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DJ였더라면…” ‘대북정책 논하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8 09:34:38
  • 호수 12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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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였다면 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러나 북녘에 고향을 둔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에게 추석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크게 느끼는 날이다. 
 

▲ 일요시사와 특별대담 갖는 정동영 전 대표

올해는 9·19평양공동선언 2주년,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악수를 나누며 평화를 약속했다. 평화의 시대는 그렇게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내 합의 내용을 무색케 하는 도발로 한반도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측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외쳤던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22일 참여정부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의 진의와 문재인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2020년은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입니다.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바이러스가 1945년부터 한반도에 존재해왔습니다. 바로 분단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난 75년 동안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6·15선언은 이러한 분단 바이러스를 뚫고 지난 2000년에 처음으로 남북이 공식적으로 손을 잡은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6·15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분단의 역사는 6·15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6·15선언 이전의 남북관계는 증오입니다. 피를 나눈 형제인데, 서로 죽고 죽였던 근친 증오입니다. 반면 6·15선언 이후는 화해와 협력입니다. 시대의 구분점이라는 측면서 6·15선언은 역사적으로 아주 의미가 큽니다.

-6·15선언 이후 9·19평양공동선언도 있었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여전히 긴장상태입니다.

▲여러 요소가 있지만, 핵심은 정치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리더십이겠죠. 독일은 1970년에 6·15선언처럼 동서독 정상이 손을 잡고, 20년 만에 통일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6·15선언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결과 적대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으로 가자는 메시지는 독일과 우리나라 모두 같습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4명의 지도자가 나왔지만, 아직도 제자리입니다. 정치와 리더십의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고성준 기자

-북한은 6·15선언 20주년 다음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북한이 절박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쳐다봐라, 그런 뜻 아니겠습니까. 다분히 시위성입니다.

-무엇에 대한 시위라고 생각하십니까.

▲폭파 이전에 9·19선언이 있었습니다.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백두산에 올라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도 잡았습니다. 감동적인 이벤트였습니다. 합의도 훌륭했습니다. 상응하는 조치가 이루어지면, 연변 핵단지를 폐기하겠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던 동창리도 폐기하겠다, 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감시초소(GP)도 철수하고, 유해 발굴도 하고, 또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무장화하겠다, 얼마나 훌륭한 합의입니까.


그러나 합의서만 있습니다. 일부 진전은 있지만, 획기적인 합의 내용에 비해 미미합니다. 연락사무소 폭파는 여기에 대한 항변이라고 이해합니다. 북한이 ‘내가 판을 깰 수도 있어’라고 외치는 메시지입니다.

6·15 20주년, 여전히 답보
‘한국판 3통’ 실천이 답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일이 남북관계를 어렵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 탓만 하면 우리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구경꾼이 아닙니다. 한반도는 우리의 땅입니다. 북미와 남북은 한반도 평화의 두 축입니다만, 한반도 내에서는 북미 당사자성보다 남북 당사자성이 더욱 크지 않겠습니까. 어디가 더 중심이냐, 주축은 남북입니다.

-탈북자 시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분별없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대와 증오의 시기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6·15선언을 통해 일단 손을 잡았지 않습니까. 대북전단 살포는 1990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역행합니다. 심지어 남북기본합의서는 노태우정부, 즉 보수정부 때 일입니다.

그때 남북이 합의한 사항이 무엇입니까.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첫 번째 조항입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전단지에 뭐라고 썼습니까. 갖은 욕설로 ‘북한을 파괴하자’고 썼습니다. 이는 남북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입니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붕괴론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북한 붕괴론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각광받았는데, 기본적으로 탈북자들과 생각의 궤가 같습니다.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입니다. 붕괴론이 나온 지 수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북한은 살아있는 체제입니다. 대북전단 살포는 강하게 막아야 합니다. 남북교류협력법에도 위반됩니다. 법적 근거가 있는데 왜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권한 일부를 이양 받아 사실상 2인자로 위임통치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대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체제가 이어지며 계속 변해왔다고 봐야겠죠. 놀라운 점은 동유럽 사회주의가 모두 해체된 상황에서 북한만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민족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긍정적인 측면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맨손으로 일궈내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아직도 공산당 1당 독재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독한 체제입니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1990년 기본합의서, 6·15선언, 9·19선언으로 이미 방법은 다 나왔습니다. 실천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정부는 돌파력·실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으로 돌파하라,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남북관계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진단하십니까. 

▲한국판 3통(통상·통행·통신)의 실천입니다. 자유롭게 장사하고, 왕래하며, 전화도 주고받자는 겁니다. 3통은 대만이 중국을 상대로 먼저 했습니다. 마카오를 경유하는 소3통을 하다가 직접 중국과 교류하는 대3통으로 전환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우리도 북한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한국판 3통을 먼저 실현하면, 통일은 그 뒤에 따라옵니다. ‘지금 당장 어떤 식으로 통일할까’는 공허한 논쟁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유왕래의 시기를 앞당기는 일입니다. 

-통일부 장관(2004∼2005년)이던 시절 방북의 길을 크게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독일은 통일을 위해 ‘작은 발걸음’ 정책을 내걸었습니다. 이는 접촉을 통한 변화입니다. 만나면 변화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통일부 장관이던 시절 한국판 작은 발걸음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북으로 가는 문턱을 없애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에 갔다 오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문익환 목사가 대표적입니다. 이것부터 뚫어야 한다, 그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못 만나는데 어떻게 통일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2~3주씩 걸리게 되는 금강산 관광객 신원조회를 없앴습니다.


-당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방북 승인 건으로 국회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총련이 북한에 갔다 오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이전에 대법원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판결했습니다. 실정법을 위반한 단체이지만, 보내줬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을 보면, 인적·물적 왕래에 대한 승인 권한은 통일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정부조직법 상 방북 승인 권한은 법무부·국정원이 아니라 통일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래서 보냈습니다.

다만, 북한에 가서 복잡한 일이 생기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은 물론, 우리나라 내부서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 돌출 행동은 하지 말고 조용히 갔다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나야 장관을 그만두면 끝이지만,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한총련은 잘 갔다 왔습니다. 또 이적단체로 판결난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도 찾아와서 방북을 승인해줬습니다.
 

-방북했을 때 북한 체제에 동조하는 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 북한에게 넘어가 거기에 눌러 살 사람은 없습니다. 한총련과 범민련의 방북을 승인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접촉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세상은 이미 법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의 기준으로 보면, DJ-김정일 정상회담은 DJ가 적의 수괴와 회합하고, 합의한 것 아닙니까? 물론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아직 우리나라에 많이 있습니다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현상을 열어가는 자세입니다. 내가 자부심을 갖는 부분은 통일부 장관을 했던 1년 동안 분단 이후에 최다 인원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입니다.

한총련 방북 일화 공개
통일교육? 조희연 만나

6·25전쟁이 끝나고 2000년까지 50년 동안 2500명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2005년도에 10만명이 됐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200만명을 뺀 수치입니다. 양이 질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75년 동안 북남동서 중 북쪽으로만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열어줘야 합니다. 사실상의 통일을 앞당기자, 자유왕래가 통일이다, 법률적·제도적·정치적 통일은 그 뒤에 오면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세대가 지나면서 통일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요한 지적을 하셨습니다. 민주정부임에도 통일교육이 없습니다. 어른들도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학생들은 어떻겠습니까? 말 그대로 백지 상태입니다. 통일교육 부재 상태서 미디어를 통해 북한을 보는데, 뭘 보겠습니까? 미사일 발사, 핵실험과 같이 부정적인 것들 투성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재가 필요한데, 사실 어제(지난 21일)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났습니다. 만나서 저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둘이서 책임감수를 해 만든 책을 보여주며 서울시교육감 인정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미 대선이 6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확고한 실천 의지입니다. 절대 트럼프나 바이든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트럼프를 따라가지 않았습니까. 남북관계가 트럼프를 끌고 갔어야 하는데, 그 점이 안타깝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한반도 운전자론’입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2018년 6월에 싱가폴서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을 약속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북한은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좋은 합의를 했습니다. 바로 실천에 들어갔어야죠. 우리 대통령이 미국에게 북한을 견인해 비핵화로 이끌 테니 도와 달라,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섰어야 합니다. DJ였다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뒤에 한미워킹그룹이 탄생해 시간을 끌면서 합의가 빛을 바랬습니다. 기다리라는 ‘속도조절론’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생각일 뿐입니다.

-두 후보를 비교한다면?

▲트럼프는 국회 본회의장에 연설 왔을 때 봤고, 바이든은 상원외교위원장이던 시절 다보스 포럼에서 만나 두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바이든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비교적 많이 알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동북아 전략이나 한반도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다만, 바이든이 최근 기자회견서 오바마를 계승하겠다고 말했는데, 굉장히 위험하단 생각입니다.

오바마의 대한반도 정책은 ‘전략적 인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결국 무시와 방치였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최악의 정책입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닌 클린턴의 인게이지먼트 폴리시(포용정책, engagement policy)를 계승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추석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성경의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코로나도 끝이 있을 겁니다. 캄캄한 터널 속에 있지만, 터널이 끝나는 날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코로나로 잃은 것이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과 지혜도 쌓였다고 봅니다. ‘희망을 버리지 말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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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이른바 ‘MC몽 불륜설’ 제보자인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공직자들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과 식사를 접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 회장은 가수 겸 배우 김민종과 함께 지난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당시 원 전 장관과 10여명의 공무원들에게 고가의 식사와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 등을 제공했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오고 있다. 당시 공무원들은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려는 듯 일부 소액을 카드로 결제해 ‘개인 결제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 동원됐다는 정황도 전해진다. 이 접대 자리에는 배우 김민종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송도 ‘K-팝 시티’ 사업과 직결되는 주요 고리로 지목된다. 원희룡 유착관계 부적절한 만남의 시작은 메타버스 기반 K-팝 콘텐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했던 차준영, 김민종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K-팝 시티 구상이었다. SM·JYP·FNC 등 대형 기획사가 참여했던 초기 계획은 공연시설 없이도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K-팝 무대로 활용하는 첨단 콘텐츠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부임한 이후 사업 방향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023년 1월과 2월 두 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 송도 8공구 R2 블록에 오피스텔을 건설해 개발수익을 활용하겠다는 ‘개발 중심’의 K-팝 시티 구상이 내부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메타버스 콘텐츠 계획은 사실상 사라지고, 김진용 취임 이후 곧바로 개발사업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2023년 1월 출장 당시 김진용 청장은 라스베거스 CES 2023 등에서 차준영을 직접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해 2월 출장 또한 “차준영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급히 잡은 일정”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당시 차준영이 접대한 자리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다수의 증언도 나왔다. 차준영이 접대에서 제공한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의 소비자가는 약 160만원으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선 1병당 5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원 전 장관에게 직접 접대 의혹에 관해 질문했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원 전 장관은 2023년 1월6일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국토부 내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자동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CES 2023에 참석했다. 관계자는 “김진용 청장은 1월 출장 내내 이들과 동행했고 2월 출장에서도 이틀간 연속으로 만나 협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월 인천시의회 출석을 하루 전 급하게 불출석 처리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점도 의혹을 키웠다. 이후 2023년 4월 인천경제청에 제출된 K-팝 시티 제안서는 김진용 청장이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내부에서는 “차준영 라인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만든 제안서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제안서 검토 회의에는 차준영 측이 직접 참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결국 제안서는 정책현안조정회의에서 과반 반대로 부결됐지만, 형성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회사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같은 해 10월26일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8공구 R2·B1·B2블록(총 21만㎡)에 건설을 추진했다가 KC컨텐츠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백지화 결정된 'K팝 콘텐츠 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조카 불륜설 제보한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 목적은 지분 탈취? MC몽 겁박한 정황 포착 의혹을 제기한 정 의원에 따르면, 김민종은 2023년 7월18일 KC컨텐츠의 사내이사로 들어온 뒤 바로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약 일주일 뒤인 26일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총사업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K-콘텐츠 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인천경제청장이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해당 장소에서 김민종과 차준영, 이수만 전 SM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국내에 KC컨텐츠라는 회사가 설립됐는데 이 회사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김 대표(김민종)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경제청장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뒤 KC컨텐츠가 설립됐고, 김 대표가 KC컨텐츠의 대표가 됐으며, 이 사업 주체가 KC컨텐츠로 바뀌었다”며 “사업 부지도 1만5000평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다가 특혜 논란이 불거지니 백지화됐다. 사업이 지연돼 주민들이 어려워졌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민종은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드려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서 하자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 JYP, FNC,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 기업 유치를 내가 직접 뛰어다니며 받아왔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제 이 사업을 원하는 다른 지자체로 가자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2023년 국감에서 “사과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진용의 미국 출장-차준영 접대-사업 구상 변화-KC컨텐츠 등장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KC컨텐츠는 차준영 라인의 확장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준영 접대 의혹은 과거 원 전 장관이 업무추진비를 비정상 집행했다는 의혹과 결합되며 더욱 파문을 키우고 있다. 당시 식사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접대에서도 원 전 장관과 동행한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접대를 받지 않은 것처럼 카드로 소액을 결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원 전 장관이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 고급 오마카세 식당과 호텔에서의 식사비가 1인당 6만2만원만 카드로 결제해 ‘개인적으로 부담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정황과 똑같은 패턴이다. 라스베이거스 업무추진비? K-팝 시티의 방향 전환, 미국 출장의 기묘한 일정, 제출된 제안서의 동일성, KC컨텐츠의 돌연 등장, 고급 만찬 접대 의혹까지 모두 차준영이 중심에 자리한다. 송도 개발 방향이 콘텐츠에서 부동산개발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루어진 접대의 타이밍은 공교롭게 맞물린다. 송도 8공구 R2 블록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다이닝에서 일어난 ‘보이지 않는 협업’의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차준영은 가수 MC몽과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의 불륜 의혹을 언론사 <더팩트>에 지난해 12월 제보했다. 그는 조카인 차가원 회장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기 전,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MC몽으로부터 빼앗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상 조카의 회사를 빼앗기 위해 불륜설을 제기한 셈이다. 차 회장이 운영하는 원헌드레드는 지난해 12월24일 공식입장을 통해 “(MC몽과 차가원 회장과 관련) 사실 확인 결과 기사 내용과 카톡 대화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밝히고 “이는 MC몽이 차가원 회장의 친인척인 차준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조작해서 보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차준영은 빅플래닛메이드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MC몽에게 강제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협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MC몽의 조작된 카톡이 전달된 것”이라며 “이 카톡 내용을 차준영이 기사를 보도한 매체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헌드레드는 “MC몽은 보도를 확인한 후 회사 측에 미안하다고 연락했고, 당사는 차준영 씨와 최초 보도한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와 경영진을 향한 악의적인 모함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선처 없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며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와 비방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MC몽은 이날 장문의 글을 통해 차가원 회장 등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6월30일 회사를 가로채려는 차가원 작은 아버지에게 제가 조작해서 보내 문자”라며 “첫번째는 차가원 삼촌이 저애게 2대 주주를 유지시켜줄 테니 함께 뺏어보자며 보낸 가짜 서류고, 저에게 지분을 넘기자고 한 주주명부와 주식양도 매매 계약서, 자필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자신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범죄자와 손을 잡았고 저희 카톡에도 없는 문자를 짜깁기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었다. 저희 집에 와서 물건을 던지고 뺨을 때리고 건달처럼 협박하며 만들어진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고 전 회사를 차가원 회장으로써 지키고 싶은 마음로 떠난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그 근처 무리에 매니저가 제 카톡에도 없는 문자, 그리고 제가 방어하기 위해 속이기 위해 만든 문자들은 다시 재해석하고 그 문자를 또 짜깁기해서 기사화시켰다”며 “다시 맹세코 그런 부적절한 관계을 맺은 적도 없으며 전 그 사람 가족 같은 지금도 120억 소송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채무를 이행할 관계다. 그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MC몽은 “비피엠과 원헌드레드를 지켜내고 싶었다. 저란 이미지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차가원 친구인 관계를 제가 조작하고 절 협박하고 자기 조카에 회사를 뺏으려는 자에게서 지켜내고 싶었다”며 “모든 카톡이 조작인데 제가 뭐가 두렵겠습니까? 전 매일 매일 왜이렇게 잡음이 많은 걸까요? 전 그래서 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뒤에선 공직자 접촉으로 업력 쌓아 이수만-김민종 동원된 화려한 작전 앞서 지난 12월18일 <더팩트>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은 원헌드레드를 공동 설립한 MC몽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 법적 절차를 진행해 지난달 무려 120억원에 달하는 액수의 지급명령 결정을 받았다. 채무자인 MC몽이 법정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급명령은 확정됐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차 회장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처음 제기한 것이 지난 6월이다. 이 시기는 MC몽의 업무 배제됐던 시점과 겹친다. 당시 원헌드레드는 “MC몽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현재 회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업무에서 배제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차준영은 언론사와 경찰을 동원해 차가원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차준영 회장은 조카 차가원 회장의 흠집내기 제보를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당국에 하고 있지만, 수사가 어려운 집안싸움 내용”이라며 “차준영은 언론사 <더팩트>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차준영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친형 차대영의 금융계좌를 활용해 30억원대의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행사 대표인 차준영과 A 신탁 직원이 공모해 계약 명의자 차대영의 동의 없이 금융계좌를 도용한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의 아버지인 차대영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친동생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에테르노압구정은 현재 건설 중인 고급 공동주택으로 축구선수 손흥민이 분양 받아 유명세를 탔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차대영은 “동생 차준영이 2024년 10월초 본인명의의 금융계좌가 압류돼 사용할 수 없어 생활비 통장으로 쓰겠다며 내 명의의 모 은행 계좌를 빌려갔다”며 “생활비 통장으로 사용한다는 것과 달리 해당 통장을 이용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계약서를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플랜과 A 신탁 직원들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씨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 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언론사 동원 경찰 제보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신탁 관계자는 “신탁사는 일체의 공모, 방조 및 해당 범죄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 진행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넥스플랜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