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68)경찰 모욕죄 걸린 서씨

무단횡단 했다가 전과자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이번에는 무단횡단을 했다가 전과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프리랜서 작가 서모씨의 이야기입니다.
 

경찰에게 욕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프리랜서 작가 서모씨는 지난 10월 경찰을 상대로 욕을 했다가 모욕 혐의를 받아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무단횡단을 하다 경찰에게 적발된 후 실랑이를 벌이다 일이 커졌다. 서씨는 모욕죄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범칙금 2만원짜리 무단횡단을 했다가 전과자가 되게 생긴 셈이다. 서씨는 무단횡단을 한 것도 맞고 경찰관에게 욕을 한 것도 맞지만, 이건 너무 과하다고 토로했다.

갑자기 나타나

사건은 지난 10월에 일어났다. 서씨는 1011일 금요일 오후 635분경 지인들과 만나기 위해 서울 인사동 화랑가로 가던 중이었다. 당시 서씨는 약간 취한 상태였고 방송용 카메라를 메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촉박했던 서씨는 서울 종로3가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빨간불 상태서 무단으로 건넜다. 서씨에 따르면 1011일에는 광화문 인근서 집회가 진행되던 중이라 차량 통행이 뜸했다. 차가 없는 틈을 타 신호가 바뀌기 전에 횡단보도를 건넌 것이다.

청계천 쪽 끝점서 피카디리 극장 쪽 끝점까지 건넌 서씨는 집회 행진 관련 교통관리를 하고 있던 서울혜화경찰서 교통과 소속 교통안전경찰관에게 무단횡단을 적발당했다. A 경찰관은 서씨에게 주민등록증을 요구했고, 범칙금 2만원을 통고했다.


무단횡단을 했을 경우 도로교통법 제102항과 5항에 따라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무단으로 건넜을 때 3만원, 횡단보도로 건너긴 했지만 빨간불이었을 때에는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서씨는 A 경찰관의 요구에 주민등록증을 제시했고 범칙금 통고처분이 끝난 후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A 경찰관의 상급자로 추정되는 B 경찰관이 등장했다. 서씨에 따르면 B 경찰관은 현장서 벗어나려는 그에게 갑자기 나타나 여기서 무단횡단을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뉘앙스로 윽박지르고 훈계했다.

서씨는 B 경찰관의 말에 했다고 한다. 그는 “A 경찰관의 요구에 응했고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았다. 그럼 다 끝난 일 아닌가?”라며 가뜩이나 약속시간에 늦어 마음이 급했는데 B 경찰관이 나타나 훈계를 시작해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빨간불에 건너다 단속 걸려
실랑이 벌이다 경찰에 욕설

이어 내게 말하는 경찰관을 향해 왜 다 끝난 일인데 이러냐고 따지자 경찰관이 대뜸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B 경찰관이 A 경찰관에게 휴대폰으로 서씨를 촬영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서씨는 경찰이 공무집행방해죄를 언급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에 격분했다. 실제 A 경찰관이 서씨를 찍기 시작하자, 서씨도 어깨에 메고 있던 방송용 카메라로 경찰관들을 찍었다. 이 과정서 서씨는 XX, XX들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욕설 섞인 말을 했다.

서씨의 욕설을 들은 경찰관들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를 벌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서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서씨는 현재 100만원의 벌금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그는 이 사건의 1차 원인이 내 무단횡단서 비롯됐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사건이 이렇게 커지게 된 2차 원인은 B 경찰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A 경찰관에게 미안합니다. 수고하세요라는 말까지 했다. 거기서 끝났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무단횡단에 대해 통고처분을 했다는 사실에 분개해 욕설을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불특정 다수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큰 소리를 말해 공연히 피해자들을 모욕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자신은 B 경찰관을 향해서만 욕설을 했을 뿐 A 경찰관에 대해서는 거친 언행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씨는 경찰관들과 실랑이를 벌일 당시 사건 현장에는 나와 경찰관들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모욕죄는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다. 모욕죄로 처벌을 받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친고죄, 즉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다.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고 모욕적 발언이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공연성)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큼 경멸적 표현이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다 끝나 가려는데 다른 경찰이 윽박”
벌금 100만원 선고받고 정식재판 중

서씨와 경찰관들의 주장은 공연성 부분서 엇갈리고 있다. 서씨는 경찰관들만 있는 자리서, 경찰관들은 서씨가 불특정 다수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욕설을 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씨와 비슷한 상황서 공연성 여부로 판결이 달라진 사례가 있다.

2013년 한 시민이 자신의 승용차가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술에 취한 시민이 주차 장소를 착각할 수 있다고 판단해 상황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러자 이 시민은 경찰서를 찾아와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은 모욕죄 등의 혐의를 적용, 이 시민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경찰서에는 전화를 받은 경찰관과 동료 2명이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이 시민의 모욕죄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벌금이 5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시민이 욕하던 당시에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 여부로 공연성을 판단한 것이다.

전화를 받은 경찰관에게 욕할 당시에는 주변에 경찰관만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2명의 경찰관들은 시민이 발설한 내용을 함부로 전파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직무상의 관계라는 점 등을 들어 공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또 다른 경찰관에게 욕설을 내뱉을 당시에는 경찰관 외에도 민원인 등이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공연성이 인정돼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 욕설을 한 시민에게 벌금 50만원이 확정 선고됐다.

공연성쟁점


서씨는 욕을 한 건 분명히 잘못했다. 하지만 그건 2명의 경찰관 앞에서 상대적인 약자이자 혼자인 저를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였다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근무처를 찾아 갔지만 경찰관들을 만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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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