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리드(미국)는 ‘반칙왕’ ‘사기꾼’ ‘악동’ 등 좋지 않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표적 ‘악당’이다. 2018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때도 언론은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마스터스 챔피언’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패트릭 리드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멀지 않은 오거스타주립대를 나왔지만, 2018년 마스터스 우승 당시 갤러리들은 리드보다 동반 플레이어였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더 응원했다. 2016년 라이더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을 얻은 리드가 2018년 대회에서는 1승 2패를 기록한 뒤 조 편성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팀워크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악동
지난해 12월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당시 리드는 모래 위에서 샷을 하기 전, 클럽으로 두 차례 공 뒤쪽에 있는 모래를 치우는 듯한 동작을 했다. 결국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았지만 리드는 ‘카메라 앵글’ 등의 핑계를 대며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라고 강변했고, 결국 협회는 규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기 중 속임수를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리드는 PGA 투어 안팎에서 ‘악동’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몰래 규칙을 위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전직 PGA 투어 중계 해설가의 증언도 나왔다.
피터 코스티스는 27년 동안 미국 CBS 방송에서 골프 중계 때 코스에서 해설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리드가 PGA 투어 대회 경기를 하면서 라이를 개선하는 규칙 위반 장면을 적어도 4차례 목격했다고 밝혔다.
사기 행각에 따가운 눈총
비난 개의치 않고 승승장구
그는 2016년 바클레이스 때 13번홀에서 벌어진 상황을 예로 들었다. 당시 리드가 친 볼은 페어웨이를 벗어나 깊은 러프에 박혔다. 리드는 아이언으로 볼 뒤 잔디를 여러 차례 내리치더니 3번 우드로 볼을 쳐냈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본 코스티스는 “그 장소에서 (3번 우드로 치는) 그런 샷이 나올 수가 없었다. 샌드웨지로 간신히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네댓 개 클럽을 가져가서는 이것저것 쳐보는 시늉을 하더니 3번 우드로 쳤다”고 설명했다. 3번 우드로 칠 수 있도록 볼 주변 러프를 일부러 걷어내거나 다졌다는 얘기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때도 리드가 같은 방법으로 라이를 개선하는 것을 봤다고 그는 덧붙였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이 열리는 토리파인스 골프클럽 남코스 16번홀(파4)에서 티샷한 볼은 그린을 훌쩍 넘어가 러프에 떨어졌는데, 리드가 기가 막힌 어프로치샷을 쳤던 것도 속임수였다고 그는 주장했다.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해서는 ‘양심 불량’이라고 비난하는 갤러리와 그의 캐디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브룩스 켑카(미국)는 “사인 훔치기로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똑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리드의 골프 실력은 수준급이다. 지난 2월24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인근 나우칼판의 차풀테펙GC(파71·7355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리드는 우승 상금 182만달러(약 21억9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리드는 이번 대회에서 2, 3라운드를 연달아 공동 2위로 마쳤고 마지막 날에는 14번홀까지 선두에 2타 뒤처져 있다가 이를 뒤집어 우승까지 차지했다. 리드는 경기를 마친 뒤 “골프 코스 안팎에서 모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다음 세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실력은?
재미동포 케빈 나는 12언더파 272타 공동 9위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에선 임성재와 안병훈이 나란히 3언더파 281타 공동 29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태희는 19오버파 303타로 최하위인 72위에 머물렀으나 이번 대회가 커트 통과 없이 치러져 3만2000달러(약 39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