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응급환자 태운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는 업무방해죄만 처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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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사건을 모두 아실 것입니다. 피해환자의 유족은 “경찰 처벌을 기다리고 있지만, 죄목은 업무방해죄밖에 없다고 하니”라고 청와대 청원했습니다. 이렇게 청원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유가족이 업무방해죄로만 처벌된다고 자문을 받았는데. 피해환자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가 업무방해죄로만 가볍게 처벌되는 것이 너무 분해 청원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경찰이 업무방해죄로 처벌된다고 자문해준 것이라면,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형사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변호사로서 유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일요시사의 도움을 얻어 본 글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A] 업무방해죄로만 처벌된다는 자문은 단지 구급차의 운행방해에만 초점을 맞춰 자문한 것에 불과합니다. 당시 피해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독한 점(응급성)과 택시기사가 피해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구급차의 운행을 방해한 점(피해환자의 사망 인식)을 간과한 법률자문이라고 사료됩니다. 

우선 경찰이 자문한 대로, 택시기사는 업무방해죄로 처벌됩니다. 그 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죄 및 살인죄로 처벌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되는지 살펴보면, 살인죄로 처벌되는 점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택시기사는 실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를 살펴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器物)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서 구급차에 응급환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구급차 운전자가 “환자가 있다고, 환자가 있다고” “응급환자야”라고 말하고 피해환자의 며느리도 “가봐야 되는데, 빨리 가야 되는데” “응급실 가야 돼요” “급해요”라고 택시 기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택시기사는 구급차에 응급환자가 있었으며 구급차가 응급실로 간다는 점을 알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택시기사는 “가만히 있으라고. 아저씨가 어딜 그냥 가냐고” “나 치고가, 그러면 아저씨 못 간다니까” “아니 못 간다니까” “나 치고 가라고, 그러니까, 나 때리고 가라고, 지금” “나 치고 가라고 아저씨” “나 치면 블랙박스 다 녹화되고 있으니까” “이 차는 사고처리를 하고 가야 해요”라고 말하면서 구급차를 출발하지 못하도록 했으므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0조 ②항에 따르면 ‘제12조를 위반해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된 판례를 살펴보면, ①2020년 울산지방법원서 응급의료에 관한법률위반 및 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6개월로 ②2013년 청주지방법원서 응급의료에 관한법률위반 및 업무방해죄로 징역 1년으로 ③2017년 춘천지방법원서 응급의료에 관한법률위반으로 징역 8개월로 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위 3개의 판례는 모두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안인 점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의 경우는 피해환자가 사망했으므로 살인죄를 논하지 않더라도 최소 2년6개월 이상 선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2) 다음으로 살인죄가 성립되는지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서 택시기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응급의료 방해 행위’가 있다는 점이 분명합니다. 이 같은 택시기사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가 살인죄의 ‘살해’로 평가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살인죄서 살해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응급의료 방해 행위도 살해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택시기사에게 응급의료 방해 행위로 인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는지 및 응급의료 방해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이 사건서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에 대하여 살펴보면, 대법원은 살인죄서 범의가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위 대법원 법리로 이 사건을 살펴보면, 택시기사에게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택시기사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로 인해 구급차에 있는 피해환자의 사망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택시기사가 인식하거나 예견했어야 합니다.

택시기사가 119 또는 경찰과 통화하면서 “사설 구급차량 사고 났는데, 뭐 응급환자가 있데요” “차안에 응급환자가 있다는데” “일단 지금 구급차 와서 일단 환자를 옮겨가 주세요” “어, 차안에 환자가 있다는데” “차안에 구급차 안에 뭐 환자가 있대요” “그 환자 먼저 태워서 보내야 될 것 같은데, 응급하다니까”라고 말한 점을 보면, 택시기사는 구급차에 응급환자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습니다.

거기에다 구급차 운전자가 “환자가 있다고, 환자가 있다고” “응급환자야”라고 말했고 피해환자의 며느리도 “가봐야 되는데, 빨리 가야 되는데” “응급실 가야 돼요” “급해요” “사장님, 여기 블랙박스에 다 찍혔잖아요. 그러니까 여기 가디릴 필요없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점에서도 택시기사는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택시기사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119 불러준다고” “내가 책임진다고 죽으면”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니까”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고, 어딜 그냥 가 아저씨”라고 말했는데, 이런 발언을 살펴보면 택시기사는 구급차 내에 있는 피해환자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인식하면서 피해환자의 사망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응급의료 방해 행위로 인해 구급차에 있는 피해환자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만한 가능 또는 위험을 있음을 택시기사는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사망의 결과를 용인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택시기사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유족이 올린 동영상을 살펴보면 택시기사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로 인해 약 10분 정도 응급실에 늦게 도착한 점을 알 수 있습니다. 10분 늦게 응급실에 도착한 사실 때문에 사망결과가 발생했는가 쟁점입니다.

법원은 사망 원인에 대한 판단 기준에 관해 “일반적으로 사망원인이 무엇인지는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경우마다 사망진단을 하는 의사에 의해 개별적으로 판정돼야 하므로, 이 사건 당시 검안의로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최종적으로 판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의사가 이 사건 사고 직후에 피해자의 사체를 직접 검안하고 내린 위와 같은 사망진단은 다른 어떤 의견보다 존중돼야 하고, 분명하고 뚜렷한 반증이 없는 한 함부로 배척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리에 따라 이 사건서 살펴보면 피해환자가 사망한 당시 사망진단을 한 의사, 즉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최종적으로 판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의사의 의견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사망진단한 의사가 10분 정도 응급실에 왔더라면 좀 더 피해환자가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소견과 그 소견의 입증하는 의학적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한다면, 택시기사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 택시기사는 살인죄로 처벌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택시기사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에 유일한 원인이 되어야 살인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의사의 과실이 경합돼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 때문에 병원서 의사의 응급치료상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택시기사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다면 택시기사는 살인죄의 죄책을 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살인죄를 저지른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형법 제253조). 설사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살인죄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는 이상 택시기사는 살인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02-522-2218·lawnkim.co.kr>


[김기윤은?]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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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