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정당 판에 발을 들여놓았던 지난 1980년대 후반, 즉 12대 국회 시절의 상황을 언급해 보려 한다. 당시 우리 사회는 휴대폰은 물론 컴퓨터도 접할 수 없었다. 고작 누릴 수 있는 문명의 혜택은 유선 전화와 팩스, 그리고 타자기가 고작이었다.
그런 상황서 국회의원 비서진은 4명이었다. 필자의 기억으로 5급(별정직 국가공무원) 보좌관 1명, 6급 비서 1명, 7급 1명(운전기사), 그리고 9급 1명(여비서)으로 구성됐었다. 덧붙여 당시 국회의원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정도였다.
이제 현 시대 상황을 나열하자. 아니, 굳이 나열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그런데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보좌진은 무려 9명에 달한다. 상세하게 살피면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각 1명씩, 그리고 인턴비서 1명이다. 아울러 국회의원은 차관을 넘어 장관급 대우로 격상됐다.
참으로 기막힌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정상적이라면 문명의 발달에 부응해 국회의원의 숫자는 물론 보좌진의 수도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역으로 국회의원 수도 늘고, 또 보좌진의 수는 2배 이상 늘었으니, 문명 발전에 역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명이 발전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업무량이 가중됐기에 숫자를 늘린 걸까. 물론 그런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보다 인구는 물론 인간의 행동 반경이 확장됐기에 그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국회의원의 자질이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인간들이 국회의원직에 오르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이 대목서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문명 발전의 아이러니다. 문명이 발전하면, 그에 상응하는 인간들이 부각돼야 함에도, 정작 발달된 문명에 쉽사리 노출되는 이른바 딴따라류들이 판을 치는데, 그 중 가장 심한 부류가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누차에 걸쳐 국회 상황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었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이 매달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가더라도 제발 일 좀 하지 말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었다. 그 일이 국가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최근 막을 내린 21대 국회 개원 후 처음 실시되었던 대정부질문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나흘 동안의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어제 끝났다. 불행하게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공방으로 시작해서 끝이 났다”고 했다.
그의 언급대로 금번에 실시되었던 대정부질문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특혜 의혹에 대한 공방으로 일관됐다.
그런데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추 장관 아들에 관한 지난 시절 특혜 의혹이 대정부질문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국회법 제122조의2(정부에 대한 질문)① ‘본회의는 회기 중 기간을 정해 국정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분야를 대상으로 정부에 대해 질문(대정부질문)을 할 수 있다’를 인용한다.
좌우지간 정치꾼들의 말장난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국정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분야’라는 문구에 대해서다.
그냥 ‘국정 전체’로, 즉 ‘국정’으로 간략하게 표현하면 될 일임에도 불구하고 난잡하게 풀어놓았다.
여하튼 국회법은 대정부질문의 대상으로 명확하게 국정을 지적하고 있다.
국정은 말 그대로 국가의 정치를 의미하는데, 추 장관 아들 문제를 국정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천만에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당연하게도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 즉 똥과 된장도 구분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민낯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