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세대교체’ 통합당 보수재건 프레임

신병이냐? 노병이냐? 기로에 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재건에 돌입했다. 당 내부에선 ‘830세대’를 비롯한 당의 청년 인사들이 보수 재건의 선봉장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요시사>는 통합당 세대교체의 새로운 국면을 조명한다.
 

▲ 발언하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문병희 기자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미래 세대를 포용하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오히려 지금이 환골탈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서열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건 몇 선 의원이냐가 아니라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느냐다. 추월하려면 차선을 바꿔야 한다. 기존 방식대로, 습성대로 하면 또 지는 것이다.”

갈등 최고조
선택의 기로

총선이 끝난 지난 22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한 언론사와 나눈 대화다. 김 전 공관위원장은 이 날 공천 작업을 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보수 참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지낸다는 근황을 전하며,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공관위원장의 지적대로 통합당 내부에선 청년 신인들에 대한 역할론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중량급 인물들이 대거 낙선해 리더십 무주공산에 빠져 있는 상태. 당은 이들에게 무너져가는 보수를 재건하고 당내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따라서 통합당은 보수재건의 첫 번째 전략으로 ‘꼰대’ 이미지를 벗고, 젊고 개혁적인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서도 3040세대가 전면에 나서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차례 제기된 바 있어 젊은 인사들이 당 재건 과정서 전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22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들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당권과 대권 세력 구축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향후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는 과정서 세력다툼이 이뤄질 공산도 높다.

21대 총선서 원내로 진입한 초선 당선인 중 50세 미만의 인사는 김웅(서울 송파갑)·배현진(서울 송파을)·황보승희(부산 중·영도)·전봉민(부산 수영)·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김은혜(경기 성남 분당갑)·김병국(포항 남·울릉)·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김형동(경북 안동 예천)·강민국(경남 진주을) 당선인 등이 있다.

‘꼰대’ 탈피 젊고 개혁적인 정당으로?
‘40대 경제통’ 홍정욱·김세연 상한가

통합당 김웅 송파갑 당선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21대 초선 의원으로서 개혁 소장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당의 얼굴과 간판을 바꿔 체질 개선을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당의 고질적 문제인 감수성과 포용적 사고 부족을 채워줄 인물이라면, 초선이라도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초선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부산 중·영도의 황보승희 당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소장파 개혁 모임을 주도해 보수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보 당선인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초선 의원이 되겠다”며 “혁신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통합당이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초선 의원답게 패기를 갖고 옳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언급했다.
 

▲ 발언하는 김웅 당선인 ⓒ문병희 기자

특히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내세운 ‘40대 경제통’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가 바로 3040으로,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서 통합당 참패의 가장 큰 이유에는 외연확장 실패와 젊은층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40대 기수론’ 카드를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2년 후 치러질 대선 때까지 당을 더 젊게 쇄신해내지 못하면 대선 패배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중진의원
가교역할

40대 기수론으로 갑작스레 주목을 받게 된 인물들이 있다. 바로 홍정욱 전 의원과 김세연 의원. 홍 전 의원은 1970년생으로 언론사 <헤럴드> 및 올가니카 회장을 역임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꾸준히 정계 복귀설이 항간에 나돌았으나, 아직은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의 40대 기수론이 부상하자 이른바 ‘홍정욱 관련주’가 상한가를 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불출마한 김세연 의원 역시 40대 기수론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김 의원은 1972년생으로, 주식회사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패러다임이 거대하게 작동하던 것은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830(80년대·30대)세대’가 통합당과 함께 사회 전반적으로 주도권을 새롭게 형성하고, 여러 영역서 빠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830세대의 원외 청년인사들도 당 재건을 위해 큰 활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서울 노원병)·송한섭(서울 양천갑) 전 후보가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서 낙선했지만 당내서 청년 목소리를 내는 데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보수대통합 당시 들어왔던 김재섭(서울 도봉갑) 전 후보, 천하람(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전 후보, 조성은 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유력한 원외 인사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당의 830세대 인사들은 ‘청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자체 활동에 나선 상태다. 지난 27일 김용태(경기 광명을), 박진호(경기 김포갑) 전 후보 등을 비롯한 20명의 청년 당원들은 통합당 비대위에 청년 당원들이 50% 이상 배치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청년 비대위원은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 ▲청년 인재 회동 갖고 있는 미래통합당

천하람 전 후보는 이날 “더이상 비대위가 ‘누구의 키즈’를 양산하는 곳이 아니라, 제대로 된 청년의 총의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기수론 찬반
현실론 팽배

이들은 만약 통합당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에 청년 비대위원을 참여시켜 청년들의 의견을 당 의사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천 전 후보는 “청년이 개인 자격으로 비대위에 참여하면 현역 다선 의원들에게 주눅이 들 수 있는 만큼 청년의 힘을 그룹으로 엮어 메시지를 세게 만들 것”이라며 목표를 이전에도 밝힌 바 있다.

당 내부에서는 개혁적인 중진급 인사들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청년 인사들이 당 내부에 쉽게 융화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앞장 서줘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키우기에 힘써 온 김세연, 정병국 의원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830 세대교체론의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영국 보수당이 그랬던 것처럼, 30대 당수가 나올 정도의 과감한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를 키우지 못하면 당이 뒤처지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의 경우 총선 직전 통합당과 청년정당들과의 합당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서 “실질적으로 보수정당 내에서 뭔가 하겠다고 하시는 청년들의 생태계가 형성돼있지 않다 보니까 아직도 내가 할 수 있나 하는 확신이 없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830’ 3명에 원외인사 합류?
대선 남은 2년 현실론 부상

통합당 안팎에서는 3040 인사들이 노후한 당 이미지를 쇄신하고, 세대교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등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다만 원내 진입에 성공한 830세대가 워낙 적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당내 830세대들의 대부분은 이번 총선서 낙천·낙선해 실력 발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당내 830세대는 3명이다. 지역구 의원 중에는 83년생인 배현진(서울 송파을) 당선인 단 한 명이고, 비례대표로는 82년생인 지성호, 80년생인 김예지 당선인이다.

통합당서 이들을 키우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이들 스스로가 당내 입지를 확보하기엔 무리라는 관측도 있다.
 

▲ 배현진 당선인 ⓒ문병희 기자

아울러 830세대들을 통합당 쇄신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아직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위기 수습 능력과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2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을 고려하면 이들이 야권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론도 팽배하다. 통합당 중진들 사이서도 40대 기수론을 둘러싼 찬반이 가열돼있는 상태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3선 김영우 의원은 “차기 나라 지도자는 경제 전문가여야 한다는 말은 잘못됐다. 40대여야 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며 40대 기수론을 사실상 반대했다.

환골탈태
그 끝은?

홍준표 수성을 당선인 역시 40대 기수론에 대해 “좋은 일이지만 대한민국을 이끌 만한 능력과 자질이 되는가 살펴봐야 한다”며 “30대, 40대가 그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 세대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저는 50대지만, 40대 기수론에 찬성한다”며 “과감한 세대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40대 기수론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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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