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유리상자 속 전시’ 최성임

나만의 강을 건너는 방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에 위치한 봉산문화회관은 4면이 유리 벽면으로 이뤄진 아트스페이스 ‘유리상자’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의 유리상자는 관람객들에게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유리상자 속에 최성임 작가의 개인전 ‘강을 건너는 방법’이 전시된다.
 

▲ 봉산-유리상자 ⓒ최성임

봉산문화회관은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하는 전시다. 올해 주제는 ‘헬로우! 1974’. 그 세 번째 전시로 최성임 작가의 개인전 ‘강을 건너는 방법’이 관람객들과 만난다. 

매달려 있는

최성임은 어른이 돼 집안일을 하면서 양파망이나 마늘망, 처마 밑의 곶감이나 시래기 등 무언가가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풍경을 자주 접했다. 양파망에 플라스틱 공을 끼워 매다는 최성임의 작업은 그때 그 풍경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누워서 천장을 보거나 바깥의 하늘을 바라봤을 때 매달려 있는 것들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최성임은 생명의 어쩔 수 없는 유한함, 경직된 사회시스템, 집이라는 공간의 물리적 한계, 생각의 틀 등의 경계를 ‘망’으로 정의했다. 그 안의 ‘공’은 하나의 생명이나 예술 혹은 아직 발현되지 못한,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씨앗으로 여겼다.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는
작가에게는 특별한 공간


서로를 가두고 가두어진 망과 공은 작품 속에서 여러 색깔과 다양한 부피로 무늬와 그림자를 드리우고 간섭한다. 그러다가 처음과는 다르게 공존하며 낯선 풍경을 만든다. 하나의 공, 한 줄의 망 등 시선을 두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 부피가 커지고 그 속에 시간을 넣어 다듬으면서 새로운 힘이 생겼다. 

작고 약한 것들의 군집이 만들어내는 무늬, 무게를 버티며 높이 서있는 단위들, 매달려서 흔들리고 있지만 기둥이 되는 것들, 반복되는 작은 조각들의 존재감, 최성임은 이런 것들에 믿음과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작업실이 있는 서울과 작품이 전시될 대구까지의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거리감, 유리상자라는 전시 공간의 특징처럼 갇혀 있지만 주변에 반응하는 것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봉산-유리상자 ⓒ최성임

이어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은 흡사 옛 사람들이 비옥한 땅을 찾아 강을 건너 이주해야만 하는 상황, 미래의 꿈을 좇기 위해 난관을 이겨 나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유리상자 전면에는 수많은 공이 들어있는 초록색과 푸른색 망들이 강의 깊이를 만들며 덮고 있다. 그 사이에 작은 파도나 물보라 같은 하얀색 띠가 가로지른다. 매달려서 쏟아져 내리는 듯한 느낌, 반투명한 공이 자연광을 받아서 반짝이는 느낌은 강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다. 

양파망에 넣은 공
일상에 대한 고찰

강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 두 가지 색의 충돌과 합류는 연약하지만 분명한 하얀색 띠에 의해 끊기거나 강조되고 있다. 마치 거대한 흐름에 작은 길을 낸 느낌이다. 유리상자 안을 하나의 강으로 표현하면서 연한 물보라와 중간의 하얀 길을 강조했다.


최성임에게 강은 하나의 전시, 한 시절, 하나의 관문, 시간의 흐름 등을 상징한다. 개울가의 작은 돌멩이와 강가의 큰 바위를 굽이치며 지나가는 물과 강처럼 시간은 거대한 줄기를 만들며 계속 흐른다. 이 과정서 최성임은 강의 큰 흐름을 읽으면서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고, 수많은 물결에 저항하며 강을 건넜다. 전시 제목이 ‘강’이 아닌 ‘강을 건너는 방법’인 이유다. 

최성임은 “거대한 강이 있고 이 강을 건너는 각자의 꿈과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아간다면 저 너머에는 다른 세계가 있으리라는 즐거운 결말을 마주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시 제목을 정했다”며 “작품을 보면서 자신만의 강, 건너온 강과 앞으로 건너갈 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의 흐름

최나욱 미술비평가는 “이번 전시는 최성임의 기존 작업을 찾아보고 떠올리는 관람객들에게는 조형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할 것이며, 모두가 일상의 변화를 맞이하는 지금의 상황에 몰입한다면 오늘날 어떻게 이 변곡점을 건너가야 하는지 집중하게 할 것”이라며 “이것이 그동안 자연스럽게 보낸 일상에 대해 급격히 생각해야 하는 지금, 그동안 끊임없이 일상에 대해 고찰한 작가의 특이점을 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최성임은?]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2003)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원 회화판화 전공 졸업(2005)

▲개인전
‘발끝으로 서기’ 디스위켄드룸(2020)
‘집이 있던 자리’ 성북예술가압장(2018)
‘정원. 비스듬한’ 서울시청 하늘광장갤러리(2018)
‘24’ 미인도-미아리고개 하부 공간(2016)
‘HOLES’ 아트스페이스 오(2015)
‘두 번째 장소’ 신미술관(2015)
‘미묘한 균형’ 송은 아트큐브(2014)
‘Missing Home’ 대안공간 정다방 프로젝트(2013)
‘은신처’ 갤러리 소머리국밥(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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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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