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의 진주’를 잡아라!

각종 규제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저평가됐던 지역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다양한 개발호재와 합리적인 가격 등이 부각되면서 주거환경 개선 및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위기 반전 중이다.

저평가 지역이 재평가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주거 중심지로 변모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의 관심까지 불러모으고 있다. 저평가 우량지는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으로 미래가치가 높지만 노후화로 인해 주거 선호도가 낮은 지역을 말한다. 이들 지역은 부동산 가치가 낮게 평가된 지역인 만큼 상대적으로 집값도 저렴해, 추후 재평가를 받을 시 가격 상승의 여지가 충분하다.

영등포

대표적인 지역으로 서울 영등포구, 성동구, 강서구를 들 수 있다. 먼저 영등포구 일대는 과거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는 데다 공업지대라는 인식이 강해 서울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낮은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타임스퀘어, 디큐브시티 등 인근으로 대형 복합쇼핑몰이 잇따라 들어서고 신길뉴타운, 영등포뉴타운 등 대규모 정비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성수동

다음으로 성수동이 있다. 과거 낡은 공장지대로 인식됐던 곳이 각종 개발이 진행되며 선호도 높은 주거지로 변신한 사례다. 도시재생을 통해 문화 콘텐츠의 특성을 살려 수제화거리, 카페거리 등 준공업지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서울숲 등 쾌적하고 우수한 주거환경이 조성되며 살기 좋은 주거지로 거듭났다.


초고층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강남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 10년 새 집값은 2배가량 뛸 정도로 신흥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 독특한 외관과 한강 전망이 우수한 주상복합단지들은 유명 연예인들의 매입이 이어지면서 랜드마크로 급부상 중이기도 하다.

등촌동

서울 서남권의 대장주인 마곡지구 후광효과, 대형 교통호재 등 개발호재가 봇물 터지는 등촌동 아파트가 저평가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집값이 최근 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웃한 마곡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일종의 갭 메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2016년 이후 마곡지구로 젊은 근로자들이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등촌동으로 직주근접 수요가 몰리며 집값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은 마곡지구가 폭발적으로 오를 때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갭 메우기를 하며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등촌동 일대는 여의도 접근성도 뛰어난 만큼 여의도 개발 계획도 최근 급격한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마곡지구의 비싼 아파트 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인근의 비교적 저렴한 주거타운인 등촌동 일대로 눈을 돌리면서 등촌동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각종 규제로 실수요자 위주 개편
저평가 우량지 내 신규 단지 눈길

등촌동 부동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원인으로 마곡지구 후광효과 외에도 최근 이곳에 강북횡단선 착공(2021년 예정), 월드컵대교 개통(2020년 말), 원종홍대선(서부광역철도) 가시화 등 초대형 개발호재가 줄을 잇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은 노후주택 비율이 99%(전체 1만8574가구 중 1만8431가구)로 강서구(83.7%)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에서 분양한 ‘등촌 두산위브’는 지하철 9호선 가양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백석초, 마포중, 마포고 등 학교와 홈플러스, CGV 등 편의시설 등이 가까운 올인빌 단지로 청약 당시 1순위 평균 43.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3억 선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해운대

지방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돼 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으로 부산 해운대와 대구 서구가 있다. 먼저 부산은 해운대 일대의 변신이 가장 획기적이었다. 해운대구는 1994년 관광특구로 지정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1년부터 부산 최초의 계획도시인 해운대 신시가지 조성사업이 시작됐고, 새 아파트 공급이 활발해지며 인구 유입도 이뤄졌다.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일대에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며 해운대는 중산층이 거주하는 세련된 도시로서의 이미지도 확보하게 됐다. 경상권 일대 최고가 아파트로 정평이 난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작년 3월 전용 222㎡가 41억4340만원(68층)에 거래되며 작년 부산 지역 최고가 아파트로 기록된 바 있다.

서구

다음으로 최근 대구 서구는 대구 내 주거 최선호 지역으로 꼽히는 수성구의 집값 상승률을 앞섰다. KB부동산시세 자료를 보면 지난 1년간(2018년 5월~ 2019년 5월) 서구의 3.3㎡당 평균매매시세는 6.88%(770만원→823만원) 오르며 대구 전체(4.39%)는 물론 수성구(6.83%) 집값 상승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장기간 부동산 가격 상승에서 소외돼 있던 서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발호재가 가시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구는 약 1만2000여가구의 대규모 주택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어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등촌역 퀸즈포디엄 삼익=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511-4번지 일대에 즉시 입주 가능한 소형 아파트인 ‘퀸즈포디엄 삼익’이 공급 중이다. 9호선 등촌역 역세권에 조성되는 투룸 및 스리룸 후분양 아파트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의도까지는 10분대, 강남은 2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 

9호선이 연결되는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 파크를 비롯한 34개 대기업 등 약 61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풍부한 배후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어, 등촌역 인근에 만들어지는 등촌 스톤힐 아파트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 2층에 휘트니스센터 등의 편의시설이 제공된다. 풀옵션 빌트인(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의 혜택과 비교적 가벼운 분양가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하 2층에서 지상 최고 14층, 총 2개동으로 구성 예정이다. 총 104세대로 전용면적은 31.82㎡ 26세대, 32.07㎡ 26세대, 46.33㎡ 26세대, 47.77㎡ 26세대로 구성된다.

개발호재 실현에 따라 
향후 시세차익도 가능

봉제산의 숲세권 안에 들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목동문화체육센터와 목동 종합운동장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강서구 및 양천구, 마포구 일대의 생활 인프라를 누리기에 적합하고 김포국제공항도 멀지 않다. 공항대로로 올림픽대로까지 차량 10분이면 진입할 수 있다. 편리한 교통 외 생활 편의성도 우수하다. 


1㎞ 이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NC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인접해 있어 생활 인프라가 안정적이다. 등촌초등학교, 백석중학교, 영일고등학교가 모두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학세권을 형성하고 있다. 교통 및 개발호재도 있다. 강북횡단선(목동~청량리 2021년 착공 예정)과 원종홍대선 개발 예정이다. 인근 양천구 목3동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입주는 2020년 4월 예정. 자금관리는 무궁화신탁이 맡았다.
 

▲동양라파크 사당=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235번지 일대에 위치할 ‘동양라파크 사당’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하 4층, 지상 34층, 10개동, 총 1559세대의 대단지로 이뤄진다. 전용면적은 인기가 많은 중소형 타입인 49㎡·59㎡A·59㎡B·59㎡C·74㎡·84㎡ 등으로 구성된다. 내부는 3~4bay 판상형 위주 설계가 적용된다. 남향위주 배치로 우수한 채광과 통풍을 자랑한다. 최근 선호도가 높은 ‘수납기능 강화’ 펜트리 공간 및 드레스룸이 적용됐다. 천정고는 우물형 천정 설계로 탁 트인 개방감과 넓은 실내공간을 연출했다. 

도보 2분 거리에 남성역이, 10분 거리에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이 자리해 더블 역세권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인근에 주민센터, 문화회관, 사당시장,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이 다수 위치해 있다. 단지 내에는 골프연습장, 작은도서관, 복지센터, 어린이집 등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돼 생활에 부족함이 없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행림초, 남성중, 동작고 등의 학교가 인접해 자녀를 둔 세대주의 편의를 높였다. 

남성역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일반분양 아파트 대비 30~40% 이상 저렴한 분양가를 자랑한다. 그동안 사당동은 불편한 교통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뉴타운 개발사업 및 서리풀터널 개통 등 부동산 호재가 잇따르며 강남을 잇는 신흥생활권으로 급부상했다. 이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에 실수요자들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분양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만큼 향후 시세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왔던 사당동에 들어설 동양라파크 사당을 주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 2차= 금호산업은 전남 순천시 서면 선평리 613번지 일원에 짓는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 2차’ 분양에 나선다. 지하 1층, 지상 최고 18층, 6개 동, 전용면적 84~99㎡, 349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별 세대수는 84㎡A 194세대, 84㎡B 35세대, 84㎡C 35세대, 84㎡D 31세대, 99㎡ 54세대 등이다.


강청수변공원 앞에 조성돼 조망권 및 자연환경이 우수하다. 강청수변공원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기적의 놀이터와 축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족구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광역교통망도 우수하다. 남해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진출입이 편리한 순천IC가 가까워 광주 및 광양, 부산 등 주요 도시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버스정류장이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고, KTX 순천역도 가깝다. 순천 시내 이동이 편리한 삼산로와 백강로가 단지와 인접해 있다. 

단지 1.5㎞ 내에 동산초, 용당초, 향림중, 순천여중, 팔마고, 효산고, 순천제일고 등 초·중·고교의 교육시설이 밀집돼 있다. 생활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차로 5~10분 거리에 홈플러스, 이마트, NC백화점, 중앙시장 등이 위치해 있다. 또 CGV, 메가박스, 순천시청, 순천병원 등의 생활편의시설도 가깝다. 

단지를 남향 및 판상형 위주로 배치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특히 전 세대를 지역 내 선호도가 높은 중대형(전용84㎡이상)으로 구성했다. 대부분 4bay 신평면(일부타입) 설계를 적용해 입주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전용 84㎡ B타입은 강청수변공원 조망이 가능한 3면 개방형 설계를 적용해 조망권과 채광이 우수하다. 입주자 편의를 위해 전 가구에 드레스룸이 제공된다. 수납공간이 우수한 펜트리(일부세대)와 알파룸(일부세대)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900만원 초반대로 책정돼 인근 분양 단지보다 저렴하다. 계약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 2회 분납(1차 1000만원 정액제) 및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융자 혜택을 제공한다. 계약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강청수변공원 일대에 브랜드 아파트가 연달아 공급돼 매매가격도 일제히 오르고 있는데, 쾌적한 주거 환경에 굵직한 대형 개발 계획 등이 예정돼 지역의 신흥 생활권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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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