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송은 아트큐브’ 이미정

당신의 욕망이 담긴 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송은 문화재단이 이미정 작가의 개인전 ‘SANDWICH TIMES’를 준비했다. 이미정은 집을 꾸미는 과정서 자주 드러나는 양태들, 유통되는 이미지들을 그래픽으로 재현해 개인의 욕망이 묻어나는 부분을 조명했다. 
 

▲ Wall system for concentration

송은 문화재단은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 지원을 위해 비영리 전시공간인 송은 아트큐브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1월 개관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 지원하는 중이다. 이미정은 2019-2020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 지원 작가로 선정됐다. 

밝은 화면

작가는 집에 관심을 가졌다. 집을 가꾸는 데에서 자주 드러나는 모습과 이미지를 그래픽으로 구현해 개인의 욕망을 들여다봤다. 얇은 부피로 구현된 오브제들은 회화로 꾸미고 한 공간에 여러 개의 장면을 배치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시 제목의 샌드위치는 이미정에게 중의적인 의미다. 하나의 물체지만 여러 요소를 필요로 하고 모두 중첩돼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샌드위치는 온전히 홀로 존재하기보다는 다양한 레이어 사이에 끼어 있는 작가 혹은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다양한 레이어에는 현재 우리가 속해 있는 세대와 그 전후 세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하는 것,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등이 담겼다. 

여러 요소가 중첩된 상태
사이에 담긴 다양한 일들


이번 전시 ‘SANDWICH TIMES’서 작가는 벽면과 바닥에 주목해, 우리가 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층 넓은 시야로 바라본다. 집이라는 공간을 단순히 거주하는 장소가 아닌 개인이 소유하고 싶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개인이 사회에 내비쳐지고 싶은 이미지에 도달하기 위해 쏟는 노력과 현재의 형편 사이의 간극을 탐구한다. 

전시장에 들어서 마주하는 장면은 마치 스크랩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길게 늘어뜨려진 하나의 화이트큐브 안에 다채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입구서 관객을 맞이하는 ‘Daily pledge’ 작품은 평상시 집밖을 오갈 때 제일 먼저 접하는 현관문의 역할을 한다. 
 

▲ Decorative line piece_green plate

표면에는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낙서를 한 듯한 흔적이 있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제스처가 묻어나는 캐릭터의 눈 모양이 채워져 있다.

‘Wall system for concentration’ 작품서도 드러나는 이러한 이미지는 단지 표면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 레일 장치를 추가해 작업을 좌우로 열었다 닫고, 펼쳤다 접으면서 매번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만난다. 움직임이 가미된 평면화는 변화하는 위치와 환경에 따라 적응해야 하는 현 세대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교차된다. 

소유하고 싶은 공간
형편에 따른 공간

이미정은 회화성과 평면 작업에 대해 ‘Wall system for Black square’로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 거실을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제품 아트월은 사실상 액자 프레임과 다를 바 없다.

아트가 지니는 본래의 이미지는 집안에 들어서서 이용되는 순간 미묘하게 변형된다. 새로운 인상이 더해진 아트가 다시 한 번 갤러리 환경으로 잠입하는 장면이 전개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예술이 일상적인 공간서 어떤 형상, 이미지로 소비되는지 이야기한다. 


전시장 외부에 설치된 ‘Sky blue: layered landscape’ 작품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한강 뷰의 창문을 묘사한 것이다. 이러한 전망을 목격하면 일반적으로 ‘그림 같다’는 말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작가는 창을 통해 보고 싶어 하는 풍경이 재현된 장면은 그림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무엇이 회화로 인식 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이미정은 관객 개개인이 자신만의 시점으로 전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회구조 문제

송은 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미정의 밝고 경쾌한 색감의 작업들은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면서도 사회구조의 문제를 또렷하게 마주하게끔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현시대성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9월9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미정은?]

▲학력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회화과 졸업(2011)

▲개인전
‘The Gold Terrace’ 아트딜라이트(2018)
‘IF THERE IS NO WIND, ROW’ 아트스페이스 휴(2017)
‘Pink Noise’ 갤러리 쿤스트독(2014)
‘위로는 셀프’ OCI미술관(2013)
‘Red complex’ 갤러리 아트사간(2012)

▲단체전
‘Brave New Gaze: 시각, 시선, 그리고 시작’ 아뜰리에 아키(2020)
‘새일꾼 1948-2020’ 일민미술관(2020)
‘2019 PACK_모험! 더블 크로스’ 탈영역우정국(2019)
‘PERFORM2019: Linkin-out’ 일민미술관(2019)
‘바깥으로 굽는 팔’ 갤러리 미술세계(2019) 외 다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