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해찬’ 파워게임 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1 10:43:33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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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막 오른 주도권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연 21대 총선서 집권여당을 이끌 사람은 누구일까. 이낙연 국무총리의 복귀가 임박한 상황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역학관계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연말로 예고된 두 사람의 전면전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경신한 시점부터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다. 하루 빨리 ‘정치인 이낙연’으로 복귀해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역할론’이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5일 “선거는 당의 모든 자산을 다 걸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신 분이나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당을 이끌어 가실 분 다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민주당 조기 복귀를 희망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대선주자
1위 순항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6일 “이 총리는 정치도 잘하시는 분이고 당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다들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심하시면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지난 6일 <조선일보>를 통해 “(이 총리의 당 복귀는) 12월도 늦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당으로서는 대선 유력주자인 이 총리가 하루빨리 당에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유권자들을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진영을 떠나 복수의 여론조사서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5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총리는 23.7%를 기록, 조사 대상 14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동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로는 5개월 연속 1위다. 특히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직전 조사보다 3.5%포인트가 올랐다는 점이다.

반면 직전 조사서 처음 조사대상에 포함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3.6%포인트 하락한 9.4%를 기록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지지가 이 총리 쪽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

두 명의 ‘이’, 평가는 엇갈려…
몸값↑‘이낙연’여의도행 임박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점, 당에서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이 총리의 향후 행보에 청신호다. 당내 세력에 의존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공식뿐 아니라 국민 지지라는 새로운 힘을 얻은 셈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보인다.

이 총리가 이처럼 후한 점수를 받은 배경은 그의 안정감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서 위기 때마다 탁월한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강원도 산불과 포항 지진 등 각종 재난 앞에서 이 총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또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에는 ‘총리 외교’를 펼치는 역량도 보여줬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는 순간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 예상한다. 역대 총리 출신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의 김종필, 김영삼정부 시절의 이회창, 노무현정부 시절의 고건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때 반짝 주목받을 뿐 총리 임기를 끝마치고 난 후에는 대중들의 관심서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 총리가 앞서 언급된 이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미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다져진 탄탄한 정치력으로 정치적 파도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더해 당 복귀 이후 비문계와 당내 소장파들이 이 총리를 지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체화된다면 이 총리에게 쏟아졌던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세간의 지적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처한 상황은 이 총리와 상반된다. 이 총리가 역할론이라는 기대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 대표는 책임론이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당 물밑에서는 이 대표 사퇴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정감
신뢰감

이는 ‘조국 사태’의 여파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자 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태가 이후 벌어졌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권리당원은 70만명이고 당원게시판서 사퇴 요구하는 사람은 2000명으로 극소수”라고 한 발언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 내부서 ‘사퇴론’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한 라디오를 통해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 분(이 대표)이 사퇴하는 게 현재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면서도 “당원들은 물러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단 1명이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그 요구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서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이하 의총)에서는 쇄신에 대한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의총 자유발언에 나선 14명 의원 가운데 3~4명이 쇄신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회복돼 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다 회복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질서있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경고음이 있을 때 제대로 알아듣고 쇄신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질서 있는 쇄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토론하되 외부적으로는 협상하는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필요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세워나가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뜨는’ 낙연
‘휘청’ 해찬

이 대표는 조기 총선모드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지난 5일 이 대표는 총선기획단 첫 회의서 “총선기획단 위원님들이 아주 막중한 책임을 졌다”며 “선거를 많이 치러보지만 얼마만큼 기획을 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많이 달라진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다음달 10일 발족시키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지난 의총서 이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총선 때보다 빠른 전환이다. 지난 20대 총선에 비해 3달가량 빠르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이 같은 결단이 자신에 대한 퇴진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본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총천기획단과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하니까 (민주)당이 일거에 조용해졌다”며 “조국 사태로 그렇게 떠들던 것을 일거에 국면 전환을 시켜서 총선 분위기로 확 끌고 가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입지가 완벽히 안정된 것은 아니다. 이 총리와의 ‘총선 주도권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의 복귀 시점을 기준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태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재로서는 이 총리가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높다. 이 총리 역시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 총리는 “지금 이 위치(국무총리)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4일에는 지인들과 이 총리가 막걸리 만찬을 즐기던 중 한 참석자가 “조국 사태에 대해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질문하자 이 총리가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선대위 카드 꺼내
비문·소장파 집결하면…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와 세종이 꼽힌다. 종로는 ‘정치1번지’, 세종은 ‘행정수도’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맞상대 역시 여야의 굵직한 후보들이 나설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릴만하다. 

만약 이 총리가 이들 지역에 출마해 생환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선 직행티켓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당내 비문계 측에서는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수도권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정적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길이다. 이럴 경우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유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서 이해찬·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해찬 간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모두 충청을 연고로 한 정치인이다. 여기에 호남을 연고로 한 이 총리가 합세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총리가 선대위 출범(12월10일)에 맞춰 당에 합류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격전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에게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기대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은 “이 총리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바로 합류하는 것이 당과 스스로를 모두 위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측에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가 ‘이해찬 체제’서 공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시점인 내년 2월에 당에 복귀할 것이라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은 내년 1월16일이다. 이렇게 되면 이 총리의 역할은 선대위원장으로 한정된다.

기싸움
스멀스멀

이는 이 총리 측에서 원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올라서지 못하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역대 총리들의 대권 도전은 모두 실패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고건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총리 복귀를 기점으로 당내 계파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총리를 중심으로 비문계 결집이 이뤄질 경우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조기 선대위 카드를 꺼내들 당시 이 총리와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지 않았다는 주장이 떠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계와 이 총리를 중심으로 한 비문계의 공천을 건 ‘벼랑 끝 전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 총리의 복귀로 당의 권력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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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