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그룹 3세 경영 ‘빛과 그림자’

빨라도 너무 빠른 32세 부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만 20세 나이에 대주주가 됐던 무림그룹 3세는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본격적으로 3세 시대가 열리면서 그룹을 향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약 1년이 지난 오늘날 무림그룹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무림그룹은 국내 제지업계서 이름 난 회사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전신은 지난 1956년 이무일 선대회장이 설립한 청구제지. 이동욱 회장은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1989년부터 그룹을 이끌었다. 현재 무림그룹은 1조 매출 기업으로 우뚝 섰다.

60년 역사
매출 1조원

무림그룹은 한솔그룹과 ‘제지업계 빅2’로 꼽힌다. 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 제품은 ‘네오’와 ‘네오스타’ 시리즈, 그리고 선거용지다. 그룹은 친환경을 콘셉트로 내세우며 각종 인쇄물을 제작하고 있다.

그룹은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서 투표용지를 공급했다. 투표용지 제작은 간단치 않지만 무림은 선거 때마다 이를 공급한다. 투표용지뿐만 아니라 각종 통합홍보인쇄물과 가정으로 배달되는 선거 봉투용지 등도 생산한다. 내년 4·15총선서도 선거용지 제작에 나설 전망이다.

무림은 대형마트서 사용하는 일반 전단지부터 브로슈어, 달력 등 각종 책자와 학습지, 교과서 등 다양한 종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외에도 고지서와 청구서, 복권용지, 보험증서, 유가증권, 문화상품권, 통장내지, 포장용지 제작 등에 사업영역을 구축했다.


무림은 같은 해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 회장의 장남 이도균 전무가 낙점됐다. 이 전무는 그 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그룹은 무림SP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제지 생산의 처음과 끝을 주무르는 그룹 사업구조에 기인했다.

그룹은 ‘오너 일가→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주력사는 무림SP와 무림페이퍼, 그리고 무림P&P다. 이들은 모두 상장사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무림SP의 최대주주다. 무림SP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무림SP는 이 부사장(21.37%), 이 회장(20.84%), 숙부 이동근씨(19.20%) 등이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60%가 넘는 사실상 ‘가족 경영 체제’다.

이씨 3세 시대 만 20세 대주주
수직계열화 다듬고 정상에 안착

무림SP는 종속회사로 무림로지텍을 두고 있다. 지류 펄프 보관업체다. 잉크제조사 무림켐텍은 계열사서 제외됐다. 무림SP는 무림켐텍의 지분을 지난 6월 전량 매각했다.

무림페이퍼는 인쇄·필기용 원지를 제조한다. 최대주주는 무림SP(19.65%)다. 뒤이어 이 회장 부자에게 각각 18.93%, 12.31%의 지분이 있다. 친인척 등의 소수 지분을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다. 오너 일가가 무림SP를 쥐고 있는 점을 미뤄봤을 때, 무림페이퍼도 오너 일가의 영향력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림페이퍼에는 4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2개사는 100% 종속회사로 미국과 영국 소재의 종이제품 판매업체다. 나머지는 국내 법인으로 무림파워텍(열병합에너지 발전소)과 그룹 주력사 무림P&P다.


무림페이퍼가 최대주주로 있는 무림P&P에겐 다시 3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국내 무림캐피탈(여신전문금융업)과 대승케미칼(화학약품 제조·판매), 그리고 인도네시아서 조림·산림개발을 맡고 있는 법인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 1999년 무림SP 감사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이 부사장은 40만2500주(20%)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이 회장은 41만8600주(20.80%)로 최대주주였다. 이 부사장은 1987년생으로 만20세의 나이에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후계작업
차근차근

이 부사장은 지분을 끌어올렸다. 2002년 무림SP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20.00%의 지분을 21.37%까지 높였다. 이 부사장이 아버지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한 때다.

당시 무림SP는 무림페이퍼에 보통주 280만주(232억4000만원)를 출자했다. 이를 통해 무림SP의 기존 6.96% 지분은 22.08%까지 수직상승했다. 동시에 무림SP는 이 회장의 뒤를 이어 무림페이퍼의 2대주주가 됐다. 이후 이 부사장은 2007년 무림페이퍼서 전략기획실장과 관리부본부장, 제지사업부본부장 등을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8년 이 회장은 무림페이퍼 주식 75만주를 이 부사장에게 매각했다. 이 회장의 무림페이퍼 지분이 감소하면서 무림SP가 무림페이퍼의 최대주주 자리를 대신했다.
 

▲ 이도균 무림

또 무림페이퍼는 국내서 유일하게 펄프 생산이 가능한 동해펄프를 인수했다. 동해펄프는 오늘날의 무림P&P다. 그룹 지분도가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의 형태를 보이게 된 배경이다.

이 부사장은 2015년 무림SP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무림페이퍼와 무림P&P서도 같은 직을 맡았다. 이 부사장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그룹 차원서 이 부사장을 위한 승계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분석이다.

일감 지적
거래 중단

무림그룹은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이하 연구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목된 계열사는 무림SP의 종속회사 무림로지텍이었다. 연구소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등 사례 분석(3호)’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무림로지텍을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라고 판단했다.

무림로지텍은 무림SP와 무림페이퍼로부터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다. 무림SP의 지분(94.88%)을 제외한 나머지 5.12%는 무림페이퍼가 소유 중이다. 최근 5년간 무림로지텍의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 91.30%(53억원/58억원) ▲2015년 89.91%(47억원/52억원) ▲2016년 84.30%(35억원/42억원) ▲2017년 80.65%(33억원/42억원) ▲2018년 81.78%(36억원/44억원) 등이다. 무림페이퍼서 촉발된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연구소는 “2013년 까지 회사의 최대주주는 무림페이퍼로 무림페이퍼에 대한 매출은 내부거래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2013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10%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2014 년 회사 최대주주가 무림SP로 변경되면서 무림페이퍼에 대한 매출이 내부거래로 계상됐다”며 “내부거래 비중은 대폭 증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무림로지텍 외에도 내부거래와 묶여 언급되는 곳은 무림파워텍이다. 무림파워텍은 무림페이퍼의 100% 종속회사다. 무림파워텍의 5년간 내부거래는 ▲2014년 74.92%(538억원/718억원) ▲2015년 71.20%(383억원/538억원) ▲2016년 65.54%(293억원/448억원) ▲2017년 75.63%(368억원/487억원) ▲2018년 74.20%(416억원/561억원) 등이다. 평균 70% 이상을 그룹 계열사서 벌어들이는 셈이다.

내부거래 논란 선 긋고 일축할까
부사장 승진 1년…실적에 관심↑

무림파워텍 역시 무리로지텍처럼 무림페이퍼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높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과 5조원 미만 집단으로 나뉜다. 5조원 이상의 경우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의 적용을 받는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제1항 1호~4호를 통해 부당 이익 제공의 행위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5조원 미만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는 동법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규정의 제1항 제7호가 반영돼 위법행위 입증에 비교적 어려움이 있다. 무림그룹은 5조원 미만 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무림그룹은 지난 6월 이후 무림로지텍과 거래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 몰아주기 비판이 지속된 탓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의 3세 경영 궤도에 오르면서 올해 실적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주력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림SP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0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3억원)에 비해 19억원 소폭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4억원서 3억원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지난 분기 9400여만원의 적자에 비해 개선됐지만 지난해 실적과 큰 괴리를 보인다는 해석이다.


무림페이퍼는 3분기 누적 매출 84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8324억원)보다 109억원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 상황은 좋지 않다. 영업이익은 612억원으로 지난해 919억원과 비교했을 때 300억원 이상 떨어졌다.

고?
스톱?

무림P&P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림P&P는 3분기 누적 매출액 4773억원을 냈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4882억원)에 비해 109억원 하락한 값이다.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깎였다. 올해 442억원의 영업이익이 났지만, 지난해엔 817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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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