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히기’ 민평련 대세론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37:35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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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설움 푸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평련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인영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주류 모임으로 올라서더니 광폭 행보를 보이며 ‘대세 굳히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오는 21대 총선을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 ▲(사진 왼쪽부터)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춘숙 의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 중 하나다. 소속 의원들은 모두 ‘김근태계’다. ‘민주화 운동의 전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신을 받들어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임의 주축을 이룬다. 1999년 3월 발족한 ‘국민정치연구회’서 시작됐다. 현재 우원식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그를 포함해 약 30명이 소속돼있다.

뜨는 해

민주당 내에는 수많은 모임이 있다. 계파와 출신, 선수 등을 기준으로 결을 함께하는 의원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부엉이 모임’은 친문이며, ‘더좋은미래’는 초·재선 의원들이 만들었다.

민평련은 그간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서 현재의 당명으로 바뀌고, 문재인·안철수라는 거물이 등장하면서 세가 약해졌다. 반전은 지난 5월에 일어났다. 모임 내 유일한 당권주자라 할 수 있는 이인영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다.

이 원내대표는 민평련이 미는 차기 당 대표 주자다.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전설로 통하는 그는 지난 1988년 재야민족민주운동의 전국조직인 ‘전국민주민족연합’에 들어가 고 김근태 전 의원을 만났다. 이후 정치적 파고를 견딘 이 원내대표는 18대 총선서의 낙선을 뒤로하고, 2010년 전당대회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럼에도 이 원내대표는 좀처럼 당권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서 과반이 넘는 득표를 기록하면서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5번째 당권 도전 끝에 이룬 쾌거였다. 민평련을 비롯해 더좋은미래 등 당내 개혁그룹이 전방위로 힘을 모아 당선에 일조한 덕이었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 이후 민평련은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해 약점으로 지적돼온 ‘정책’ 분야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되는 공부모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당시의 현안을 주제로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는 식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남북경협, 일자리,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미세먼지 등이 그간 주제로 올랐다.

민평련은 이들 모임을 통해 목소리를 키워왔다. 지난 5월 모임서 강연자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자 우원식 의원이 즉각 반박해 논쟁이 붙었다. 지난달 9일에는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변호사를 초청해 ‘일본의 통상보복, 구조와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달 23일에는 ‘주거권 실현을 위한 문재인정부 주거 전략의 과제’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화요 모임’으로 약점 보완해…
이인영·유은혜 등 거물로 성장

각자의 행보도 두드러진다. 민평련은 이 원내대표의 당선을 기점으로 당 요직에 진출하는 등 세를 크게 확장하고 있다. 원내대변인으로 임명된 정춘숙 의원은 ‘뜨는’ 민평련 인사로 분류된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주목받는 민평련 인사인 김정호·제윤경 의원은 원내부대표로 임명됐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들의 세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의 복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민평련의 핵심이다. 유 부총리는 김근태 후원회 사무국장 출신으로 이후 김근태 의원실 보좌관을 거쳐 19·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문제는 복귀 시기다. 곧 있을 개각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기류가 바뀌어 오는 11∼12월까지 교육부에 잔류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 이유를 다양하게 보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후임으로 전현직 대학 총장 2∼3명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지만, 모두 부적격 결론이 났다고 한다. 
 

▲ 고 김근태 전 의원

또 다른 이유는 자사고 논란이다. 교육부는 최근 전북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을 뒤집고, 상산고가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무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산고 외에도 전국에 교육부 동의 절차를 기다리는 자사고는 많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에게 개혁 작업을 완수하라는 사명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사고 문제 등 교육부가 안고 있는 개혁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당분간 ‘유은혜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 부총리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병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연말 복귀설에 힘을 싣는다.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에도 민평련 인사들이 새롭게 진출했다. 국회는 지난 6월 본회의를 열어 이 원내대표를 운영위원장, 이춘석 의원을 기획재정위원장, 전혜숙 의원을 행정안전위원장, 인재근 의원을 여성가족위원장에 각각 선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중 이 원내대표와 인 의원이 민평련 소속이다.

친문은?

그간 비주류의 최대계파로 불렸던 민평련이 당당히 주류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21대 총선서 친문의 입김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영입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부 친문의 입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평련 대모 인재근 누구?

민평련의 실질적 수장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인 의원은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통하는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이다. 

1953년 인천서 태어나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던 그는 이후 노동운동을 하면서 김 전 의원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이 만든 민주화운동청년연합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에서 함께 활동했다.

1987년 두 사람은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인 의원은 김 전 의원이 별세하기 전 3선을 했던 서울 도봉갑의 현역 의원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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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