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반도건설이 남매 사이서 저울질에 고심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진그룹 선대 회장과의 인연을 강조했던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자칫 잘못하면 실리보다 중요한 명분을 잃게 생겼다.
최근 재계에서는 반도건설이 ‘3자 동맹’ 참여에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진 상황이다. 뜬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요구조건의 상세 내용이 꽤나 구체적이다.
의심받는 속내
반도건설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 논의가 있었던 시점은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강성부펀드)와 이른바 3자 동맹을 결성하기 이전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 측이 요구했다는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개발권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와 대한항공 100%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이 운영하는 인천시 을왕리 내 용유왕산마리나 요트 계류장 인근 부지라고 전해진다.
경복궁 옆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얼마 전까지 ‘7성급 한옥형 특급호텔’을 추진했던 곳으로, 50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왕산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때 대표를 맡아 레저사업을 추진한 곳이다.
이렇게 되자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유휴부지 개발과 호텔·관광산업 선점을 목표로 한진 일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도건설 측은 세간의 소문에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반도건설이 실리를 얻고자 3자 동맹 결성 전, 한진그룹 남매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를 했다고 보고 있다.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자 올해 초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면서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을 내세웠던 권 회장의 발언마저 속내를 의심받는 분위기다.
반도건설이 한진가 경영분쟁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 한다는 지적은 남매 간 분쟁이 표면화되기 전부터 계속되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반도건설은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지난해 4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고, 10월에는 5% 이상 보유를 공시했다.
티나는 부동산 개발권 야욕
선친 언급하며 지분 확충 골몰
이후 지분을 8.28%까지 확대했고 올 1월에 매수 목적을 ‘단순투자’서 ‘경영참여’로 바꿨다.
3자 동맹의 공세는 최근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20일 한진칼 주식 5.02%를 추가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3자 동맹이 보유한 지분은 모두 37.08%로 늘었고 조 회장을 따돌리고 한진칼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3자 동맹의 이번 주식 추가 매입은 사실상 반도건설이 주도한 인상이 짙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8.28%서 13%대로 올리는 데 성공했고 단일 주주로는 KCGI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그럼에도 조 회장 측이 그룹 실권을 잡고 있다는 점은 반도건설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최근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 및 레저 사업과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섰다. 한진칼 소유의 제주 칼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을 정리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항공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3만6642m²·1만1084평)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인천 중구 을왕동에 있는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의 지분도 매각하겠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표면상 재무구조 개선을 내세우지만 3자 동맹의 선봉에 선 누나의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조 회장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한다. 자연스럽게 반도건설의 재개발 사업 기회를 박탈한거나 마찬가지라는 견해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 결정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분과 경쟁자 힘빼기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결속력 글쎄∼
이런 가운데 조 회장 측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밀어붙이면서 3자 동맹과의 명분 게임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기존 대표이사가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서 선출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서 이번 안건이 통과하면 한진칼 대표를 맡은 조원태 회장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