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⑦> 통합당 허은아 “당 브랜딩 새로 맡겨달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일곱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허은아 비례대표와 함께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 ⓒ문병희 기자

“‘청년과 미래’를 바라보고,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점을 늘 마음에 품고 실천하며 나아가겠다.”

이미지 전략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허은아 의원은 21대 총선서 비례대표 19번을 배정받아 막차에 올랐다. 허 의원은 지난 1월 통합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영입인재로 발탁됐다. 정계 입문 전 다채로운 이력 덕분이다. 그는 승무원, 교수, 컨설턴트,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서 활동하며, 인증된 ‘이미지 전략가’로서 정치인 및 기업 임원 퍼스널 브랜딩 코칭을 맡아 활약했다.

업무상 정계 인물들과 여러 차례 교류할 기회가 있었으나 ‘주자’로 직접 뛰고 싶진 않았다. 20년간 쌓아 올린 탄탄대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후배들을 양성해 존경받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당의 러브콜이 여러 번 있었지만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 상태였다. 내 꿈은 정치인이 아니라, 청년과 여성들의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거였다. 그런데 작년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다. 딸이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할 때, 무슨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까 싶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103석을 얻으면서 유례없는 참패를 겪었다. 정치권에선 당이 비호감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진단들이 쏟아졌다. 이미지 컨설턴트인 그가 짚은 패배의 원인은 무엇일까.

“당 스스로에 대한 평가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했다. 주변서 잘한다고만 아부 하니까 내가 왜 ‘꼰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지, 왜 욕을 먹고 있는지 객관적인 평가가 부족했다. 당내 능력 있는 엘리트 분들이 많은 건 큰 장점이다. 다만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친절하지 않고 잘난 척 하며, 기득권 행세를 하려고 하니깐 잘못된 것이다.”

“이제 통합당은 기득권이 아니다. 잘나갔던 때를 생각하면 안 된다. 공정, 정의, 자유를 제대로 외치는 능력 있는 정당임을 알려야 한다. 지금까지 ‘차무남'(차갑고 무능력한 남자) 이미지를 보였다. 당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여러 번 친절하게 설명하고 소통해야 한다.”

허 의원은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명수다)’의 간사를 맡아 기획 및 인물 섭외에 힘쓰고 있다. 깊이 있는 배움은 정치인의 숙명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지금까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박형준 통합당 전 선대위원장과 같은 중량급 인사들을 불러 총선 참패의 원인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외연 확장을 위해 청년 비대위를 비롯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인들과의 모임도 계획했다.

“아침 시간인데도 스무명이 훨씬 넘게 오신다. 오늘도 의자가 부족했다. 의원님들의 의지가 무척 강하다. 인기 좋은 대선주자 몇 분도 섭외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대표님을 섭외하고 싶다. 우리 당에 오셔야 하는데.(웃음) 똑똑한 것도 있지만, 이미지가 정말 좋으시더라.”

통합당 무능한 모습, 비호감 탈피 관건
“욕먹어도 차근차근 세심히 살피겠다”

허 의원은 인터뷰 내내 청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결과와 실적으로 승부해야 하는 기업의 우두머리였다. 하지만 회사에 면접을 보러온 청년들로부터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감정이 앞서 자주 울컥하곤 했다. 이는 허 의원이 국회서 인기 없는 상임위로 꼽히는 과방위를 선택한 이유와도 관련이 깊다.


과방위는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컨트롤 타워로,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추구해야 하는 건 미래다. 우리를 바라봐주시는 건 청년이다. 청년들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건 과학기술밖에 없다. 상당히 인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왜 없는지 모르겠다. IT, 유튜브 등 청년들이 주로 관심 갖는 의제들은 다 과방위 소관 아닌가.

허 의원은 지금껏 기업서 시장의 동향을 읽고 고객을 브랜딩화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정치권서 민심의 향배를 예측하는 작업과 같다. 실제로 그는 대화서 시각과 청각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메라비언 법칙’을 들어 지난 미국 대선서 트럼프 승리를 예견했다.
 

▲ ⓒ문병희 기자

“내년 1월까지 대선주자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리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미스터트롯>처럼 경쟁해서 뽑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실제 대선 현장서 상당히 친절했다. 또 모든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쉽고 친근한 단어를 선택했다. 대선 정국에선 친절하고 소통하는, 부드러운 리더에게 표를 주실 것이다.”

정치 선배들과 차별화된 허 의원의 경쟁력은 탁월한 ‘홍보가’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전주혜·지성호 의원과 함께 ‘국회대학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청년층의 보수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 또 그는 당과 동료 의원들을 새로 브랜딩 하고자 한다. 셀프 홍보에 집중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볼 수 없는 신선함이다.

“저는 성과를 낼 줄 안다. 고객만족을 이끌어내는 사업을 20년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표를 주시는 국민들은 내게 고객이라 보면 된다. 정치 언어와 생태계를 잘 모르는 것도 큰 장점이다. 모르니깐 덤빌 수 있다. 의원님들의 모습을 보면 다 훌륭하다. 괜히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니더라. 의원들 한 분 한 분, 다 빛나게 하고 싶다. 다들 똘똘 뭉쳐서 큰 빛을 보고 싶다.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니깐 세상에 그런 국회의원은 없다고 하더라.(웃음) 그렇게 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국민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다.”

대선까지 2년. 정치권에선 통합당이 이번 기회에 ‘분골쇄신’ 하지 않으면 당의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의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 들어온 초선의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소통, 또 소통

“국민 분들이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한다. 빨리 가려다 많은 실수를 했다. 욕을 먹더라도 차근차근 세심히 살피겠다. 제대로 당을 쇄신해 국민들 앞에 제대로 나서겠다. 많이 반성하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협치가 뭔지 보여주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고, 희망을 볼 수 있는 국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sangmi@ilyosisa.co.kr>
 

[허은아는?]

▲대한항공 승무원
▲주식회사 예라고 대표이사
▲경일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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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