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바둑판 떠난’ 풍운아 이세돌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27 08:35:16
  • 호수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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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등장해 바람같이 떠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바둑의 간판 ‘쎈돌’ 이세돌 9단이 지난 19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프로생활을 시작한 지 24년4개월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이세돌은 인공지능 AI ‘알파고’를 이긴 인류 유일의 프로기사다.
 

▲ 프로 바둑계를 떠난 이세돌 9단

이세돌이 지난 19일 전문 기사직서 사퇴했다. 이날 그는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국기원은 “이세돌 9단이 현역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이세돌의 은퇴는 여러 차례 예견됐던 바 있다. 

은퇴하는 
바둑 황제 

이세돌은 지난 3월 기사 사직 의사를 한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그는 중국 커제 9단과 겨룬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국’서 완패한 직후 회견서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프로기사직을 내려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부터 사석서도 지인들에게 “조만간 은퇴할 생각”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하곤 했다.

그는 계획보다 일찍 사퇴서를 냈다. 한국기원과의 오랜 불화가 한몫했다.

이세돌은 “프로기사회가 권한을 남용하고 적립금을 부당하게 뗀다”며 2016년 5월 기사회 탈퇴를 단행했다. 한국기원은 이 문제를 3년 넘게 미루다 새 집행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7월 이사회를 소집해 “본원 주최 기전엔 기사회 소속 기사만 참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세돌은 당초 성적 하락으로 은퇴를 생각했는데, 기사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대국도 불가능해져 은퇴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세돌은 은퇴 후에도 한국기원과 적립금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적립금은 이세돌이 기사회를 탈퇴한 뒤 한국기원이 기사회의 요청에 따라 이세돌에게 지급하지 않고 보관해온 상금 공제액을 뜻하는데 약 32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은 현역 생활을 하면서 18차례의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의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기원 공식 상금 집계로 98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였다. 

한국기원에 프로기사 자격 사직서 제출
24년 4개월간 활동했던 현역 생활 마감

2014년엔 라이벌 구리와의 10번기가 지구촌을 달궜고, 6승2패로 승리한 그는 상금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의 주인이 됐다. 2000년 76승을 올려 한국기원 최다승의 주인공이 되면서 최우수기사상도 획득했다. 통산 8차례의 MVP,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에 올랐다.  

1995년 입단한 이세돌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스타 기사였다. 그의 은퇴는 한국 바둑이 배출한 최고 ‘풍운아’의 퇴장을 의미한다. 변화무쌍한 착점 못지 않게 그의 언행도 화제를 낳곤 했다.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외골수 행동으로 찬사와 비판은 항상 평행선을 달렸다.

초년병이던 2000년 이미 32연승을 내달렸던 그는 대선배들을 제치고 최우수기사로 선정되면서 승단대회 폐지를 이끌었다. 2009년에는 한국바둑리그에는 불참하고 중국리그에 참여하려 했다가 기사회와 마찰을 빚어 ‘휴직계’를 내고 잠적하기도 했다.
 

▲ 알파고와 대결서 1승4패로 패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세돌 9단 ⓒ한국기원

2016년 5월에는 프로기사회가 탈퇴 회원이 한국기원 주최·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회원의 대국 수입서 3∼15%를 일률적으로 공제해 적립금을 모으는 정관 조항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며 “프로기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에 동조할 수 없다”고 친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기사회서 탈퇴했다.

이세돌은 1983년 3월2일생으로 전남 신안군 비금도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목포서 초등학교 교사로 10여년간 교편을 잡다가 비금도로 귀향해 농사를 지으면서 자식을 키웠다. 아마 5단의 실력을 가진 그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성적 하락
한기 불화

이세돌은 2012년 발간된 자서전 첫 머리에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단언했다. 그는 1989년 조훈현의 ‘응씨배’ 우승을 보며 프로기사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9세에 서울로 바둑유학을 떠났다. 이후 이세돌은 형 이상훈과 함께 1995년 입단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12세였다. 

친형 이상훈 9단이 어렸을 때부터 바둑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동생을 보며 ‘나는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은퇴해야겠다’고 바둑을 접었을 정도다. 이후 동생 이세돌의 지원에 전념해오고 있다. 

이세돌은 조훈현·이창호·조혜연·최철한에 이어 역대 최연소 5위(12세 4개월)로 입단했고, 그 뒤로 2단이 되는 데 3년이 걸렸다. 1999년에 3단이 된 뒤로 한국 바둑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32연승이라는 역대 연승 3위 기록을 세우며 ‘불패소년’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당시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세돌의 단수는 올라가지 않았다. 승단을 위해 치러야 하는 승단대회를 제대로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형식에 젖어 과도한 대국 수로 스타급 기사를 혹사시키는 승단대회의 문제점은 이전에도 지적되고 있었다. 그 제도에 최초로 반기를 들었던 기사가 바로 이세돌이었다. 

 

당시 3단에 불과했던 이세돌은 메이저 세계대회인 ‘후지쯔배’서 우승하고 ‘LG배’ 결승에 진출하면서 승단대회 무용론을 몸소 보여줬다. 이때 여론의 지지도 받았다. 결국 한국기원은 2003년부터 승단 규칙에 ‘세계대회 우승 시 3단 승단, 준우승 시 1단 승단’ 항목을 추가했다. 이세돌은 이후 각종 대회서 우승하며 단 5개월  만에 9단까지 올랐다.

말도 많고 
탈 많았다

이후에도 2009년 5월까지 국내랭킹 1위, 10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하는 등 정상급 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바둑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면서 한국기원에 ‘괘씸죄’로 찍혀 징계를 받았다. 이에 반발하면서 2009년 6월30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의 18개월 간의 휴직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기원과 기보 저작권과 대국료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이세돌은 휴직 6개월 만인 2010년 1월11일 복직했다. 한국기원이 이세돌의 복직 조건에 합의하면서 휴직을 끝냈다. 

한국기원과의 앙금을 청산하고 복직하자마자 파죽지세로 24연승과 함께 덤으로 ‘제2회 BC카드배’ 결승서 창하오 9단을 3:0으로 압살하면서 세계 타이틀 하나를 더 추가했다. 세 판 모두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대국 도중 한 쪽이 패배 의사를 표명하면 계가까지 가지 않고 상대방의 승리를 선언하고 대국을 끝낸다.


이 대회 16강전에는 당시 중국 랭킹 1위이던 콩지에를 상대로 초반에 대마가 잡혀 85집 정도를 잃은 상태서도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인터뷰서 이세돌은 “초반에 밀려서 그냥 두는 데 의의를 뒀다”고 말해 화제를 뿌렸다.

알파고 대결 등 파란만장 이력
통산 50승 거둔 바둑계 대스타

2011년 4월 ‘제3회 BC카드배’ 결승서 라이벌로 여겨지는 구리 9단을 상대로 3:2 신승을 거두고 동 대회 2회 연속 제패에 성공한다. 이듬해 12월13일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서 구리 9단을 2:1로 다시 물리치고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구리 9단과 전적도 10승 1무 14패로 좁혔다. 2014년 구리 9단과의 인생승부 10번기를 시작했다. 

10번기는 제한시간이 4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월드컵 기간인 6월을 제외하고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개최되며 먼저 6승자가 나오면 종료된다. 승자는 우승상금 500만위안(약 8억4000만원)을 패자에게는 20만위안(약 3500만원)의 여비가 지급된다. 단, 최종 성적이 5승5패일 경우 상금을 절반씩 나눈다. 이 대회서 이세돌은 6승2패로 승리했다. 
 

▲ ⓒ한국기원

하지만 이세돌이 30대에 접어든 이후부턴 메이저 세계대회서 준우승만 내리 거두며 서서히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2016년 2월엔 한국 랭킹도 2위로 떨어졌다. 당시 1위인 박정환 9단은 세계무대에선 국내무대만큼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항상 ‘국내용’이라는 오명이 뒤따랐다. 

2016년은 ‘몽백합배’ 결승전서 커제와 접전 끝에 준우승했다. 이세돌은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바둑기사 중 한 명이다. 평소 언론과 인터뷰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곤 했기 때문이다. “중국서 열리는 대회인데 내가 우승해서 미안합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이름도 잘 모르는데 그들의 바둑 실력을 어떻게 아나요?” 등이 대표적인 이세돌의 어록이다. 


알파고 이긴
유일한 인간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국에선 1승4패로 패했으나 당시 이세돌의 승리는 이후 알파고를 상대로 인간이 따낸 유일한 승리로 남아있다. 3패 후 4번째 대국서 알파고의 허점을 제대로 짚은 백 78수는 ‘신의 한 수’로 상징되고 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대결서 패배한 뒤에는 “내가 패배한 것이지 인류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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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