 바이든은 상원외교위원장이던 시절 다보스 포럼에서 만나 두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바이든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비교적 많이 알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동북아 전략이나 한반도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다만, 바이든이 최근 기자회견서 오바마를 계승하겠다고 말했는데, 굉장히 위험하단 생각입니다.

오바마의 대한반도 정책은 ‘전략적 인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결국 무시와 방치였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최악의 정책입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닌 클린턴의 인게이지먼트 폴리시(포용정책, engagement policy)를 계승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추석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성경의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코로나도 끝이 있을 겁니다. 캄캄한 터널 속에 있지만, 터널이 끝나는 날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코로나로 잃은 것이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과 지혜도 쌓였다고 봅니다. ‘희망을 버리지 말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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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