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YC 오너 3세 국적 미스터리

그래서 어느 나라 사람이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BYC 오너 3세들에게서 특이점이 포착됐다. 회사는 이들의 국적을 ‘대한민국’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캐나다인’으로 등재돼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BYC는 토종 속옷 기업이다. 지난 1946년 설립돼 국내서만 74년을 나고 자랐다. 회사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재조명을 받았다. 당시 대체품으로 낙점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사 측은 ‘광복 이듬해에 설립된 토종 기업’인 점을 강조하며 물이 들어온 때를 놓치지 않았다. 상당한 실적을 올린 BYC는 이를 기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70년 넘은
토종 기업

BYC 창업주는 한영대 회장으로 경영권은 한 회장 셋째 아들인 한석범 BYC 사장에게 넘어갔다. 현재 회사는 2세 경영 체제다.

한석범 사장은 1남2녀를 뒀다.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경영권은 그 자녀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최근 BYC 오너 3세들은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며 승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첫째 딸은 1987년생 한지원 ‘신한방’ 이사로 신한방은 BYC 계열사다. 한지원 이사는 지난 2017년 3월 신한방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둘째 딸은 1990년생 한서원 ‘승명실업’ 이사로 승명실업 역시 BYC 계열사다. 한서원 이사는 지난해 3월 이곳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한서원 이사의 경영 보폭은 언니보다 넓은 편이다. 그는 지난달 1일 계열사 ‘바이콤광고’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BYC 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비등기임원으로 BYC 이사회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막내아들은 1992년생 한승우 BYC 이사다. 그는 지난 2018년 27세의 나이로 BYC 등기임원이 됐다. BYC 임원으로는 3남매 가운데 가장 빨랐다.

한 사장 3남매 회사 임원으로
공시는 대한민국, 등기는 캐나다

한승우 이사는 지난 3월 BYC 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BYC 이사회는 “젊은 감각으로 당사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추천 사유를 밝혔다. BYC 관계자 역시 “회사가 비교적 오래되다 보니 젊은 감성을 녹여내고자 한다. 또 그 일을 젊은 사람이 잘해내지 않겠느냐”라고 연임 배경을 전했다.

한승우 이사는 계열사 ‘비와이씨마트’ ‘신한봉제’ 이사도 맡고 있다. 여러 모로 한승우 이사에게 무게감이 실린다는 해석이다.

눈길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오너 3세들의 ‘국적’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BYC 공시와 법인 등기부등본서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국적은 서로 달랐다.


BYC는 지난달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다트)에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너 3세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 BYC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제출 날짜 : 지난달 6일)

하지만 이들이 임원으로 있는 계열사 법인 등기에는 국적이 캐나다로 등재돼있다.

우선 한지원 이사가 임원으로 있는 신한방 법인 등기를 살펴보면, ‘사내이사 캐나다국인 한지원’으로 명시돼있다. 캐나다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뜻이다.

생년월일 역시 주민등록번호 13자리 형식이 아니었다. 한지원 이사는 외국인이 아닌 이상 ‘870916’으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를 등재해야 한다. 하지만 ‘1987년 9월16일생’으로 적시됐다. 이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3남매 후계자
분위기는 아들

한서원 이사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임원으로 있는 승명실업 법인 등기는 ‘사내이사 캐나다국인 한서원’으로 적시됐다. 생년월일 역시 주민등록번호 형태가 아닌 ‘1990년 10월8일생’이었다.

한승우 이사 역시 캐나다인이었다. BYC 법인 등기에 따르면 ‘사내이사 캐나다국인 한승우’로 등록됐다. 생년월일도 6자리가 아닌 ‘1992년 11월1일생’이었다.

BYC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공시)담당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며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BYC가 10년 전에 공시한 자료에도 오너 3세의 국적은 모두 대한민국이었다. 단순히 담당 직원의 실수로 축소하기에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국적이 정확히 어디인지’에 대해 “(오너 3세들의)개인적 문제다. 알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신한데이피스 법인등기부등본

공시된 국적과 등재된 국적이 다른 만큼 ‘복수 국적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복수 국적의 경우, 올해 29세인 한승우 이사의 병역 여부도 간과하기 어렵다. 하지만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만 했다.

다만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적시한 공시를 수정하겠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오너 3세들의 국적은 캐나다일 가능성이 높다. 또 법인에 등재된 사안은 당사자의 신분을 판단하는 근거로 쓰인다. 지난 2018년 ‘진에어 불법 등기임원 사례’와 비춰볼 때 그렇다.

고향은 어디?
“답변 어려워”


당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미국 국적으로 진에어 등기이사에 올라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국적이 미국으로 판단된 근거는 진에어 법인 등기였다. 그의 생년월일 역시 주민등록번호 13자리 형태가 아니었으며 BYC 오너 3세들과 동일한 형식이었다.

추가 취재 결과 오너 3세 모친의 국적도 정확하지 않았다. 장은숙 ‘신한에디피스’ 이사의 공시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신한에디피스 법인 등기에는 캐나다인으로 등재돼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장 이사의 국적 변경 가능성이다.

장 이사는 지난 2007년 10월 신한에디피스 이사로 취임했다. 최초 법인 등기에 이름을 올릴 때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는 캐나다인이 아니었다.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0월 신한에디피스 이사를 중임하면서 다음 달인 11월2일 돌연 ‘신청 착오’라며 국적이 캐나다국인으로 변경됐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민등록번호도 오너 3세들의 경우처럼 출생일만 적시됐다.

<일요시사>는 장 이사에 대해서도 문의하려 했지만 “개인적인 문제를 알아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관계자의 답이 돌아왔다.

이후 BYC는 오너3세와 장 이사의 공시 국적을 수정했다. 지난 3일 BYC가 공시한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변경됐다.

모친도 마찬가지…국적 변경 정황도
사 측 “개인적 문제는 답변 어렵다”


오너 3세들은 BYC 지분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모양새다. 임원 승진과 지분 취득이 이뤄지면서 승계를 향한 물밑작업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원 이사는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7차례에 걸쳐 452주를 취득해 2만225주(3.2%)를 보유 중이다. 한서원 이사 역시 같은 기간 8차례에 걸쳐 405주를 매입, 1만5145주(2.4%)를 갖게 됐다.

한승우 이사는 동기간 5차례에 걸쳐 1050주를 추가 매입해 2만1830주(3.5%)로 올라섰다.
 

▲ ▲ (사진 윗쪽부터)BYC 법인등기부등본에 한지원·한서원·한승우 사내이사들이 모두 캐나다국인으로, 생년월일 역시 OOOOOO-XXXXXXX이 아닌 YYYY년 MM월DD로 표기돼있다.

한석범 사장은 5만6828주(9.1%)를 유지했고 장 이사는 BYC 지분을 신규 취득했다.

장 이사는 지난 3월30일 6200주 매입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1만3754주(2.2%)를 확보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0%를 웃도는데 지배력은 그 이상이다. 오너 일가서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들 역시 BYC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는 ▲남호섬유(3.6%) ▲신한방(8.2%) ▲신한에디피스(17.7%) ▲제원기업(0.3%) ▲창성상품(2%) ▲신학학원(5%) ▲인화상품(3.4%) ▲백양(0.03%) 등이다.

지분 확보
승계 밑그림?

한석범 사장은 남호섬유와 신한방서 절반이 넘는 지분을 쥐고 있다. 한승우 이사는 신한에디피스서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제원기업 지분 전량은 한지원 이사에게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 역시 특수관계 회사로 분류된다. 오너 일가와 이들 계열사가 보유한 BYC 지분의 총합은 60%를 상회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열사가 좌우하는 BYC 승계구도?

BYC 최대주주는 계열사 신한에디피스인데 최근 이곳으로 BYC 지분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에디피스가 소유한 BYC 지분은 7만1026주(11.37%)였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추가 매입 소식이 줄을 이었다.

신한에디피스는 그달부터 지난 4일까지 무려 3만9614주를 사들였다. 주식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44억원이다.

그 결과 신한에디피스의 BYC 총 주식수는 11만640주(17.7%)로 껑충 뛰었다. 일각에선 신한에디피스의 매입 배경을 주주명부서 찾는다.

신한에디피스 최대주주는 한승우 이사(58.34%), 한상범 사장(6.33%), 장은숙 이사(13.33%), 특수관계자(12%) 순이다.

결국 신한에디피스가 BYC 지분을 확보할수록, 최대주주인 한승우 이사의 BYC에 대한 지배력이 간접적으로 강화되는 셈이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