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변형·복제·수집’ 인세인 박

‘일석이조’ 한 번에 두 전시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가 온통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갤러리는 제한된 수의 관람객만 받고 있다. 이런 상황서 아라리오갤러리가 준비한 인세인 박의 개인전은 관람객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으로 보인다. 한 번에 두 개의 개인전이 동시에 개최되기 때문이다.
 

▲ Insane Park, Barbie Girl, 2020, Single-channel video, 3m 53s

확산, 재확산을 거듭하는 코로나19로 미술관과 갤러리는 잠정 휴업상태에 들어갔다. 기존 전시를 조기 종료하거나 예정된 전시를 연기, 취소했다.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재미와 혐오

전시에 목마른 관람객들을 위해 아라리오갤러리서 흥미로운 전시를 준비했다. 한 작가의 두 전시를 동시에 개최하기로 한 것. 주인공은 인세인 박. 인세인 박은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와 ‘그림을 그립시다’ 개인전으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인세인 박은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그리고 미디어를 위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들과 그 변형, 복제, 수집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작가다. 2013년 에트로 미술상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작업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미술계 침체
관람객들 전시에 목말라


인세인 박은 가벼운 듯한 접근으로 우리가 직면한 사회의 이슈들을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직관적이고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도발적으로까지 비춰지기도 하는 그의 영상 작업들은 유튜브나 Vimeo와 같은 영상 플랫폼서 영구 차단당하는 등 이슈를 겪었다. 

그는 이번 개인전서 현 세대가 겪고 있는 문화적 경험 이면에 숨겨진 본질적 문제들을 드러내고, 또 한편으론 그리기 위해 두 개의 전혀 다른 전시를 선보인다. 첫 번째 전시인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는 인터넷에 부유하는 밈(meme)과 짤(사진)들을 미술의 맥락으로 가지고 들어온 영상 작품들로 구성했다. 

밈은 SNS 등에서 유행해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짤 혹은 패러디물을 이르는 말이다. 짧게는 20여초로 만들어진 짤막한 영상들은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이모티콘이나 GIF의 움짤(움직이는 사진)로 담아내는 현세대의 소통방식을 참조하고 있다. 
 

▲ Installation view of I have no idea, because I have no idea._Joy of Painting at ARARIO GALLERY I Seoul, 2020

인세인 박은 작업을 통해 밈이나 움짤이 맥락과는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복제되고 기하급수적으로 배포되며 사회적 경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런 과정은 미디어를 통해 분출, 확산되는 개인의 욕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산업들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 구조와의 대면으로 관람객들을 인도한다. 

두 번째 개인전인 ‘그림을 그립시다’는 1980년대와 1990년대 활동했던 미국의 화가 밥 로스의 유명한 TV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에 착안한 전시다. 미술작품의 시장 가치 형성 과정을 희화화했다. 

인터넷 밈(meme) 문화
화가 밥 로스에 착안해 

인세인 박은 밥 로스의 수업 장면을 빌린다. 한국 추상미술 작품을 쉽게 그리며 작가가 되는 방법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준다. 밥 로스의 수업을 차용한 영상과 그의 수업을 모방해 만들어진 작품이 걸린 전시장서 미술 창작과 미술시장의 메커니즘이 밈의 언어를 통해 투사되고 있는 지점을 반추할 수 있다. 이는 현대미술 시장과 자본주의 체제 속 예술의 역할에 대해 던지는 인세인 박의 끈질긴 질문의 방식이기도 하다. 


인세인 박은 이번 신작들을 위해 지나간 시대의 팝문화와 인터넷상의 언어를 미술 장치로 삼고 참조된 의미들을 전시장으로 불러냈다. GIF나 짤의 조각들로 흩어져 있는 이 의미의 조각들은 과거를 모방하고 복제함으로써 상황을 풍자하는 현세대의 납작한 표현방식과 중첩돼 우리 사회가 당면해 있는 모순과 문제를 직면하게끔 한다. 

순간적 소비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인세인 박은 전시장 곳곳에 숨어 있는 노래, 이미지, 문구를 좌표로 삼아 재미와 혐오, 염원과 욕망, 상품과 쓰레기, 예술과 밈이 공존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동시에 이를 순간적으로 소비해버리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1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인세인 박은?]

▲학력

경기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Sexhibition’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Ⅱ(2018)
‘포르노 제작을 위한 습작’ M17(2017)
‘Summer's never coming again’ Art Project CZ(2015)
‘UNPORTRAIT’ 백운갤러리(2014)
‘Director’s Cut’ 아라리오갤러리(2014)
‘Blame Game’ 영은미술관(2012)
‘M.Idea’ 아라리오갤러리(2011)
‘미디어의 습격’ 신한갤러리(2009)

▲수상

Shinhan Young Artist Festa 선정작가(2008)
2회 ETRO 미술상 대상(2013)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 공모지원사업 선정작가(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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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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