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보장’ 두원그룹 내부거래 오해와 진실

밀어주고 당겨주고…오너 남매의 짬짜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두원그룹은 자동차 부품 제조사이자 두원공과대학교로 유명한 곳이다. 창업주의 세 남매는 현재 주력 계열사 지분을 쥐고 있다. 이 중 한 곳의 계열사가 내부거래와 배당금으로 눈길을 끈다. 그룹 측은 오해가 있다고 설명한다. 왜일까?
 

두원그룹은 중견 자동차 부품 제조사다. 창업주는 고 김찬두 회장. 김 회장은 14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두원공과대학교와 안성두원공업고등학교를 설립, 기술인재 양성에도 힘썼던 그는 지난 2011년 별세했다.

자동차 산업
계열사 납품

김 회장은 슬하에 2남1녀를 뒀다. 장남은 김종엄 두원공과대 이사장이다. 차남은 김종완 두원전자 대표, 장녀는 김나영 ㈜두원 대표다.

그룹은 국내외 계열사들을 두루 거느리고 있다. 주력사는 ▲두원공조 ▲두원냉기 ▲두원전자 ▲두원중공업 정도로 분류된다. 업체들은 자동차 부품 제조와 판매 등을 도맡고 있다. 주력사들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합은 1조원을 넘는다. 그 중 두원공조가 56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김 회장 자녀들은 모두 해당 관계사의 최대주주다. 두원공조서 장남과 차남의 지분은 70%를 상회한다. 두원냉기에선 세 남매가 100% 가까운 지분을 쥐고 있다. 두원전자와 두원중공업 역시 세 남매가 7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눈길이 가는 곳은 두원전자다. 두원전자의 매출처는 그룹 관계사다. 내부거래 비중은 100%에 가깝다.

두원전자의 최대주주는 ㈜두원(31.72%)이다. 그 뒤를 김 이사장(27.77%)과 김 대표(27.77%), 장녀 김 대표(12.74%)가 잇고 있다.

중견 차량부품 제조…학교 설립도
창업주 별세 후 삼남매 그룹 지배

최대주주 ㈜두원에서 두원냉기(38.00%)와 두원전자(13.00%)가 절반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다시 세 남매는 두원냉기서 100% 가까운 지분을, 두원전자서 70%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두원도 세 남매의 영향력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분 구조에 따라 두원전자는 오너 일가 회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두원전자 별도 기준 매출액은 530억원이다. 특수관계 내부거래 매출액은 516억원. 내부거래 비중은 97.51%다. 두원전자 매출은 그룹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은 이를 보고서에 적시했다. 회계법인은 강조사항을 통해 “재무제표 주석(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회사(두원전자)는 특수관계자에게 당기 총 매출액의 97.68%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두원전자 매출 대부분이 그룹사로부터 비롯된 건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두원전자의 최근 5년간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증가했다.

매출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

두원전자의 2014년 매출액과 내부거래 매출액은 각각 675억원과 608억원으로 비중은 90.18%였다. 이어 ▲2015년 90.38%(616억원-557억원) ▲2016년 90.50%(639억원-578억원) ▲2017년 92.89%(524억원-487억원)였다.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두원전자의 감사보고서는 2001년이 최초다. 200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두원전자는 224억원 매출 가운데 215억원을 그룹 주력사인 두원공조, 두원냉기 등에서 확보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96.02%로 최근과 다를 바 없었다.

두원그룹 측은 지나치게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 대해 사업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장품을 만들어 계열사에 납품하는 방식”이라며 “사업구조상 외부거래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처를 외부로 돌린다 하더라도 판매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비슷한 업종의 다른 회사들 역시 자신들의 계열사를 통하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그룹 측 설명대로라면 그룹 내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두원냉기와 두원중공업서도 내부거래가 상당한 편이다. 동시에 그룹 삼남매는 해당 회사의 최대주주다.

최근 5년간 두원냉기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107.59%(1229억원-1141억원) ▲2015년 105.90%(1130억원-1067억원) ▲2016년 101.91%(1190억원-1167억원) ▲2017년 91.40%(923억원-1010억원) ▲2018년 88.66%(799억원-901억원) 등이었다.

두둑이∼
자회사 배당

두원중공업의 경우 매년 50% 이상의 비중을 유지했다. ▲2014년 66.13%(2297억원-3474억원) ▲2015년 64.05%(2245억원-3505억원) ▲2016년 62.06%(2225억원-3584억원) ▲2017년 57.05%(2036억원-3569억원) ▲2018년 62.85%(2190억원-3484억원) 등이었다.

두원전자는 줄곧 비슷한 지분 구조를 이어왔다. 2002년 두원전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두원(31.72%)으로 현재와 같았다. 김 이사장(16.72%)과 김 대표(15.56%) 역시 오늘날 지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두원전자는 1억77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당기순이익 55억원에 배당성향은 3.17%였다. 이후 배당액은 크게 뛰었다.
 


2003년 두원전자의 1주당 현금 배당금은 1500원서 1만7500까지 뛰었다. 배당액도 1억여원서 38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배당성향은 3% 수준서 49.72%까지 높아졌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액 비율로, 번 돈 대비 주주가 얼마나 돈을 가져갔는지에 대한 값이다.

2004년은 괄목할 만했다. 배당금이 당기순이익을 두 배 이상 앞질렀기 때문이다. 당시 두원전자는 5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141억6000만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무려 251.89%였다.

100% 가까운 내부거래 “구조 탓”
배당도 꼬박꼬박? “모두 재투자”

2005년에는 그 보다 적은 74억원을 배당했지만, 배당금(62억원)이 당기순이익(74억원)을 넘어선 건 마찬가지였다. 2006년은 63억원 이익에 57억원 배당으로 배당성향이 90%를 웃돌았다.

2007년에는 배당금이 당기순이익을 무려 세 배 이상 앞섰다. 두원전자는 16억원의 이익에 그친 반면 53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 325.70%라는 압도적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두원전자는 2011년을 제외한 2014년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원전자는 배당을 실시했지만, 지난날과 같은 배당은 없었다. 2015년부터 4년간 두원전자는 총 54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낮게는 10%대서 높게는 48%까지였다. 나머지 기간은 20%대였다.


지분구조는 ㈜두원을 비롯해 그룹 삼남매가 자리를 잡았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내부거래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두원전자의 주주가 오너 일가인 만큼, 배당금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오해가 있다”
회사 측 일축

그러나 두원그룹 측은 배당금이 이른바 오너 일가의 주머니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제 제기에 오해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분 구조상 (두원전자가)그룹 일가로 구성돼 배당으로 현금을 가져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배당된 현금은 모두 회사로 재투자됐다”며 “한 번도 (배당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너 일가가)배당에 따라 현금을 가져갔다면 내부 직원들의 평판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원공대 검찰 고발, 왜?

두원공대 김종엄 이사장은 지난 8월 입학률을 조작해 정부지원금을 타냈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에 고발당했다.

시민단체 공익제보자모임은 서울중앙지검에 김 이사장을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공익제보자모임과 김현철 두원공대 전 입학홍보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작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두원공대는 지난 2004년부터 10여년 동안 학과별 입학 인원수를 부풀리거나 조작해 800억여원의 정부 지원금을 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인기학과에 정원보다 많은 인원을 추가 합격시킨 뒤, 미달하는 다른 학과 인원으로 등록해 전산 조작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처장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38개 모든 학과서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조직적인 중대 범죄”라며 “적극적인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원공대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충원률 조작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두원공대는 “김 전 처장이 본인 귀책으로 당연 퇴직된 뒤, 왜곡된 내용을 언론과 교육부에 제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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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