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키즈 뷰티 현주소

엄마 화장품 몰래 바르던 시대는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난감 시장에 어른들이 침투했다. 어른들의 세계인 뷰티 시장에 아이들이 끼어들었다. 상품 가짓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소비층이 확장되는 모습이 시장 곳곳서 나타나는 중이다. 이 과정서 키즈 뷰티시장이 틈새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키덜트족은 대중문화 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이들은 장난감이나 만화, 의복 등 유년시절 즐기던 물건에 향수를 느끼고 상품을 구입한다.

키덜트와
어덜키즈

지난 2005910<동아일보>에 키덜트 문화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당시 기사엔 키덜트 문화가 순수·대중문화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사실 예전엔 키덜트 문화라고 하면 정신적 퇴행이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해 소수의, 미성숙한, 비주류 문화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젠 당당히 순수와 대중예술 전반에 걸쳐 주류 문화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소개됐다.

그로부터 15년 뒤 키덜트 시장은 1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며 매출이 점차 쪼그라들고 있는 백화점서 키덜트 상품은 새로운 동력으로 성장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 등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이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키덜트 시장의 주요 고객은 경제력이 있는 3040대다. 이들은 자신의 취미활동을 위해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키덜트족은 시장서 하나의 문화집단이자 소비집단으로 자리잡았다. 그러자 유통업계는 키덜트족을 겨냥해 전자제품이나 주방용품에 접목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놨다.


최근에는 키덜트와 상대되는 개념인 어덜키즈가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어른(Adult)과 아이(Kids)의 합성어로, 어른처럼 화장을 하고 옷을 입으며 어른 흉내를 내는, 어른 같은 아이를 가리킨다. 어덜키즈의 소비 품목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어린시절 엄마 옷을 입어보거나 화장품을 발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끼리 역할놀이를 하며 어른 흉내를 내보기도 했을 것이다. 과거에는 놀이에만 이용했던 옷이나 화장품 등에 대한 아이들의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단순히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가 아니라 꾸미는 아이가 늘어났다. ‘키즈 뷰티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 소비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겨울왕국2> 흥행 몰이
드레스·화장도구 불티

#1. A씨는 4, 6세 딸들과 함께 지난달 21일에 개봉한 <겨울왕국2>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은 <겨울왕국2>를 보러 온 가족들로 꽉 차 있었다. 영화를 다 본 뒤 A씨의 딸들은 극 중 엘사와 안나가 입었던 드레스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러 온 몇몇 아이들은 이미 엘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영화관 한편에서 엘사와 안나 드레스를 파는 중이었다.

#2.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B씨는 최근 학부모들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없다. <겨울왕국2> 개봉 이후 아이들이 하나둘씩 엘사 드레스를 입고 등원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어버린 것. 학부모들은 드레스 등원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B씨는 2014<겨울왕국> 1편 때보다 심해졌다고 귀띔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딸이 있는 배우가 나와 영화 <겨울왕국>에 대해 언급했다. 이 배우는 이번에는 그들(엘사와 안나)이 뭘 입고 나올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처럼 지나갔지만 배우의 말에 공감을 표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실제 <겨울왕국2>에서는 캐릭터들이 화려한 드레스의 향연을 벌였다.

<겨울왕국> 1편에 나왔던 엘사 드레스를 입은 아이들을 이미 길거리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옷가게는 물론 영화관 내에서도 드레스를 종류별로 걸어뒀다. 한 유튜브 영상에는 아이의 눈을 가린 채 드레스가 진열된 길을 달리는 아빠의 모습이 올라오기도 했다. 엘사 드레스가 겨울 패딩에 이어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떠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겨울왕국> 1편은 20141월 개봉한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13억달러에 달하는 흥행수익을 거둬 말 그대로 초대박을 쳤다. 이 과정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인형의 대명사였던 바비 인형보다도 더 팔렸다고 한다.

<겨울왕국> 등
유통업계 특수

<겨울왕국2>의 흥행세는 1편보다 더 엄청나다. 지난달 21일 개봉 이후 엿새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 토요일에는 160만명, 일요일에는 150만명의 관객을 합치면 주말 이틀 동안에만 300만명이 <겨울왕국2>를 본 셈이다. 그러자 유통업계서도 <겨울왕국2>의 흥행 열풍에 발 빠르게 숟가락을 얹었다.

이마트는 겨울왕국 캐릭터를 이용해 레고와 인형 등 신상 완구 50여종을 준비했다. 롯데마트도 아렌델 궁전세트등을 한정 판매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홈플러스 역시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이불과 쿠션, 베개 등 침구류와 식기, 핫팩, 욕실화 등 관련 상품 50여종을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엘사 특수, 겨울왕국 특수다. 특히 수능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겨울왕국2>의 흥행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와 함께 매출 성수기 또한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겨울왕국2> 열풍이 굿즈 판매로 이어지는 것을 두고 키즈 뷰티 시장이 확장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서 단순 캐릭터 상품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입고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집중적으로 내놓는 게 그 방증이다. 드레스는 물론 메이크업 세트, 액세서리, 구두 등의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메이크업 세트는 아동 모델이 직접 나와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만큼 몇 년 새 화장하는 아이들, 꾸미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 과거에는 화장을 하거나 액세서리를 달고 다니는 아이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대중매체서 메이크업을 하는 아이들을 공부하지 않고 놀러 다니거나 일탈하는 이미지로 그리곤 한 것도 그런 인식에 한몫을 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어린이 화장이 흔한 일로 자리잡고 있다. 키즈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20028조원서 201434조원, 2018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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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키즈 뷰티, 어덜키즈 시장 역시 급속도로 확장됐다. 대한화장품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41200억원서 201720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미 3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는 추정도 나온다.

초등학생도
사고 바르고

2017년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소속 녹색건강연대는 전국 초··고등학생 4736명을 대상으로 색조화장 여부 색조화장 빈도 구매 경로 정보획득 경로 등을 조사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눈화장, 입술화장 등 색조화장을 해본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은 24.2%였다. 초등학생 5명 중 1명이 색조화장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

이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12.1%는 매일 색조화장을 한다고 답했다. 42.2%는 주 1회 색조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화장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38.5%에 이르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전문 로드숍서 화장품을 구매했다.


또 색조화장을 한다고 답한 아이들은 대부분 주변인과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화장에 대한 또래집단의 영향이 매우 컸다. 녹색건강연대는 이러한 결과는 화장품 사용이 본격화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에 대한 정보획득은 체계적이지 못한 어린이·청소년의 현실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실제 화장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한 반의 절반 이상이 메이크업 도구를 가지고 다니고 유튜브를 통해 화장법을 공유하며 쉬는 시간에는 화장을 고치는 일이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 문화를 아이들의 놀이로 봐야 할지, 시대 변화로 봐야 할지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서도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쪽과 적정선을 알려주는 게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린다.

한 학부모는 어른이 되면 하기 싫어도 화장을 해야 하는 날이 올 텐데, 왜 벌써부터 화장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엄마는 무작정 못하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차라리 순한 화장품을 사주고 화장법을 알려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화장하고 학교 가는 학생 크게 늘어
피부트러블·외모지상주의 부작용도

일선의 교사들은 이미 시대의 흐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초등학생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에 SNS와 유튜브에는 화장과 관련된 영상이 널려 있다. 유튜버의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라 아이들이 제 눈높이에 맞춰 화장을 배울 수 있는 경로도 무궁무진하다. 학교와 집에서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상황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


실제 유튜브서 키즈 메이크업으로 검색하면 영상이 쏟아진다. 영상의 주인공은 어린이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화장품을 가지고 직접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성인이 등장해 키즈 메이크업과 성인 메이크업을 비교한 영상은 조회수가 1300만회를 훌쩍 넘었다. 엄마가 등장해 아이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해주는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그럼에도 어린이 화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대부분의 걱정은 안전성에서 비롯된다. 한창 자랄 시기에 피부 트러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피부가 연약하고 피지 분비가 활발한 어린이나 청소년은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선 어린 손님을 잡기 위해 유아용 화장품을 쏟아내고 있다. 어린이 화장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빠진 성인 화장품 시장서 또 다른 동력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안전성이 보장된 제품이라고 해도 얼굴에 바르는 제품인 만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서 외모지상주의를 답습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일부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선 탈코르셋(corset)’ 문화가 번지고 있다. 탈코르셋은 사회서 여성스럽다고 정의해온 것들을 거부하는 움직임이다. 화장이나 렌즈,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화장 인구가 늘고 있는 10대와는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미취학 아동도
키즈 뷰티살롱

화장을 하는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미취학 아동도 화장 열풍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성인처럼 마사지와 화장을 체험할 수 있는 키즈 뷰티살롱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5세 아이가 키즈 뷰티살롱서 마사지를 받고, 메이크업과 손톱 손질을 받는 식이다.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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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