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섬유 오너 일가 경영권 다툼 그 후…

백기 드는 터줏대감…모종의 합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과거 형제의 경영권 다툼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신라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 지분 상속 등이 진행되면서 별다른 분쟁은 없었다. 현재 그룹은 창업주의 동생 일가서 도맡고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지분이 매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라그룹은 신라교역, 신라섬유, 신라에스지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그룹 지주사 신라홀딩스를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된 형태다. 창업주는 고 박성형 명예회장. 그는 지난 1953년 사업을 시작해 오늘날 신라그룹의 터를 닦았다. 특히 한국 섬유업계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53년 출범
중견그룹

현재 그룹은 창업주의 동생인 박준형 회장이 도맡고 있다. 다만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형제들은 과거 경영권을 놓고 충돌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두 형제는 신라교역 지분을 놓고 법적 분쟁을 겪었다. 당시 신라교역은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던 회사였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박준형 회장과 조카인 박성진씨를 상대로 예탁증권 공유지분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앞서 박성형 명예회장은 박준형 회장과 박성진씨에게 신라교역 주식을 넘겼는데, 본인의 동의 없이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박준형 회장과 박성진씨는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신라교역 주식을 각각 179만주, 81만주 매입했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동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박준형 회장은 상호 동의가 있었다며 맞붙었다. 또한 박성형 명예회장이 주식 매각을 통해 차익을 얻었다는 입장이었다.


형제의 갈등은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당시 신라교역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법원은 박성형 명예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박성형 명예회장이 처분이익을 얻었다는 박준형 회장 측의 주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고, 주식거래는 박성형 명예회장 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봤다.

과거 친족 간 경영권 분쟁 발발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으로 매듭

법원의 판결로 박성형 명예회장은 신라교역 주식을 모두 돌려받았다. 박준형 회장은 보유 주식 수가 크게 줄었고, 박성진씨는 0주가 됐다.

박성형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4월 타계했다. 한때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터라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룹 경영권을 두고 집안싸움이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게다가 분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곧 벌어졌다. 박준형 회장이 그해 5월 신라교역 개인지분을 전량 현물출자하면서 ‘신라홀딩스’를 설립했기 때문. 당시 회사는 지배구조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박성형 명예회장이 타계한 바로 다음 달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점은 쉽게 간과하기 어려웠다.

일각에선 박준형 회장이 핵심사 신라교역 지배를 선점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대비했다는 관측을 내놨다. 반면 박성형 명예회장의 지분이 상속 절차를 밟고 있었던 상황인 만큼, 오너 일가서 따로 합의를 봤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 ⓒ문병희 기자

결과적으로 큰 다툼은 없었다. 그해 11월 박성형 명예회장의 지분은 그의 부인과 자녀들에게 균등하게 배분됐다. 부인은 70만9750주, 장남 박재흥 신라교역 대표이사와 세 딸 박숙희, 박상희, 박주희씨는 각각 47만3157주를 상속받았다. 지분이 없었던 박성형 명예회장의 손녀 박연진, 박수진씨도 각각 23만6584주를 받았다.

박성형 명예회장 부인이 이듬해 2015년 별세하면서 보유지분을 장남이 모두 넘겨받았다. 박재흥 대표는 지분이 2배가량 늘어나면서 신라교역 2대주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신라그룹은 박준형 회장 부자가 이끌고 있다. 박성진씨는 현재 신라그룹 부회장이다. 이들은 올해 취임사에 나란히 참석하며 사업 기조를 밝히기도 했다.

지분 상속
주식 처분

최근 박성형 명예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지분 구도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그룹 내에서 박성형 명예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신라교역’과 ‘신라섬유’로 압축된다. 두 회사서 지분 정리가 벌어진 것이다.

신라교역 지분 처분은 숙희씨와 주희씨, 그리고 수진씨와 연진씨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상속 이후 특별히 지분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지분을 차츰차츰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숙희씨는 그해 2월 기존 지분(47만3167주)을 서서히 매도했다. 숙희씨는 그달에만 14차례에 걸쳐 2만1184주를 처분했다. 3월에는 1만5409주를, 4월에는 5만5631주를 팔았다.

숙희씨의 지분 매각은 계속됐다. 6월에는 1만4865주, 7월과 10월에는 각각 300주, 6500주를 매도했다. 숙희씨는 11월 1만3151주를 끝으로 지분 정리를 마쳤다. 숙희씨의 지분은 기존 47만주가량서 34만6127주로 줄었다.

주희씨도 지난해 초부터 지분을 매각했다. 다만 숙희씨에 비해 매각 지분은 많지 않다. 주희씨는 지난 1월 6차례에 걸쳐 4638주를 팔았다. 2월과 3월, 4월에도 각각 900주, 600주, 1만2560주를 매각했다. 한동안 매도 소식은 없었다. 이후 12월에 3000주를 매각하는 데 그쳤다. 모두 2만1698주로 잔여 지분은 45만1469주였다.
 

▲ 신라교역 ⓒ문병희 기자

창업주의 손녀인 수진씨와 연진씨는 더 많은 지분을 매도했다. 이들의 두 자릿수 주식 수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우선 수진씨는 숙희씨 등의 사례와 달리 일찌감치 기존 지분(23만6584주)을 처분했다. 수진씨가 최초 지분을 매도한 시기는 지난 2015년이다. 당시 6만5000주를 팔았다.

2017년에는 3000주를 매각했고, 그 다음해인 2018년에는 6차례에 걸쳐 3만5557주를 매도했다. 지난해에는 1만3600주를 팔았다.


지분이 대량 매도된 시기는 올해다. 수진씨는 지난 2월 1만8500주를 팔았다. 3월에는 모두 5만8129주를 처분했다. 같은 달에 4571주를 잠시 매입하기도 했었다. 수진씨는 지난 4월 2400주를 정리하면서 보유 지분은 4만4969주로 크게 줄었다. 대략 20%만 남은 셈이다.

연진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진씨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9674주, 1만3025주, 2550주, 1만3300주를 매각했다. 2018년에는 3월부터 5월까지 매달 6650주, 7864주, 1만800주를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9월과 10월에 각각 2500주, 6만3355주를 매도했다.

지분 매각은 올해에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연진씨는 지난 2월 1만3699주, 3월에 5만53주를 팔았다. 3월에는 4045주를 잠시 매입하기도 했지만 4월에 1000주 처분을 마지막으로 매각을 잠시 멈춘 상태다. 정리한 지분은 모두 19만4470주로 보유 지분은 4만6159주로 줄었다.

최근 상희씨도 신라섬유 지분 매각에 나섰다. 상희씨는 지난 6월29일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39만5148주를 처분했다.

지난 5월13일 기준, 신라교역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 신라홀딩스(40.18%)에 이어 박재흥 대표(10.03%), 신라문화장학재단(7.66%), 상희씨(2.96%), 주희씨(2.82%), 숙희씨(2.16%) 등이었다.

신라섬유에서는 더 많은 지분 변동이 발생했다. 앞서 신라교역에서는 지분을 어느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신라섬유의 경우는 달랐다. 단 1주도 남기지 않은 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이다. 지분 정리에 나선 이들은 신라교역서 지분을 매도한 바 있는 숙희씨와 주희씨, 그리고 수진시와 연진씨였다.

먼저 숙희씨는 최초 2만6020주를 갖고 있었다. 이후 부친의 타계로 23만532주를 상속받아 25만6552주를 확보하게 됐다.


숙희씨는 지난 2015년 3월 6만7809주를, 4월에는 5만8420주를 매각했다. 2016년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52만1292주를 확보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2만1123주, 9월 10만3977주, 10월 5000주를 매각했다.

급격한 지분 감소는 2018년부터 시작됐다. 숙희씨는 그해 9월 7만4277주, 10월 17만5073주를 대거 매각했다. 지분 정리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숙희씨는 그해 4월 6만9111주를 매각한 데 이어 6월 1000주, 7월 18만7054주를 추가 매도했다.

그 결과, 숙희씨에겐 단 1만5000주만이 남게 됐다. 숙희씨는 지난해 11월 잔여 지분을 모두 매도하면서 신라섬유 주주명단서 제외됐다.

주희씨 역시 숙희씨처럼 보유 지분에 상속지분을 더한 25만6552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주희씨는 2015년 3월 7만4500주를 매각했다. 그해 4월에도 5만1729주를 팔았다. 이듬해 4월 주희씨는 숙희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식분할을 통해 52만1292주를 확보했다.

대량 매도
도대체 왜?

한동안 주희씨의 지분 변화는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보유 주식 수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주희씨는 그해 2월 909주, 4월 12만2188주, 5월 1만3500주, 7월 13만7452주, 11월 3만8000주를 매도했다. 주희씨는 올해에도 지분을 계속 정리했다. 지난 1월 1만6000주, 2월 3만6000주 등이 매각됐다. 남은 지분은 28만7566주였다. 주희씨는 해당 지분을 지난 6월22일 한 번에 매각했다. 주희씨에게 남은 신라섬유 지분은 1주도 없는 상황이다.

연진씨는 11만5266주를 상속받은 뒤, 2016년 3월 7000주를 매각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43만3064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어 같은 달 1만1000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후 지분 매각에 속도가 붙었다. 이듬해인 2017년 8월 21만6169주, 12월 3만15주가 처분됐다. 2018년 1월에도 2만3386주가 매도됐다.

연진씨는 지난해 10월 11만5975를 매각하면서 1782주를 매입했으며 11월에도 6만3500주를 매각하면서 9000주를 매입했다.

본격적인 지분 정리는 올해 이뤄졌다. 연진씨는 지난 1월 2만7300주를 매각했고, 2월 잔여 지분 6만4767주를 모두 처분했다.

수진씨 역시 연진씨와 마찬가지로 11만5266주를 상속받았다. 수진씨는 지난 2015년 6월 1만주를 매각했다. 그해 3월에는 5만3114주를 매도했다. 이듬해 4월에는 주식분할을 통해 20만8608주를 확보했다.

한동안 지분 변동이 없었던 수진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분 정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달 5만6010주, 11월 7만1000주를 매입하면서 동시에 1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12월에는 3만3000주를 팔았다. 수진씨는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모든 지분을 소각했다. 1월 9만8000주, 2월 1만2750주를 처리하면서 신라섬유 보유 지분은 ‘0’이 됐다.

동생 가족이 실질적 그룹 지배
다른 일가는 하나둘 지분 정리

박재흥 대표는 기존 5만470주서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상속 등을 통해 128만5180주까지 취득했다. 이후 창업주 명의 계좌서 차명주식이 발견되면서 상속인들 간 재산분할이 합의 과정을 거쳤다. 박재흥 대표의 보유 주식은 59만918주로 줄었다.

다만 모친의 별세 이후 증여를 통해 지분이 99만9180주까지 상승했다. 또 주식분할을 통해 499만5900주까지 지분을 끌어올렸다. 

현재 신라섬유 최대주주는 신라교역으로 2대 주주는 박재흥 대표다. 다만 주식 수 차이는 크지 않다. 신라교역은 신라섬유 지분 500만350주를 보유 중이다. 박재흥 대표와 4450주 차이다. 지분율 역시 20.6% 대 20.58%로 0.02%차다.

신라교역 최대주주가 신라홀딩스인 점을 미뤄봤을 때, 지배구조는 ‘신라홀딩스→신라교역→신라섬유’로 이어진다. 다만 신라섬유는 그룹의 별다른 관여를 받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박준형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성진 부회장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준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신라홀딩스는 주요 계열사 ‘신라에스지’ ‘비전힐스’ ‘신라엔지니어링’ 등의 최대주주다.

박성진 부회장은 특수강업체 ‘원일특강’의 최대주주다. 원일특강은 종속회사 신라몰드텍’ ‘원일스틸’ ‘해원단조’ 등을 거느리고 있다. 신라섬유의 박재흥 대표에게 원일특강 지분 3.88%가 있기도 하다.

박성진 부회장은 ‘광장오토모티브’라는 개인회사도 갖고 있다. 수입자동차를 판매하고 정비용역을 제공하는 업체다.

잔여 주식
1주도 없어

실적 면에서 그룹 핵심 계열사는 신라교역이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3696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만 직전년도 영업이익이 42억원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순이익도 동기간에 비해 4분의 1 수준인 103억원이었다. 원일특강은 만만치 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2558억원 매출과 9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99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반면 신라섬유 실적은 초라한 편이다. 신라섬유는 지난해 별도 기준 41억원 매출액을 냈다. 영업이익은 7억원, 순이익은 2억원이었다. 신라섬유 실적은 섬유 부문이 아닌 부동산 임대 사업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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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