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윤석금 회장의 선택은 '신의 한 수'일까? 아니면 '지나친 욕심'일까? 일단 웅진그룹으로선 코웨이도 지키고, 자금도 들여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룹 내부에서는 웅진코웨이의 경영권을 확보한 채 4년 후 회사 재인수까지 가능한 '꽃놀이 패'를 만들었다며 윤 회장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웅진그룹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자금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에 미달하여 차입금 상환도 빠듯하고 윤 회장의 승부수들은 모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웅진코웨이 매각, 윤 회장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아봤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대신 국내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설립한 신설법인에 지분을 매각하여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는 지난 2월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후 5개월여 만이다. 당시 윤 회장은 극동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후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어 '그룹의 심장'이라 불리는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았다. 당시 윤 회장은 "다 키운 자식 잃어버리는 심정"이라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수시로 바뀐 매각 대상
이후 윤 회장의 화려한 변덕 레이스가 시작됐다. 매각 대상은 수시로 바뀌었고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섰던 기업들은 차례로 물먹었다. 초기 윤 회장은 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GS리테일을 염두에 뒀다. 그러다 MBK와 교원그룹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늦추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윤 회장의 바람은 경기 침체로 무너졌다. 당초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규모를 약 1조5000억원 이상으로 기대했다. 매각 발표 당시 웅진코웨이 주가는 약 4만원 이상 수준이어서 현재 매각 프리미엄을 반영하면 매각 규모가 약 1조5000억원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가 침체되면서 매각 금액이 1조2000억원 규모로 줄어버린 것이다.
윤 회장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의 한 그룹이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바로 콩카그룹이 합작사 설립을 통해 웅진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중국에서 정수기 사업을 펼치겠다고 제안한 것. 이에 윤 회장은 기대만큼 자금을 얻지 못할 바에야 유입 자금은 다소 낮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향후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콩카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윤 회장은 콩카그룹과 상당 부분 이견이 좁혀지자 공식 발표까지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세부 운영 방식에서 의견이 틀어지면서 콩카그룹도 물먹고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윤 회장은 매각 대신 투자 유치로 방향을 선회했다. 웅진코웨이 몸값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되자, 캐시카우를 잃을 경우 겪게 될 리스크가 크게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건설과 태양광 업황은 최악의 상황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회장의 코웨이 사랑은 날이 갈수록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의 "그룹의 핵심을 팔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설득도 윤 회장의 마음을 돌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인 KTB PE(KTB금융그룹 계열 사모펀드)와 손을 잡기로 최종 합의했다. 웅진그룹은 40대 60 비율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지분을 인수하여 향후 4년간 경영권을 보장받는 동시에 향후 웅진코웨이를 되사들일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KTB는 지분 60%를 가지면서도 웅진에 이사진의 다수를 양보하겠다는 조건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변덕 레이스, 그 끝은 실리 챙기기
여전히 리스크 남아… 구조조정 이뤄질까?
이를 두고 웅진그룹 내부에서는 경영권 확보와 자금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실리를 챙길 만큼 챙겼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것보다 웅진에서 운영하는 것이 파는 것보다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웅진코웨이 직원들은 웅진그룹이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 왔던 사업들을 이어갈 수 있고 기업문화도 유지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장의 구조조정은 피했다는 안도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IB업계는 이번 딜 이후로도 웅진그룹의 재무 구조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에 미달하여 차입금 상환도 빠듯한 상황이라는 것. 웅진홀딩스의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부채는 총 5000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장기차입금까지 더한 총 차입금은 1조원을 육박한다. 그리고 만기도래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만 4000억원에 달한다. 또 극동건설은 6400억원의 우발채무 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 중 4000억원이 웅진홀딩스의 신용공여분이다. 결국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유입되는 명목상 금액 1조2000억원은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면 절반도 남지 않게 된다. 웅진그룹은 남는 자금을 투자에 쓰기보다는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 현금으로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회장이 야심차게 꺼내 든 승부수들은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태양광사업은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투자를 당분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극동건설도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부진이 예상된다. 이렇게 그룹의 앞날이 깜깜한 상황 속에서 윤 회장은 '계열사 구조조정'에 대한 질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에너지와 폴리실리콘, 극동건설 등 계열사의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건설과 에너지 관련 계열사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임을 내비쳤다. 해당 분야 업황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이다. IB업계 내에서도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그룹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TB 펀딩에 웅진 미래 달려
결국 이번 딜의 성공여부는 KTB PE의 펀딩 능력에 달려 있다. KTB PE는 금융회사에서 6000억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3600억원을 기관투자가로부터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담당하는 전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본부장인 권재완 대표(현 KTB PE 대표이사)는 이미 4대 연기금 등 펀드투자자(LP)들을 연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권 대표와 LP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LP들도 투자할 곳을 찾고 있기 때문에 자금 모집이 어렵지는 않을 것"고 밝혀 웅진그룹이 국민연금 기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회장과 그룹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한 지금 왕년의 '팬매왕'이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