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들을 지옥으로 보낸 <아이랜드>

조작 사태에도 헤매는 Mnet 오디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프로듀스 X> 조작 사태 이후 신뢰도가 급감한 Mnet이 아이돌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무려 2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아이랜드>(I-LAND)다. 기존의 <프로듀스> 시리즈와는 다르다며 거리를 둔 <아이랜드>는 더 잔인해지고 가혹해졌다. 제작진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참가자들에게 떠넘겼고,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연습생의 인권은 노골적으로 떨어뜨렸다. 
 

▲ 아이랜드 ⓒ엠넷

Mnet 오디션 프로그램의 근본은 ‘악마의 편집’이다. <슈퍼스타K> 방영 초기부터 교묘한 편집으로 참가자의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성을 불러모았다. 제작진의 실망스러운 태도에 반기를 든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이는 곧 ‘노이즈 마케팅’으로 변모해,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이득을 안겨줬다. 

악마의 편집

참가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마인드로 제작됐음에도, 자극적인 경쟁이 꾸준히 인기를 끌자 더 노골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 <프로듀스> 조작 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CJENM 허민 대표가 나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프로듀스>로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으며, 전 신형관 음악콘텐츠본부장이 <아이랜드> TF팀으로 발령되는 등 대대적인 인사 조처가 벌어졌음에도, <아이랜드>를 보고 있자면 Mnet은 여전히 본질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아이랜드>의 세계관은 스테디셀러 소설인 ‘데미안’을 근간으로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문장 위에 70억원의 세트를 설치했다. 유명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알이라는 세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걸 암시한다.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하나, <아이랜드> 제작진이 설계한 알은 참가자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참혹한 시스템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지옥도’라고 표현한다. 

금수저·흙수저 차별적인 환경
협력보다 암투 가르치는 프로

<아이랜드> 내에는 두 개의 공간이 존재한다. 무려 3000평이나 되는 공간에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즐비한 아이랜드와 공간만 덩그러니 있는 그라운드다. 아이랜드에는 12명만이 생활한다. 12명에서 탈락한 인원은 그라운드로 행한다. 

조작 사태로 물의를 빚은 Mnet 제작진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 대신 참가자들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몰아세웠다. 참가자들끼리 거수 투표를 통해 아이랜드와 그라운드를 나누는 것.

데뷔가 꿈인 연습생들을 앞에 두고 경쟁자가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방식이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최악의 시스템을 갖춘 <아이랜드>. 

불행 중 다행인지, 인기가 없어서 각 커뮤니티서 회자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등생과 열등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등생은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아이랜드서 자신을 성장시키며, 그라운드 연습생들은 텅 빈 공간서 연습을 한다. 시작부터 차별적인 환경서 태어난 것을 의미하는 ‘금수저’와 ‘흙수저’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 ⓒMnet

그라운드서 아이랜드로 올라온 한 참가자는 아이랜더의 화려한 환경에 오히려 적응하지 못해 주눅이 들고, 아이랜드서 그라운드로 내려간 참가자는 기존 그라운더들을 무시한다. 기존 그라운더들은 아이랜드서 넘어온 동료들에게 선곡과 안무 등 모든 것을 맡기고, 그들의 리드를 따른다. 

아이돌 연습생들을 통해 ‘헬조선’의 단면을 보여준다. 만약 <아이랜드>가 이런 메시지를 주고자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수작이라 불리겠지만 이는 지극히 냉혹한 현실이다. 

연습생들은 아이돌의 세계로 가기 위해 암투를 벌인다. 협동과 노력보다 견제와 질투, 아부와 배신 등을 무기로 내세운다. 인간의 이기심을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은 시스템에서 평균 연령 17.2세의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온갖 치졸한 방법을 두고 고민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나쁜 것부터 가르치는 모양새다.

‘헬조선’ 단면 <아이랜드> 
더 잔인해지고 가혹해져

강도 높은 경쟁 체제서 어린 참가자들은 매주 경쟁자를 탈락시켜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방금까지도 호흡을 맞췄던 동료의 방출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이 든 동료를 내 손으로 떨어뜨리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다. 어른들이 설계한 알에서 고통받는 건 꿈을 꾸는 미성년이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나 가수 비와 지코는 이 같은 상황을 영상으로 관망한다. 연습생들의 생존경쟁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러 역할은 배우 남궁민이 맡는다. 연예계서 생존한 이들도 제작진의 설계한 세계관에 적극 동의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Mnet 측은 <아이랜드> 시스템에 대해 참가자에게 자발성을 부여하고, 투표의 공정성까지 고려한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인간을 존중하는 방법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듯하다. 일각에선 <아이랜드>를 두고 영화 <헝거게임>이나 <배틀로얄>이 떠오른다며, 참가자들의 경쟁을 노골적인 볼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아이랜드 포스터 ⓒMnet

게다가 참가자들은 자신의 안전도 보호받지 못한다. 부실한 무대 설치로 인해 한 명의 연습생이 낙상사고를 당해 프로그램을 완전히 떠난 것을 목격한 연습생들은 무대의 위험성 때문에 협력이 필요한 안무를 뒤로 미뤘다. 그러자 프로듀서 비는 이를 두고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꾸짖는다. 시청자들은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게 그의 논지다.

연습생들의 안전을 생각한 판단이 예의 없는 인간으로 치부됨에도, 제작진은 낙상사고의 위험성을 숨긴다. 

데미안서 말한 알에서 깨어나라는 메시지가 인권을 짓밟는 <아이랜드>에도 통용되는 것일까. 연습생들을 아이돌 전시장에 진열된 상품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제작진의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돼 시청하기 어려울 정도다.

약 10여년간 K팝은 전 세계를 수놓을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물론 처절한 경쟁 시스템서 생존하고자 했던 이들의 스태프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과정서 수많은 사람들이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당하는 성장통도 있었다.


짓밟힌 인권 

AOA 민아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프로듀스> 사태가 터진 후 Mnet은 시청자 투표와 관련해 외부 참관인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프도듀스>와 같은 과오는 참관인 제도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선제돼야 한다. 과연 알에서 깨어나야 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는 Mnet의 제작진이 먼저 돌아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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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