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옥죄는 ‘삼각 포위망’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6.15 11:39:41
  • 호수 1275호
  • 댓글 0개

‘도로아미타불’ 다시 긴장모드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중대 기로에 섰다. 북한은 대화의 창구를 끊었으며, 국내에선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가 안팎에선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중략)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중략) 6월9일 12시부터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

갑작스런
태도 변환

이는 지난 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회의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부부장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는 담화를 낸 지 닷새 만이다. 지난 4일 그는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차단하라는 북한 측의 압박이다.


북한은 경고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섰다.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핫라인이 설치 2년 만에 끊겼다. 청와대는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18년 6월20일 핫라인을 개통한 직후 4분19초 동안 북한 측과 시험통화를 하기도 했다.
 

▲ 판문점 남측 분계선 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핫라인은 문 대통령의 유화적 대북정책의 상징이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문 대통령의 핫라인 사용 여부가 관심을 받았다. 청와대는 실제 핫라인을 사용했는지 밝힌 적은 없다.

핫라인은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남북 정상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끊긴 것은 청와대 핫라인뿐만이 아니다. 통일부·국방부와도 연락이 끊겼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국방부는 같은 날 남북 간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여정, 남북 연락선 모두 차단
반기문·주호영 “대북정책 잘못”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긴급 속보로 다뤘다. AFP 통신은 지난 9일, 통신연락선 차단에 대한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전하며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했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조치가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북한 당국이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위협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가 북한 액션플랜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조치가 김 부부장 등이 심의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의 첫 단계라고 밝혀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북한의 다음 액션 플랜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이 예상된다. 그중 남북군사합의는 문 대통령이 자랑해온 대북관계서의 성과 중 최고로 꼽힌다. 지난 2018년 9월19일 송영무 당시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만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 즉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한 바 있다.


남북협력 교류를 넘어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존폐 위기다. 2016년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지만, 평화의 상징으로서 가치가 있다. 북한이 실제 개성공단 철거에 나선다면 이는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이런 상황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서 높아지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6일 현충일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평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가되, 국민적 공감이 결여된 대북정책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에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숙고하고 통찰해야 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흔들림 없는 국제공조를 이뤄, 북한의 핵 도발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문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의 안보 의식에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사합의
위태롭다

반 전 총장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대통령 직속 기구(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위원장이다. ‘국민적 공감이 결여된 대북정책’은 문 대통령의 대북유화정책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래 유화 메시지를 북한 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은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해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보낸 바 있다.

대북유화정책을 지속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기존 노선을 고수하고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대북유화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취임 4년 차를 맞은 상황서 보수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안보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불통적인 대북유화정책을 포기하고 현실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북한 측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적대관계로 전환해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폭언을 한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평화 프로세스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주영대사관 공사였던 탈북민 출신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 대남전략은 대적투쟁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대적투쟁을 우리 민족끼리로 포장했을 뿐이고 수틀리면 대적투쟁 본색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북한이 도발 명분을 찾는 데 미국에 (시비를)걸지 못하고 가장 비겁하게도 치졸하게도 힘 없는 탈북민이 보낸 삐라(선전이나 광고 또는 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쪽) 몇 장을 가지고 도발 명분을 찾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 이후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서 “이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며 적대감을 보였다.


남남 갈등
더욱 고조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같은 날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원 리영철의 글을 통해 “평양과 백두산서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할 때 같아서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고, 촛불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들과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20일 백두산 천지를 찾았을 때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비판은 이례적이다. 그간 북한이 문정부에 대한 비방 때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갔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동력이 힘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 입장서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는 급랭됐으며, 과거 보수정권 때보다 더한 긴장관계가 형성됐다. 북한은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대적사업 계획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여당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의지를 밝혔지만,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 바 있다.
 

▲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다고 해도 북한의 격앙된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북남(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논설을 낸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볼 수 있는 당 기관지다. 북한 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당장 미국의 도움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내부서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등이 열리며 어지러운 상황이다.

군사 도발 가능성↑
대북유화정책 기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9일(현지시각) 북한의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폐기에 대해 “실망했다”고 표현하자,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같은 날 “제 집안일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권 국장은 미국의 어지러운 내부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남남갈등으로 시끄럽다. 통일부가 지난 10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 2곳을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일부가 불과 몇 달 전엔 단속할 근거가 없다더니 ‘김여정 하명’이 있고 나서 이제는 남북교류법으로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오래전부터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를 일체 중지했고, 북한 측도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대남전단 살포를 중지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며 통합당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 여론도 팽팽히 맞선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1일 발표한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 찬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50.0%, 반대가 41.1%, 잘 모르겠다가 8.9%로 집계됐다.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같은 조사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전주보다 1.6%포인트 하락한 57.5%로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도보다 대북전단 금지법 찬성이 7.5% 낮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중에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원하지 않는 여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한미연합
합동훈련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19남북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 지정,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 만약 북한이 9·19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면, 접경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 통합연동훈련을 실시했다. 대적사업계획 등 군사도발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김정은 대신 김여정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을 종합하면, 남측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변환시킬 여지를 남겨두기 위함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서 열린 통일연구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를 통해 향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우의’ 차원서 상황을 역전시킬 여지를 두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3월 김 부부장은 자신 명의의 첫 담화서 청와대를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일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서 대남정책을 의제로 거론하지 않은 점 또한 김 위원장이 적대적인 대남정책을 주도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함으로 읽힌다.

홍 위원은 “보도는 안됐지만, 이 정치국 회의서 최근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모종의 의논이 있었을 것”이라며 “보도된다면 김 위원장이 이걸 주도하는 것처럼 해석이 되기 때문에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려는 게 아니었나 싶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계획된 수순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백두산을 등정했을 시점부터 대남정책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 후 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직접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대남정책 전환이 늦춰져 지금에 이르렀다고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이 진단한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