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19·20) 미나리, 배추

봄·가을의 대표 음식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롯데백화점

 

미나리

조선 중기 문신인 정온(鄭蘊, 1569∼1641)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種芹(종근)
미나리 심다
淺鑿窓前方寸地(천착창전방촌지)
창 앞 조그마한 땅 얕게 파고
貯停洿水種靑芹(저정오수종청근)
웅덩이 물 가두어 파란 미나리 심었네
區區不爲供朝夕(구구불위공조석)
구구한 정성 아침저녁으로 바칠 수 없지만
待得莖長獻我君(대득경장헌아군)
줄기 자랄 때 기다려 우리 임금께 바치리

어린 시절 기억에 노원에는 드문드문 미나리꽝(미나리를 심는 논)이 있었다.

그곳은 언제나 물이 가득 들어차 있었는데, 간혹 미나리를 채취하기 위해 그곳에 들어가고는 했었다.


처음에는 반바지를 입고 맨발로 미나리를 뽑다 두렁으로 나왔을 때 기겁했었다.

다리 곳곳에 거머리가 달라붙어 있고 그 주위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각 손을 뻗어 거머리를 떼어내려 시도했으나 그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살피던 어른들이 다가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 불로 거머리를 지져대자 거머리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 미나리꽝에 들어갈라치면 반드시 긴바지를 입은 채 양말로 바지 끝을 감싸고는 했다.

왜 미나리꽝에 거머리들이 득실거릴까.

바로 환경 때문에 그렇다.


미나리와 거머리의 서식지가 논과 같은 습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미나리를 채취하고는 반드시 거머리를 가려내야 한다.

그런데 미나리를 뜻하는 한자 芹(근)이 흥미롭다.

풀을 의미하는 초두변(艹)과 도끼를 의미하는 근(斤)이 합해졌다는 이야기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나리는 도끼 같은 풀이 되는데 과연 그러할까.

이를 위해 芹의 다른 뜻을 살피면 예물로서 변변치 못한 물건을 의미하는데 이와 관련한 답이 정온의 시 ‘待得莖長獻我君’(대득경장헌아군, 줄기 자랄 때 기다려 우리 임금께 바치리)에 등장한다.

이와 관련한 고사다.

옛날 송(宋)나라에서 농부가 겨울이 지나 봄이 오자 등에 햇볕을 쬐면서 자기 아내에게 “햇볕을 쬐면서도 그 따사로움을 아는 사람이 없소. 이것을 임금님께 알려 드리면 후한 상을 내리실 것이오”라고 했다. 이에 그 마을의 부자가 말하기를 “옛날 사람 중 콩잎과 미나리 같은 것들을 맛있다고 생각해 고을의 부자에게 먹어 보라고 말한 자가 있었는데, 그 부자가 그것을 가져다 먹어 보니 입이 쓰리고 배가 아팠다네. 이에 여러 사람들이 그를 비웃고 원망했네”라고 했다.

즉 미나리는 임금을 위한 신하의 충성을 비유하는 겸사로 쓰인다.

이제 서거정의 작품 미나리와 미나리 국을 감상해본다. 

芹(근)
미나리

芹子由來美(근자유래미)
미나리는 예로부터 좋은 나물인데
晨盤亦可羹(신반역가갱) 
아침밥상에 국으로도 좋다네 
靑泥今日種(청니금일종) 
청니는 오늘날 심은 곳이요 
碧澗舊時名(벽간구시명)
벽간은 예전 이름이라네
已入詩人詠(기입시인영)
이미 시인의 읊조림에 들었으니
堪誇野老情(감과야로정)
들판 노인의 정으로 자랑할 만하네
區區吾欲獻(구구오욕헌)
나 역시 구구한 정성 바치고 싶어
曝背坐南榮(폭배좌남영)
남쪽 마루에 앉아 햇빛에 등 쬐네 


청니(靑泥)는 …… 곳이요 : 두보(杜甫)의 최씨동산초당(崔氏東山草堂) 시에 ‘쟁반에는 백아곡 어귀의 밤을 벗겨 놓았고, 밥 먹을 땐 청니방 밑의 미나리를 삶아 내었네’라고 했는데, 청니방은 지명이었는바, 여기서는 그와 달리 진흙의 뜻으로만 쓰였다.

임금을 위한 신하의 충성 비유
“가을 배추는 고기에도 견준다”

벽간(碧澗) : 두보(杜甫)의 시에 ‘신선한 붕어회는 은빛 실을 날리고, 향기로운 미나리로는 벽간갱을 끓이었네’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벽간갱이란 미나리 나물에 조미료를 섞어 끓인 국을 말한다.

芹羹(근갱)
미나리국

朝來碧澗採香芹(조래벽간채향근) 
아침에 벽간에서 향기로운 미나리 캐와
杜甫羹中欲策勳(두보갱중욕책훈) 
두보의 국 가운데 공훈 세우고 싶네
我與野人同此味(아여야인동차미) 
나는 시골 사람처럼 이 맛을 함께 하니
區區只欲獻吾君(구구지욕헌오군)
다만 구구한 정성 우리 임금께 바치고자하네

배추


서거정의 村廚八詠(촌주팔영)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菘虀(숭제)
배추김치 

西風吹送晩菘香(서풍취송만숭향)
하늬바람이 늦가을 배추 향기 불러오자
瓦甕鹽虀色政黃(와옹염제색정황)
항아리에 김치 담으라 색깔 정말 노랗네
先我周顒曾愛此(선아주옹증애차) 
나보다 먼저 주옹이 이를 사랑했으니 
嚼來滋味敵膏粱(작래자미적고량)
씹으니 맛이 고량진미와 대적할만하네

상기 작품에 등장하는 주옹은 중국 남제(南齊) 때 은사(隱士, 벼슬하지 않고 숨어 살던 선비)로, 문덕태자(文德太子)가 일찍이 주옹에게 채소 중 어떤 나물 맛이 가장 좋으냐고 묻자 “초봄의 이른 부추나물과 늦가을의 늦배추였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배추를 좋아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왜 필자가 서거정의 이 작품을 인용했을까.
 

물론 배추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함이다.

배추와 관련 일부 단체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숭채(菘菜, 배추)의 기록이 있는 문헌으로는 훈몽자회(訓蒙字會)가 있는데 중국서 도입된 무역품의 하나로 숭채 종자가 포함돼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그 후 중종 때(1533년)와 선조 때에도 숭채 종자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

이는 명백한 오류다.

훈몽자회는 1527년 최세진이 지은 작품으로 서거정은 훈몽자회가 모습을 드러내기 한참 이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오류가 발생했을까.

여러 기록에 의하면 배추김치의 등장은 여타의 다른 김치에 비해 시기가 상당히 늦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이를 염두에 두고 다시 서거정의 작품 배추(菘, 숭)를 감상해보자.

生菘靑間白(생숭청간백)
파랗고 하얀 싱싱한 배추
一一飣春盤(일일정춘반)
하나하나 봄 쟁반에 담아
細嚼鳴牙頰(세작명아협) 
가늘게 씹으면 어금니 울리고
能消養肺肝(능소양폐간) 
소화 잘되 폐와 간에 좋다네
誰知能當肉(수지능당육)   
고기에 견줄 걸 누가 알겠나  
亦足勸可餐(역족권가찬) 
밥으로 가하다 권할만 하네
周郞先得我(주랑선득아) 
주랑이 먼저 나를 얻었으니
歸去亦非難(귀거역비난) 
돌아감 역시 어렵지 않다네

주랑(周郞)은 앞서 이야기했던 주옹(周顒)을 지칭한다.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