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라오스 댐 사고’ 그 후 1년…

‘맞다’ ‘아니다’…언제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오는 23일은 라오스 댐 사고가 발생한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비극적 사건이었다. 인재일까. 천재일까. 라오스 정부 측과 SK건설은 팽팽한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 SK건설 라오스댐 붕괴 현장 ⓒSBS

지난해 7월23일(현지시각) ‘세피안·세남노이 본댐’ 주변 보조댐서 문제가 발생, 인근 마을에 홍수가 발생했다.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100여명이 넘는 사상자와 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인재’로 봤다. 반면 SK건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재 vs 재해

지난 2005년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은 라오스 정부와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사업을 추진했다. SK건설은 한국서부발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2012년 해당 사업을 수주했다. 컨소시엄에는 태국업체 RATH와 라오스업체 LHSE도 참여했다. 이들은 합작법인 PNPC를 세운 뒤 2013년 2월 착공에 들어갔다.

사업지분은 SK건설이 26%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서부발전(25%), 태국 RATH(25%), 라오스 LHSE(24%) 순이었다. 총 사업비 10억달러, 공사비 7억1600만달러의 규모였다.

SK건설은 착공과 준공을 담당했다. 공기는 4개월 단축돼 지난 2017년 4월 마무리됐다. 댐은 지난 2월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었다. 운영사는 서부발전으로 27년간 댐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23일(현지시각) 세피안·세남노이 본댐 주변 5개 보조댐 중 1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보조댐은 토사로 채워 만든 흙댐이었다. 흙댐이 무너지면서 7개 마을에 홍수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소식을 접한 SK건설은 현지와 서울 본사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구조 활동 지원 등 대응에 나섰다. 안재현 SK건설 사장과 관계자들은 곧장 라오스 현지로 출국했다.

현지 언론은 댐 사고의 원인을 ‘붕괴’로 봤다. 라오스통신(KPL)은 “보조댐이 붕괴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SK건설은 ‘범람’이라고 주장하면서 ‘평소 3배가 넘는 폭우가 내린 점’ 등을 들었다. 라오스정부는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100여명 사상 마을 수몰 대참사 
시공사 SK건설 여전히 책임 공방

이후 SK건설은 범람서 ‘유실’로 입장을 선회했다. 폭우로 물이 불어났고, 흙댐 상부 일부가 댐 범람 과정서 쓸려나갔다는 것이다. 다만 ‘붕괴’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시 SK건설은 사후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건설은 사고 전날 오후 9시경 보조댐 일부서 유실을 확인, 즉시 라오스 당국에 신고해 댐 하부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SK건설은 장비와 인력을 긴급 투입해 유실 구간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댐 접근 도로 대부분이 끊긴 탓에 복구작업은 원활하지 못했다.
 

▲ 안재현 SK건설

사고 당일 새벽 3시경 세남노이 댐 비상 방류관으로 긴급 방류가 시작됐다. 보조댐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SK건설은 이날 정오경 라오스 주정부에 추가 유실 가능성을 통보했다.

당일 오후 6시 보조댐 상부의 추가 유실이 확인됐고, 24일 새벽 1시30분 마을 침수피해가 접수됐다. 결국 오전 9시30분경 마을이 침수됐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지난해 7월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7월20일 새남노이 저수지 조성을 위해 축조한 5개의 보조댐 중 하나가 폭우로 11cm 침하했다”고 밝혔다. 사고 4일 전 이미 침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SK건설이 설명한 사고 경위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김 사장은 “이틀 뒤 상단부 10곳에 침하가 발생해 복구 장비를 수배했다”며 “23일 오전 11시경 댐 상단부가 1m가량 침하해 합작법인이 정부에 대피 협조를 요청했다. 이장을 통해 주민 대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23일 오후 2시30분경 보수 장비가 현장에 도착해 작업에 착수하려고 했지만, 침하 가속화 기미가 보였고 댐 일부가 유실되기 시작했다”며 “SK건설은 오후 5시까지 인근 주민 대피를 완료했고, 하류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SK건설 등과 함께 사업에 참여한 태국업체는 지난해 7월 “세피안·세남노이 발전소 운영사인 세피안·세남노이 파워 컴퍼니로부터 라오스 참파삭 지구서 건설 중이던 보조댐이 붕괴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캄마니 인티라스 라오스 에너지·광산부장관은 지난해 7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서 사고의 원인으로 ‘규격 미달 공사’와 ‘예상치 못한 규모의 폭우’를 꼽았다. 부실시공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라오스 정부 측은 댐 사고를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규정했다. 또한 피해자 특별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적절한 조처 있었다면…“막을 수 있었다”
경험적인 추론에 불과…“동의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해 10월 ‘라오스 프로젝트 실행계획’이라는 제목의 SK건설 문건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SK건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조기 완공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SK건설 측은 김 의원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기본설계는 밑그림(스케치) 단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설계변경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지난 5월 라오스뉴스통신(KPL)에 따르면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댐 사고에 대한 독립 전문가 위원회 조사 결과 ‘불가항력적 사고로 볼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위원회는 “보조댐에 미세한 관들이 있었고 누수로 인한 내부 침식이 발생했다”며 “기초 지반이 약화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SBS

이어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서 이 같은 현상이 최상부서도 일어나 결국 전체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사고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SK건설은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건설은 안 사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사고 전후 실시한 정밀 지반조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등 과학적, 공학적 근거가 결여돼있다”며 “경험적 추론에 불과한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SK건설은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 차 극명

한편 지난해 2월 시민사회단체(기업인권네트워크·발전대안 피다·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진실의힘·참여연대·피스모모·환경운동연합)가 구성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대응 한국시민사회 태스크포스(TF)’는 참여연대서 현지 조사 보고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고 당시 강수량이 예상치 못한 수준이 아니었고, 사고 직전 비가 멈췄다는 현지 증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SK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와 SK건설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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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