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성호전자 대물림 타이밍

‘때는 이때다’ 빠진 틈에 쑤셔 넣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성호전자가 2세 승계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오너 2세는 창업주 지분을 뛰어넘었고, 개인회사를 통해서도 상당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승계 타이밍은 적절했다 평가다. 저평가된 주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성호전자는 지난 1973년 설립된 전자부품 제조사다. 필름콘덴서와 전원공급장치(PSU)를 주력으로 한다. 회사 경영은 박현남·박환우 공동대표 체제서 지난 2015년 박현남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성호전자는 연매출 1000억원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전자부품
1000억

오너 2세는 박성재 부사장으로 박현남 회장의 장남이다. 박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임원으로 등재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

성호전자 주요 주주는 박 회장 일가였다. 모두 25% 정도의 지분을 쥐고 있었다. 이 중 박 회장은 12.75%로 가장 많았다. 변화가 발생한 시점은 그해 2월이다. 동시에 승계가 가시권에 들어온 때이기도 하다.

우선 성호전자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박 회장 자리를 대신한 주주는 ‘서룡전자’라는 회사였다. 앞서 서룡전자는 성호전자의 유상증자 과정서 모습을 드러냈다.


성호전자는 지난 2018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주발행가액은 기준 주가서 10% 할인된 711원이었다. 서룡전자는 140만6469주를 배정받게 됐다.

성호전자는 유상증자를 추가로 진행했다. 지난해 모두 두 차례였다. 서룡전자는 이를 통해 277만4109주, 59만319주를 확보하게 됐다.

서룡전자는 세 차례 유상증자서 모두 477만897주(12.63%)를 쥐게 되면서 성호전자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박 회장은 376만2480주(12.15%)로 밀렸다.

오너 2세 개인회사, 유증 참여 최대주주로
창업주 세대, 후계자에게 주식 대거 증여

눈길이 가는 건 서룡전자 최대주주가 박 부사장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성호전자 최대주주가 사실상 박 부사장으로 변동됐다고 볼 수 있다.

박 부사장은 서룡전자 대표다. 서룡전자는 지난 2017년 11월 설립됐고 사업장을 성호전자에 두고 있다. 사업 영역 역시 성호전자와 겹친다. 서룡전자는 전자부품 도소매 업체다.

업계 안팎에선 서룡전자를 박 부사장의 ‘승계 지렛대’로 본다. 성호전자가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얼마 전 회사가 설립된 점, 유상증자 결과 성호전자 최대주주로 올라선 점, 대표가 박 부사장이라는 점, 성호전자와 사업 영역이 겹친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목적’이 있는 회사라는 분석이었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를 통해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룡전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억원, 27억원,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서룡전자는 성호전자로부터 6억원, 16억원, 2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유상증자가 단행된 직전년도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꽤 높았다.
 

서룡전자의 다음 행보는 박 부사장의 존재감을 한층 더 키워줬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의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를 꿰찬 뒤, 차근차근 성호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서룡전자는 지난 3월 5차례에 걸쳐 89만455주를 매입했다. 당시 소요된 비용은 3억6581만원이었다. 서룡전자는 지난 4월 1만4900주를 722만6500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매입 결과, 서룡전자가 보유한 성호전자 주식수는 기존 477만897주(12.63%)서 567만6252주(15.95%)로 크게 늘었다. 동시에 박 부사장의 지배력까지 간접적으로 강화됐다. 서룡전자와 박 부사장의 지분을 단순히 더하면 22.29%(15.95%+6.34%)다.

존재감↑
주가↓

서룡전자의 성호전자 주식 매입은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3월과 4월 47만여주를 대량 매입한 시점을 살펴보면 그렇다. 성호전자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해 3월6일 753원을 끝으로 내려앉았다. 성호전자 역시 코로나19 여파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가는 600원대로 서서히 감소하더니 400원대로 추락하면서 같은 달 19일 371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상장 이후 최저치로 액면가 500원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서룡전자는 이를 기회로 여겼을 공산이 크다. 서룡전자가 성호전자 주식을 매입한 때는 지난 3월20일, 23∼25일, 30일, 그리고 4월2일이다. 당시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주식을 390원, 391원, 424원, 482원, 484원, 485원 등 액면가 아래로 대량 매입할 수 있었다.

박 부사장은 개인적으로 성호전자 지분을 대거 확보하기도 했다. 박 회장과 부인 허순영씨가 그 역할을 했다. 이들은 상당수 주식을 박 부사장에게 넘겼다.

박 회장과 허씨는 지난 4월23일 박 부사장에게 각각 40만주와 100만주를 증여했다. 특히 박 회장은 박 부사장 외에도 하수경씨와 박건호씨에게 각각 100만주, 50만주를 증여하면서 모두 190만주를 처분했다.

증여 시기는 적절했다는 평가다. 당시 성호전자 주가는 액면가 500원을 겨우 넘는 데 그쳤다. 주식을 자녀에게 직접 증여할 때, 저평가된 상태라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부모 증여
주식 껑충

증여 결과, 박 회장 부부의 지분은 크게 줄었다. 박 회장은 기존 376만2480주서 186만2480주로 감소했다. 절반 가까운 주식을 정리한 셈이다. 부인 허씨는 219만7385주서 119만7385주로 떨어졌다.


반대로 박 부사장의 입지는 탄탄해졌다. 박 부사장은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85만7202주(2.41%)에 불과했다. 지분 순으로 따져봤을 때 5번째에 그쳤다. 하지만 박 회장 부부로부터 140만주를 수증하면서 225만7202주(6.34%)로 껑충 뛰었다.

종합해보면, 성호전자 지배구조는 ‘박 부사장→서룡전자→성호전자’로 재편됐다. 박 부사장은 자신의 성호전자 지분뿐만 아니라 서룡전자가 보유한 지분으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 PCB Assembly ⓒ성호전자 홈페이지

해당 과정에 저평가된 주식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지분을 대량 매입할 수 있었고, 박 부사장은 박 회장 등으로부터 상당한 주식을 증여 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박 부사장은 승계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호전자는 오는 9월 다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참여 주주는 서룡전자와 박 부사장이다. 신주 발행 규모는 600만주로 발행가액은 500원이다. 주가가 낮게 책정된 만큼 발행가액을 줄일 수 있었다.

규모는 모두 30억원으로 서룡전자가 20억원, 박 부사장이 5억원을 맡게 됐다. 서룡전자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하민수씨도 5억원을 지원하게 됐다.

코로나19·실적 악화…저평가 주식 원동력으로
회사 물려받아도 숙제 가득, 어떻게 풀어낼까?


유상증자 이후 사실상 박 부사장에게 대부분의 주식이 몰리는 만큼, 지배력 역시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서룡전자가 567만6252주(15.95%)를, 박 부사장은 225만7202주(6.34%)를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 결과에 따라 500만주가 추가로 귀속된다면 박 사장의 승계는 사실상 매듭지어진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주식 저평가에는 코로나19 외에도 실적 부진 영향도 컸다. 성호전자는 최근 3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성호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922억원, 913억원, 992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8억원, 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 -3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순이익은 더 심각했다. 같은 기간 4억원서 -16억원, -50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성호전자가 손실을 본 건 5년 만이다. 회사는 2014년 8억원 영업 손실을 본 뒤 꾸준히 실적을 개선한 바 있다.

성호전자는 공시를 통해 상당한 손실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 ▲판가 인하 등에 따른 기존 고객사 제품 수익성 악화 ▲신규고객사 제품 신개발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원가 상승 ▲원자재 공급부족에 따른 구매가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성호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992억원 가운데 매출 원가가 884억원이었다. 직전년도의 경우, 매출액 913억원에 매출 원가는 731억원이었다. 성호전자는 지난해 판관비를 23%가량 줄였지만 영업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실적 악화
회복 난망

올해 성적표 역시 아직까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1분기 성호전자는 연결 기준 19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4.9%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3억원의 영업이익은 12억원의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이어 6293만원의 순이익은 3억원의 순손실로 뒤집어졌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호전자 2세 신사업 아이템은?

성호전자 2세 박성재 부사장은 지난 2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재영 뱅크카드 이사와 휴대용 소독기 전문업체 ‘세니텍’을 설립했다.

박재영 이사는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외손자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생활 바이러스와 세균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니텍은 현재 ‘브이가디언’이라는 휴대용 소독기를 판매하고 있다. 인체에 안전한 가시광선을 이용해 세균을 파괴하는 제품이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 중이다.

창업주는 두 사람이지만 사실상 회사는 박 부사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니텍의 본사 주소지가 성호전자와 같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박 부사장이 신사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 성호전자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서 ‘전자상거래업’과 ‘소독기기 제조 판매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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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