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교체 바람

새 아파트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후화된 지역 내 신규 아파트 갈아타기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의 50%가 몰려 있는 수도권 내 노후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의 인기가 높다. 새 아파트의 선호현상이 꾸준한 데다 노후주택 속에서 희소성까지 부각되기 때문이다. 실제 수도권의 경우 갈아타기 수요도 풍부한 만큼 매매시장에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는 것은 물론 분양시장에서도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주거 중심지 
선호도 높아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국 1058만7292채의 아파트 중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72.57%(768만3556채)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경우 10년 초과 노후 아파트 비율은 73.54%(522만4488채 중 384만2326채)로 전국 평균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 내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2018년 8월~2019년 8월) 수도권 아파트(재건축 제외)의 연식별 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입주 5년 이하 아파트가 4.62%를 기록하면서 6~10년 이하(3.15%)와 10년 초과(4.12%) 아파트보다 높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개별단지로 보면 가격 상승률이 더욱 두드러진다. KB부동산시세 자료에 따르면 10년차 이상 아파트 비율이 81.37%로 수도권 평균을 웃도는 서울 강북구 내 입주 3년차 ‘꿈의숲 롯데캐슬’(2017년 2월 입주) 전용 84㎡는 1년 동안(2018년 9월~2019년 9월) 평균 매매가격이 7.35%(6억8000만원→7억3000만원) 상승했다.


경기 부천시의 경우 10년 초과 노후 아파트 비율이 84.41%로 수도권 내 대표적인 노후주택 밀집지역 중 한 곳이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입주 2년차 ‘상동스카이뷰자이’(2018년 9월 입주)는 현재(9월 기준) 전용 84㎡의 평균매매가격이 5억7750만원으로, 1년 전(2018년 9월)보다 11.05%(5750만원) 올랐다.

노후 아파트 밀집지역은 오랜 기간 주거중심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교통, 교육, 편의시설 등 생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 주거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그만큼 생활 반경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풍부해, 지역 내 신규 분양단지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노후화 지역 내 신규 아파트 갈아타기 
선호현상 꾸준한 데다 희소성까지 부각

실제 수도권 노후 아파트 밀집지역 내 신규 분양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 분양한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의 경우 10년 초과 노후 아파트 비율이 77.39%에 달하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보면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203.75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지난해(1~9월) 수도권 내 분양단지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공급된 ‘한양수자인구리역’은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가 전체의 74.42%를 차지한다. 이 단지는 평균 10.5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같은 달 10년 초과 입주 아파트 비율이 80.53%인 경기 성남시에 분양한 ‘분당지웰푸르지오’도 1순위 청약 결과 8.81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서울 인근 대도시의 경우 1990년대 신규 아파트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 노후화된 주택 비율이 높은 편이라 새 아파트 공급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임박하면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신규아파트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삶의 질이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최첨단 설계공법과 평면특화 등으로 차별화된 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익숙하지 못한 것에 불편해 하기 때문에 보통 살던 지역을 떠나기 싫어하고, 이사를 가더라도 같은 지역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노후아파트 비율이 높은 곳의 새 아파트는 탄탄한 대기수요로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후화 비율↑
분양가 상한제

이어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은 지역들의 경우 새 아파트에 대한 잠재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 안정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메리트뿐만 아니라 새 아파트라는 희소가치도 갖고 있다”며 “향후 지역 시세를 이끄는 리딩 단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어 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는 물론 타지역 투자수요들의 관심도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후 주택 비율이 높은 수도권 분양(예정) 아파트.
 

▲등촌역 퀸즈포디엄 삼익=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511-4번지 일대에 즉시 입주 가능한 소형 아파트인 ‘퀸즈포디엄 삼익’이 공급 중이다. 9호선 등촌역 역세권에 조성되는 투룸 및 스리룸 후분양 아파트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의도까지는 10분대, 강남은 2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 

메리트에
희소가치

지하 2층에서 지상 최고 14층, 총 2개동으로 구성된다. 총 104세대로 31.82㎡ 26세대, 32.07㎡ 26세대, 46.33㎡ 26세대, 47.77㎡ 26세대로 이뤄진다. 지하 2층에 휘트니스센터 등의 편의시설이 제공되고, 풀옵션 빌트인(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9호선이 연결되는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 파크를 비롯한 34개 대기업 등 약 61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마곡지구 배드타운 입지에 위치한 등촌동이 떠오르고 있다.

봉제산의 숲세권 안에 들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며, 목동문화체육센터와 목동 중합 운동장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강서구 및 양천구, 마포구 일대의 생활 인프라를 누리기에 적합하고 김포국제공항도 멀지 않다. 공항대로로 올림픽대로까지 차량 10분이면 진입할 수 있으며, 편리한 교통 외 생활 편의성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 이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NC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인접해 있어 생활 인프라가 안정적이다. 등촌초등학교, 백석중학교, 영일고등학교가 모두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학세권을 형성하고 있다. 

교통 및 개발호재도 풍부하다. 강북횡단선(목동~청량리 2021년 착공예정)과 원종홍대선 개발 예정이다. 인근 양천구 목3동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었다. 강서구 내에서도 등촌동 일대는 노후주택 비율이 99%(전체 1만8574가구 중 1만8431가구)에 달한다. 입주는 2020년 4월 예정. 자금관리는 무궁화신탁이 맡았다.
 

▲힐스테이트 부평= 현대건설이 백운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부평’은 10년 초과 노후 아파트가 95.03%(9만5476가구) 밀집한 인천 부평구에 공급된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9층 9개 동, 총 1409가구로 조성된다. 이중 837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46㎡ 8가구, 59㎡A 165가구, 59㎡B 186가구, 75㎡ 216가구, 84㎡ 262가구다. 

백운역 주변은 최근 정비사업이 활발해 사업지 주변 2㎞ 이내 향후 약 2만여 가구가 공급 예정(사업시행인가 완료 단지)이어서 미니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또 인근 미군부대가 이전 중으로 미군부대 부지는 향후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단지와 가까운 부평역에는 GTX -B(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연결된다. GTX-B 노선은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 등을 거쳐 경기 남양주(마석)을 잇는 약 80.1㎞(13개 정거장)의 급행철도다. 

매매시장 가격 상승
분양시장 마감 행진


이외에도 백운초, 신촌초, 부평서여중, 부평서중, 부광고, 인천제일고 등 초·중·고가 모두 도보 거리에 있다. 부평역, 간석오거리 등에 위치한 학원가 이용도 편리하고 부평도서관도 아파트와 가깝다. 잔디광장과 수목이 어우러진 부평공원도 인접해 있으며 백운공원, 함봉산, 동암산 등도 인근에 있다. 

인천은 비투기과열지구 및 비청약과열지역으로 청약자격과 전매 제한 및 중도금 대출 보증 등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세대주 및 주택 유무와 관계없이 청약 통장 가입 후 12개월이 이상, 지역별 예치금 충족 시(인천시 전용면적 85㎡ 이하 250만원)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재당첨 제한이 없어 기존 주택 당첨여부와 관계없이 청약을 할 수 있으며 당첨자 발표 6개월 뒤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의 1순위 청약은 가점제 40%, 추첨제 60%로 당첨자를 선정해 가점이 부족해도 당첨 가능성이 낮지 않다. 

분양 관계자는 “인천 분양시장은 치솟은 서울 아파트 값에 비해 집값이 합리적인 데다 대형 교통호재가 많다”며 “부평구 첫 힐스테이트 브랜드 아파트로, 입주는 2023년 6월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값 합리적
대형 호재도

 

▲광명 푸르지오 센트베르= 대우건설은 4월 경기 광명시 광명동 일원에 ‘광명 푸르지오 센트베르’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37층, 12개동, 전용면적 36~59㎡, 총 1335가구 가운데 46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단지는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인접해 있고 남부순환도로, 서부간선도로, 강남순환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KTX광명역 등도 가깝다. 이마트(광명점), 광명전통시장 등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반경 1㎞ 이내에 초등학교 4개소, 중학교 2개소, 고등학교 2개소가 자리하고 있다. 단지가 들어서는 광명시는 10년 넘은 노후 아파트 비율이 89.09%(6만5754가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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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