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그룹 3세 경영 ‘빛과 그림자’

빨라도 너무 빠른 32세 부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만 20세 나이에 대주주가 됐던 무림그룹 3세는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본격적으로 3세 시대가 열리면서 그룹을 향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약 1년이 지난 오늘날 무림그룹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무림그룹은 국내 제지업계서 이름 난 회사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전신은 지난 1956년 이무일 선대회장이 설립한 청구제지. 이동욱 회장은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1989년부터 그룹을 이끌었다. 현재 무림그룹은 1조 매출 기업으로 우뚝 섰다.

60년 역사
매출 1조원

무림그룹은 한솔그룹과 ‘제지업계 빅2’로 꼽힌다. 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 제품은 ‘네오’와 ‘네오스타’ 시리즈, 그리고 선거용지다. 그룹은 친환경을 콘셉트로 내세우며 각종 인쇄물을 제작하고 있다.

그룹은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서 투표용지를 공급했다. 투표용지 제작은 간단치 않지만 무림은 선거 때마다 이를 공급한다. 투표용지뿐만 아니라 각종 통합홍보인쇄물과 가정으로 배달되는 선거 봉투용지 등도 생산한다. 내년 4·15총선서도 선거용지 제작에 나설 전망이다.

무림은 대형마트서 사용하는 일반 전단지부터 브로슈어, 달력 등 각종 책자와 학습지, 교과서 등 다양한 종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외에도 고지서와 청구서, 복권용지, 보험증서, 유가증권, 문화상품권, 통장내지, 포장용지 제작 등에 사업영역을 구축했다.


무림은 같은 해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 회장의 장남 이도균 전무가 낙점됐다. 이 전무는 그 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그룹은 무림SP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제지 생산의 처음과 끝을 주무르는 그룹 사업구조에 기인했다.

그룹은 ‘오너 일가→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주력사는 무림SP와 무림페이퍼, 그리고 무림P&P다. 이들은 모두 상장사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무림SP의 최대주주다. 무림SP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무림SP는 이 부사장(21.37%), 이 회장(20.84%), 숙부 이동근씨(19.20%) 등이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60%가 넘는 사실상 ‘가족 경영 체제’다.

이씨 3세 시대 만 20세 대주주
수직계열화 다듬고 정상에 안착

무림SP는 종속회사로 무림로지텍을 두고 있다. 지류 펄프 보관업체다. 잉크제조사 무림켐텍은 계열사서 제외됐다. 무림SP는 무림켐텍의 지분을 지난 6월 전량 매각했다.

무림페이퍼는 인쇄·필기용 원지를 제조한다. 최대주주는 무림SP(19.65%)다. 뒤이어 이 회장 부자에게 각각 18.93%, 12.31%의 지분이 있다. 친인척 등의 소수 지분을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다. 오너 일가가 무림SP를 쥐고 있는 점을 미뤄봤을 때, 무림페이퍼도 오너 일가의 영향력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림페이퍼에는 4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2개사는 100% 종속회사로 미국과 영국 소재의 종이제품 판매업체다. 나머지는 국내 법인으로 무림파워텍(열병합에너지 발전소)과 그룹 주력사 무림P&P다.


무림페이퍼가 최대주주로 있는 무림P&P에겐 다시 3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국내 무림캐피탈(여신전문금융업)과 대승케미칼(화학약품 제조·판매), 그리고 인도네시아서 조림·산림개발을 맡고 있는 법인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 1999년 무림SP 감사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이 부사장은 40만2500주(20%)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이 회장은 41만8600주(20.80%)로 최대주주였다. 이 부사장은 1987년생으로 만20세의 나이에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후계작업
차근차근

이 부사장은 지분을 끌어올렸다. 2002년 무림SP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20.00%의 지분을 21.37%까지 높였다. 이 부사장이 아버지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한 때다.

당시 무림SP는 무림페이퍼에 보통주 280만주(232억4000만원)를 출자했다. 이를 통해 무림SP의 기존 6.96% 지분은 22.08%까지 수직상승했다. 동시에 무림SP는 이 회장의 뒤를 이어 무림페이퍼의 2대주주가 됐다. 이후 이 부사장은 2007년 무림페이퍼서 전략기획실장과 관리부본부장, 제지사업부본부장 등을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8년 이 회장은 무림페이퍼 주식 75만주를 이 부사장에게 매각했다. 이 회장의 무림페이퍼 지분이 감소하면서 무림SP가 무림페이퍼의 최대주주 자리를 대신했다.
 

▲ 이도균 무림

또 무림페이퍼는 국내서 유일하게 펄프 생산이 가능한 동해펄프를 인수했다. 동해펄프는 오늘날의 무림P&P다. 그룹 지분도가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의 형태를 보이게 된 배경이다.

이 부사장은 2015년 무림SP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무림페이퍼와 무림P&P서도 같은 직을 맡았다. 이 부사장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그룹 차원서 이 부사장을 위한 승계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분석이다.

일감 지적
거래 중단

무림그룹은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이하 연구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목된 계열사는 무림SP의 종속회사 무림로지텍이었다. 연구소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등 사례 분석(3호)’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무림로지텍을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라고 판단했다.

무림로지텍은 무림SP와 무림페이퍼로부터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다. 무림SP의 지분(94.88%)을 제외한 나머지 5.12%는 무림페이퍼가 소유 중이다. 최근 5년간 무림로지텍의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 91.30%(53억원/58억원) ▲2015년 89.91%(47억원/52억원) ▲2016년 84.30%(35억원/42억원) ▲2017년 80.65%(33억원/42억원) ▲2018년 81.78%(36억원/44억원) 등이다. 무림페이퍼서 촉발된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연구소는 “2013년 까지 회사의 최대주주는 무림페이퍼로 무림페이퍼에 대한 매출은 내부거래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2013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10%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2014 년 회사 최대주주가 무림SP로 변경되면서 무림페이퍼에 대한 매출이 내부거래로 계상됐다”며 “내부거래 비중은 대폭 증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무림로지텍 외에도 내부거래와 묶여 언급되는 곳은 무림파워텍이다. 무림파워텍은 무림페이퍼의 100% 종속회사다. 무림파워텍의 5년간 내부거래는 ▲2014년 74.92%(538억원/718억원) ▲2015년 71.20%(383억원/538억원) ▲2016년 65.54%(293억원/448억원) ▲2017년 75.63%(368억원/487억원) ▲2018년 74.20%(416억원/561억원) 등이다. 평균 70% 이상을 그룹 계열사서 벌어들이는 셈이다.

내부거래 논란 선 긋고 일축할까
부사장 승진 1년…실적에 관심↑

무림파워텍 역시 무리로지텍처럼 무림페이퍼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높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과 5조원 미만 집단으로 나뉜다. 5조원 이상의 경우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의 적용을 받는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제1항 1호~4호를 통해 부당 이익 제공의 행위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5조원 미만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는 동법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규정의 제1항 제7호가 반영돼 위법행위 입증에 비교적 어려움이 있다. 무림그룹은 5조원 미만 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무림그룹은 지난 6월 이후 무림로지텍과 거래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 몰아주기 비판이 지속된 탓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의 3세 경영 궤도에 오르면서 올해 실적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주력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림SP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0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3억원)에 비해 19억원 소폭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4억원서 3억원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지난 분기 9400여만원의 적자에 비해 개선됐지만 지난해 실적과 큰 괴리를 보인다는 해석이다.


무림페이퍼는 3분기 누적 매출 84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8324억원)보다 109억원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 상황은 좋지 않다. 영업이익은 612억원으로 지난해 919억원과 비교했을 때 300억원 이상 떨어졌다.

고?
스톱?

무림P&P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림P&P는 3분기 누적 매출액 4773억원을 냈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4882억원)에 비해 109억원 하락한 값이다.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깎였다. 올해 442억원의 영업이익이 났지만, 지난해엔 817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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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