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서비스 이마트의 무한변신

‘줄이고 늘리고’ 화끈하게 체질 개선

[일요시사 취재 1팀] 김정수 기자 = 올해 유통가 최대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이마트 적자’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탄탄했던 이마트였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최근 이마트는 실적 개선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기존 사업 재편과 사업 분야 확장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 이마트 본사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99억원. 창사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형마트가 지목됐다. 유통환경 급변으로 발생한 소비자들의 패턴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정용진 결단 
선택과 집중

소비자들은 큰 수고 없이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클릭 몇 번과 터치 몇 번이면 거의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품질 역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기존 대형마트들이 삐걱거리게 된 배경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사실상 이마트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간 야심찬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초라한 성적표와 함께 쓴맛을 봤다. 당장 위기라는 키워드와 함께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정 부회장은 적자 이후에도 여러 시도를 통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부진의 상당 지분을 차지한다. 이마트는 대형마트에 ‘초저가’ 처방을 내렸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 그렇다. 이마트는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제품의 가격을 확 낮췄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겠다는 의중이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후기작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제품군도 크게 늘렸다.


이마트는 사업 재편을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2010년부터 전문점 활성화에 집중했다.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를 중심으로 전문점 브랜드만 1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모든 전문점서 수익이 가시적인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이마트는 ‘경영 효율화’를 내세웠다. 잘 될 것 같은 사업은 확실하게 밀어주고, 비교적 전망이 어두운 사업에는 메스를 댔다. 실제로 최근 몇몇 점포는 문을 닫았다.

이마트는 배송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 유통업계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서 강세였다. 그 사이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가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배송에 있어 후발주자다. 이마트는 새벽 배송에 진입했다.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주문은 크게 늘었다. 최근 이마트는 배송권역을 넓혔다.

첫 적자 이후 실적 개선에 총력
‘초저가’ 국민가격 시리즈 인기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이마트가 방점을 두고있는 사업 중 하나다. 이마트는 지난 8월1일 구매 빈도가 높은 제품들을 초저가에 내놨다. 일반 가격보다 30∼60% 정도 낮은 가격을 365일 상시 유지한다는 계획이었다. 유통업체 간 심화되는 가격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사장은 “상시 초저가 상품은 이마트의 지난 26년간 상품 개발 역량을 총집결한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만든 것으로 국내 유통시장에 초저가 상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측면서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마트는 1차로 비누와 와인, 바디워시 등 30여개 제품을 선별했다. 이마트는 해당 제품들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이마트는 와인이나 비누 등을 평소 매입물량의 수백배로 사들였다. 이마트가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프로젝트를 계획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 2탄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4900원짜리 칠레산 와인은 지난 8월1일∼26일까지 모두 26만병이 판매됐고, 다이알 비누는 같은 기간 동안 15만개가 팔렸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자연히 이마트로 향했다. 이마트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8%가량 늘었고, 같은 카테고리 상품의 매출도 최대 41% 증가했다.

제품군은 더 확장됐다. 이마트는 소비자가 주로 구입하는 제품들 외에도 필수 가전제품을 한 데 모았다. 물티슈와 치약, 칫솔을 비롯해 의류 건조기, 도마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2탄을 통해 물티슈를 700원까지, 프라이팬과 도마는 각각 6900원과 9900원까지 낮췄다. 의류 건조대도 20만원대로 가격을 내렸다. 치약과 칫솔은 유사 상품과 비교했을 때, 70%가량 낮은 2000원대였다.

사업 재편 
그 방향은?

이마트 이갑수 사장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차 상품의 성공을 통해 초저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역량을 총동원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적자를 본 이후에도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계획을 틀지 않았다. 이마트는 오히려 3탄을 내놓았다. 이마트는 지난달 19일 모두 25개의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생수와 소형 김치냉장고, 건전지 등이 대표적이었다. 현재까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제품은 모두 100개를 넘어섰다.

이마트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으로 내놓은 ‘국민워터’는 이른바 ‘국내 생수 빅4’의 합계 판매량마저 넘어섰다. 지난달 25일 이마트에 따르면 같은 달 19∼23일 국민워터 판매량은 동 기간 이마트 생수(2L) 매출 상위 1∼4위 상품들의 합계 판매량보다 30% 더 높았다. 이 기간 국민워터는 41만병 판매됐다. 2L 생수의 전체 판매량 5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마트는 앞으로도 초저가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8월1일부터 시작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이마트 전체 매출에 힘을 더해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의 8월 총매출액은 1조3489억원으로 전월 대비 11.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4.4% 늘어났다.
 

▲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는 2010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16개의 전문점 브랜드를 론칭했다. ▲몰리스펫샵(반려동물 전문 매장) ▲SSG푸드마켓(프리미엄슈퍼마켓) ▲일렉트로마트(가전제품 전문 매장) ▲센텐스(화장품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자체 브랜드 전문점) ▲PK마켓(프리미엄슈퍼마켓) ▲메종티시아(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베이비서클(유아용품 전문관) ▲토이킹덤(장난감 매장) ▲부츠(헬스앤뷰티) ▲하우디(키덜트 전문점) ▲라이프컨테이너(수납용품 전문점) ▲삐에로쇼핑(만물 잡화점) ▲쇼앤텔(남성 편집숍) ▲PK 피코크(간편 가정식) ▲스톤브릭(색조 화장품 브랜드) 등이다.

이마트는 2010년 첫 전문점으로 몰리스펫샵을 열었다. 이후 2012년 SSG푸드마켓, 2015년 일렉트로마트를 소개했다. 2016년에는 센텐스와 노브랜드, PK마켓, 메종티시아, 베이비서클, 토이킹덤 등이 출시됐다. 부츠와 하우디, 라이프컨테이너는 2017년에, 삐에로쇼핑과 쇼엔텔 그리고 PK피코크는 지난해 만들어졌다.

‘정용진 화장품’으로 불리는 스톤브릭은 올해 나왔다.


이마트 전문점 점포수는 모두 385개다. 노브랜드가 220개로 가장 많고, 일렉트로마트와 센텐스가 각각 41개다. 이어 몰리스펫샵이 34개, 부츠 매장이 15개로 그 뒤를 잇는다. 나머지 전문점의 점포수는 한 자릿수다.

이마트는 최근 적자와 관련, 전문점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가 전문점을 손보는 까닭은 지난 적자 당시 전문점 부문서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의 전문점 부문 영업적자는 602억원이었다. 1년 전에 비해 적자가 131억원 늘어났다.

구석구석 
개선작업

이마트는 여러 전문점 중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를 확대할 전망이다.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의 매출은 비교적 쏠쏠한 편이다. 노브랜드는 연간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일렉트로마트 역시 기대된다. 일렉트로마트의 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2% 상승했다. 일렉트로마트는 2030세대와 젊은 남성층을 주 고객으로 한다.

다만 ‘일렉트로마트 매니저 단체 카톡방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매출 하락의 요인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일 대구의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일렉트로마트 강원, 제주, 목포, 대구 등 전국 매니저들의 단체 카카오톡방서 고객 비하, 여성 고객 성희롱, 고객 개인정보 불법공유 등의 대화가 확인된 바 있다.

한편 이마트는 성장세가 불투명한 전문점을 대상으로 파이를 줄이는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이마트는 삐에로쇼핑 서울 논현점과 경기도 의왕점의 문을 닫았다. 부츠 매장 역시 속속 폐점했다. 올해 상반기 부츠 매장은 33개에 달했지만 최근 15개로 절반 넘게 줄었다.
 


이마트는 지난 7월 전문점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마트는 부츠의 경우, 전체 매장의 절반이 넘는 18개를 순차적으로 폐점할 예정이었다. 이마트는 부츠 개점 이후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동종업계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올리브영 등과의 경쟁서 밀려났다. 결국 수익성이 악화된 부츠를 줄이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마트의 ‘전문점 수술’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대형마트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전문점 사업을 계속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배송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데 새벽배송이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이른바 ‘새벽배송 전쟁’에 참전했다. 새벽배송은 주문을 받아 다음 날 이른 아침에 배달해주는 시스템이다.

전문점 수술 돌입
새벽 배송 확대 
수요 창출 안간힘

이마트는 지난해 5월 오후 6시 이전 주문 시 이튿날 오전 6∼9시, 오전 7∼10시에 주문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쓱배송 굿모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존 새벽배송 서비스는 가정간편식과 반찬, 채소 등이 위주였지만 이마트는 온라인몰서 판매하는 5만여개 제품 대부분을 배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는 쓱배송 굿모닝을 시작으로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새벽배송에 시동을 걸었다. 이마트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SSG닷컴은 한강에 인접한 강서·양천·동작·용산·서초·강남·서대문 등 서울지역 10개 구를 사업지역으로 삼았다. 배송 가능 제품은 모두 1만여가지로 식료품부터 육아용품, 반려동물 상품까지 다양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이마트는 순차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SSG닷컴은 배송 권역을 서울 10개 구에서 한 달여 만에 17개구로 늘렸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22개구까지 확대했다. 3개월 만이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시설 측면서 처리 물량은 5000건 이상으로 당장 늘리기 어렵지만, 더 많은 지역서 새벽배송을 이용해볼 수 있도록 확대를 결정했다”며 “올 연말 세 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안정화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1만건까지 배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존 배송 가능 제품은 1만여개 상품서 최대 1만5000여개로 늘었다. 이 중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이 1만300여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식품류 외에도 육아용품과 생활용품 등도 기존 2000여개부터 4700여개까지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마트 새벽배송이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로 ‘알비백’이 언급된다.

알비백은 재사용 에코백으로 최대 9시간까지 보냉력이 유지되고, 휴대성이 용이하다는 평을 받는다.

온라인이 답?
배송으로 승부

최택원 SSG닷컴 영업본부장은 “SSG닷컴 새벽배송은 가성비 높은 생활용품부터 육아용품, 반려동물 용품, 가정간편식은 물론 노브랜드나 피코크와 같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 상품과 프리미엄 식재료까지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보다 많은 고객이 친환경 새벽배송을 이용해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권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이 외에도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최근 이마트는 ‘e홈케어’를 선보였다. 지난달 24일 전국 141개점서 가전제품 분해 청소, 주거 청소, 시공케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마트는 이번 서비스를 확대, 수년 내 매출 50억원 규모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규모 점포 규제 바뀌나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지난달 24일 ‘대규모점포 규제효과와 정책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점포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점포 규제는 지난 2010년 도입된 ‘등록제한’과 ‘영업제한’이 대표적이다.

등록제한은 대형마트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을 막는 것을, 영업제한은 2012년 시작된 의무휴업일 지정과 특정 시간 영업금지를 골자로 한다.

대한상의는 “대규모점포 규제는 과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규제”라며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대규모점포 규제가 시행된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대규모점포 규제가 정착된 2014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섰다. 대규모점포 규제와 전통시장 현대화, 전통시장 상품권 판매 등 지원방안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소매업태별 소매판매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를 언급했다. 과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최대 경쟁자로 꼽혔지만, 최근 소비형태 등의 변화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판매액 비중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온라인쇼핑과 슈퍼마켓이 크게 성장해 판매액 비중 1, 2위를 차지했다고 봤다.

최근 대한상의는 유통 업태별로 약 60개사씩 총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서 ‘가장 위협적인 유통업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형마트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이 43%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역시 대형마트(28.8%)와 함께 온라인쇼핑(27.1%)을 비슷한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대한상의는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업태가 더 이상 대형마트, SSM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각 업태별 경쟁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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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