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노리는’ 황교안 사람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03:36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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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깎고…충성은 언제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서 벌어지는 경쟁이다. 표면적으로는 ‘조국 사태’에 집중하는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공천이라는 잿밥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가서 나온다. 당 대표에게 눈도장 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황교안 대표의 주변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경쟁을 추적했다. 
 

▲ 검찰 출석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실 보좌진은 최근 들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정책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해당 보좌진은 최근 <일요시사>에 “의원이 동료 의원들을 너무 안 만나려 한다”고 푸념했다. 

여러 모로
힘드네…

국회 보좌진들은 행사나 집회가 있을 때면 의원에게 “당 대표 옆에 있으시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당 대표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함이다. 한 국회 보좌진은 주량이 약한 자신의 의원에게 “술자리가 있으면 마다하지 말고 가지시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자리를 지키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공천은 정책 능력보다 당내 역학관계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으며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눈도장 경쟁’은 한국당서 더욱 눈에 띄는 양상이다. 바로 ‘조국 사태’라는 확실한 무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릴레이 삭발을 진행했다. 시작은 이언주 의원이었지만, 황교안 대표의 삭발이 기폭제였다. 현역 국회의원은 10명, 원외인사까지 합하면 20명 이상이 삭발에 동참했다. 


삭발한 현역 의원 대부분은 대구경북(TK)‧부산경남(PK) 출마가 예상된다. 정가는 이 의원이 부산 영도로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구 동대구역 3번 출구 앞에서 삭발식을 가진 강효상 의원은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이다. 

이외에도 이주영 국회 부의장은 경남 창원 마산합포, 김석기 의원은 경북 경주, 이만희 의원은 경북 영천‧청도, 최교일 의원은 경북 영주‧문경‧예천, 장석춘 의원은 경북 구미을의 당협위원장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 삭발 중인 이언주 무소속 의원

원외 인사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 광장서 삭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1대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그 외 홍태용 경남 김해갑, 박영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정순천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 등이 삭발을 했다. 

비록 TK‧PK에 기반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수도권 복당파 의원들도 황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삭발을 한 박인숙 의원과 단식에 들어간 이학재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온 의원들이다. 공천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력이다.

삭발은
TK만?

정치권은 TK‧PK 지역서 일어난 삭발 쏠림현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삭발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앞서 논평을 통해 “삭발과 단식이 ‘총선행 급행열차 표’라는 의심까지 일고 있다”며 “이 의원은 한국당 입당이 오늘내일 하는 정치인이며, 삭발한 박 의원과 단식에 들어간 이 의원은 공교롭게도 한국당에서 탈당해 바른미래당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한 철새 정치인들”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원 의원은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쇼로 단식쇼, 삭발쇼, 사퇴쇼를 꼽았다. 나는 거기에 ‘공천쇼’를 더하고 싶다. 공천쇼란 정치적 주목도를 키워 공천 가능성을 높일 목적으로 벌이는 온갖 작위적인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삭발 릴레이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자. 선거구가 한국당 텃밭이어서 본인 잘잘못을 떠나 전략공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큰 곳인 경우(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박인숙 의원), 한국당 텃밭을 차지했지만 당 지도부가 바뀐 데다 본인 잘못이 누적된 경우(강효상 의원), 정치 지형이 달라지지 않으면 정치적 미아가 될 경우(이언주 의원),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기 때문에 정부여당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 자리부터가 위태로운 경우(황교안 대표)”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 역시 정론관서 마이크를 잡고 “‘한국당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삭발을 해야 한다’라는 소문이 세간에 돈다”며 “한국당이 공천 경쟁이라는 의심을 뚫고 민생 경쟁을 할 때 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TK‧PK 쏠림현상 나타나, 왜? 
본선보다 공천이 더 힘들어

정치권은 황 대표 삭발 이후 거리집회서 그를 수행하는 인사들의 면면에도 주목하고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황 대표의 측근 또는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사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28일 동대구역서 열린 ‘문재인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TK 합동집회’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TK 출신 국회의원, 원외당협위원장, 당원 및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서 단식 중이던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추경호, 최교일, 정종섭, 곽상도, 박명재, 김광림, 임이자 의원 등이 황 대표를 보좌했다. 모두 ‘황의 사람들’로 분류된다. 

추 의원은 황 대표가 박근혜정부 국무총리일 때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황 대표와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인 최 의원은 지난달 경북도당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등 황교안 체제에 중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 출신인 정 의원은 지난달 대구시당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검사 출신이자 박근혜정부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을 역임했던 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부부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대여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박 의원을 당 국가정상화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체제의 핵심 위원회인 ‘문정권 경제실정백서 특별위원회’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 발표를 벤치마킹해 발표한 ‘민부론’이 바로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의 결과물이다. 임 의원은 오는 21대 총선에서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3트랙 전략에도
리더십 부재론


이들은 현장서 황 대표와 한목소리를 냈다. 추 의원은 “조국만 끌어내리면 되나? 옆에 있는 사람도 끌어내려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이 두 사람은 (자리서)내려와야 한다. 파면시켜야 한다.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사람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도 “염치없는 사람을 파렴치범이라 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범죄자, 아니면 범법자라 한다”며 “완장 찬 파렴치범들이 이 정부를 끌어가고 있다. 이 정부의 완장부대를 막아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 의원 역시 “자기(조국)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양쪽을 다한다는데 낮에는 자유주의를 하고 밤에는 사회주의를 하는 것 같다”며 “조국은 대한민국에서 장관 할 게 아니라 북한에 가서 편안하게 장관 할 수 있도록 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구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때마침 황 대표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구성했다. ‘총선 물갈이’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조강특위 역시 황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인원은 총 7명으로 원내에선 박맹우 사무총장과 추 의원을 비롯, 이진복‧홍철호‧이은권‧최연혜 의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원외엔 원영섭 조직부총장이 합류했다.

조강특위는 당무감사를 실시한다. 전국 253개 지역구(사고당협 포함)가 대상이다. 이를 통해 각 당협위원장들의 활동 내역을 평가한다. 당협의 조직력과 지역밀착도 등이 평가항목이다. 실적이 나쁜 당협위원장은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다. 


당 대표 주변 얼쩡…
이미 친황계가 장악

최고위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황 대표는 “이번 조강특위 구성은 사고당협부터 점검 후 차츰 그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며 “(당협평가와 관련한) 기준 등은 별도로 위원들이 상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이 3주째에 접어들었다. 원외라는 한계를 안고 시작한 황 대표는 조국 사태 들어 최전선에 나섰다. 집회를 통한 장외투쟁, 민부론을 통한 정책투쟁, 국감을 통한 장내투쟁이라는 ‘3트랙’ 전략을 사용 중이다. 
 

▲ 물만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

그러나 황 대표는 ‘리더십 부재론’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 장관의 도덕성과 일가의 재산 형성 의혹에도 좀처럼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 지지율은 20% 후반서 3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여당 지지층이 중도로 모이고 있지만, 한국당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내에서는 “중도층을 끌어안을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는 푸념마저 들려온다.

전략의 부재도 지적 대상이다.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시작하자 당장 당내서 ‘구시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반복되는 강성 발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당 보좌진들은 온오프라인서 “효과도 미미한 장외집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기어코 당원들을 길거리로 부른다” “자발적으로 모이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어찌됐든
운명공동체

주요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벌어지는 권력 쏠림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진박 감별사’ 논란, ‘친문 쏠림’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3트랙 전략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황 대표는 과연 21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 말까지 리더십 부재론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황의 사람들’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과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의 결기? 객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제대로 독을 품은 듯하다.

황 대표는 지난달 27일 김명연 수석대변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관련 메시지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대독 발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황 대표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조진래 전 경남부지사, 변창훈 전 검사 등 유명을 달리한 인사들을 실명 거론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검찰의 인권침해를 걱정했다면, 고 이재수‧조진래‧변창훈 등의 안타까운 자살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마디라도 했어야 할 것”이라며 “조국 가족에게만 인권이 있고, 고 이재수‧조진래‧변창훈에게는 없다는 말이냐”라고 일갈했다.

입장문을 대독한 김 대변인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적폐 수사로 숱한 인명이 희생될 때는 말 한 마디 없던 문 대통령이 측근인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에만 따로 검찰을 겨냥한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황 대표는 당시 전쟁기념관서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이날 대독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고받은 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입장문을 작성해 대독 발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1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출석했을 때는 “검찰은 나의 목을 치고 거기서 멈추라”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에게는 “여러분들은 당 대표의 뜻에 따랐을 뿐”이라며 “수사기관에 출두하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황 대표는 이날 조사에 출석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나온 황 대표는 취재진과의 자리서 “이 사건은 불법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당서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황 대표는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서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 방해에 가담하거나 주도한 혐의(국회법 위반)로 고발당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한국당 의원 20명에게 10월 1~4일 사이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달리 한국당은 앞서 경찰의 소환 통보에는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바른미래당의 불법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계를 승인하면서 충돌 원인을 제공한 만큼, 문 의장 소환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 의장은 지난달 24일 “사보임계 승인은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졌다”는 취지로 검찰에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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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