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키맨’ 사생결단 영입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22 09:26:53
  • 호수 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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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 진주? 까보면 짱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 승리의 핵심, 키맨 영입전이 시작됐다. 누구를 ‘총선 키맨’으로 데려오느냐에 따라 선거의 당락이 좌우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당 지도부 입장에선 키맨 영입만큼 효과적인 총선 전략도 없다. <일요시사>는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여야의 키맨 영입전을 집중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공천룰을 가장 빨리 정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일 민주당은 중앙위원회를 열고 현역 의원 전원 경선 및 여성·청년·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강화하는 내용의 21대 총선 공천룰 원안을 최종 확정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여성과 청년, 장애인, 당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출마자에 대한 가산점이 최고 25%로 상향됐다. 정치 신인에 대해서는 공천심사 때 10∼20%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받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신인에게
혜택 가득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이다. 내년 21대 총선에선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예상된다. 이들을 정치 신인으로 볼 수 있느냐가 또 다른 문제다.

어디까지를 ‘신인’으로 봐야 하느냐는 총선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이다. 명함이 주는 무게가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판서 출마 경험은 없지만, 정치 신인이더라도 인지도가 높으면 전현직 의원들의 경계 대상이다.

해외 나간 양정철 왜?
'포스트 심상정’ 찾기


민주당 당헌을 보면 정치 신인서 배제되는 조건은 ▲이전 각급 선거서 후보자로 등록했던 자(당적 불문) ▲당내 경선에 출마했거나 타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했던 자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 등이다.

즉 이 같은 조건에만 해당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직 경험이 많고 인지도가 높아도 정치 신인으로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마한다면, 정치 신인에 해당한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민주당 21대 총선의 키맨이다.

관료 출신들도 민주당 총선의 키맨이다. 문정부의 집권 초기를 책임졌던 1기 장관들이 대상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또 개각 이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총선에 출마할지의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키맨 영입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는 콘셉트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무대서 경쟁력을 입증받은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유수대학 교수와 국제기구 간부, 외국계 기업 출신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9∼12일 중국 베이징을 찾은 데 이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민주당 인재영입을 위해 양 원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글로벌 인재를 탐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이번 방문은 인재영입과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정치 신인들을 파격적으로 우대하는 방식으로 공천룰을 정했다.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이하 혁신특위)는 최근 공천혁신소위원회 등과 논의 끝에 정치 신인에게 5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천룰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스타냐
글로벌이냐

한국당은 인지도가 높은 사회 명망가를 겨냥하고 있다.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지난달 코리안 특급 박찬호 한국야구위원회(KBO) 국제홍보위원과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 등 2000명 남짓의 사회 명망가를 영입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결정이었다.

이런 보도가 나간 후 당시 한국당 관계자는 “분야별 전문가를 포함해 2000여명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상황”이라며 “다만 박찬호 위원 등이 본인 스스로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후 인재영입위는 170여명으로 명단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신인에게 가산점 50%라는 파격안을 내놨는데 이를 반대로 말하면 현역 물갈이를 예고한 것이다. 민주당과 달리 장관급 인사나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정치 신인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친박·영남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혁신특위가 ‘물갈이론’을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 20대 총선 공천 실패 책임론 등도 함께 거론했기 때문이다.
 

▲ (사진 왼쪽부터)이해찬(더불어민주당)·황교안(자유한국당)·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앞서 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20대 총선 공천 후유증 등을 거론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신인에게 50% 가산점이라는 파격안이 나온 것이다. 친박·영남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를 총선 물갈이의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친박·영남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부산 중·영도가 지역구인 김무성 의원은 “지금은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단편적으로 물갈이 기준을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측에서는 공개적인 반발은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물밑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공화당(이하 공화당)으로 당을 옮긴 홍문종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홍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현역 40명 이상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분당 가능성을 안고 있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과 새 지도부를 꾸린 정의당은 아직까지 눈에 띄는 인재영입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천룰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은 가능하다. 당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인재를 키맨으로 들일 가능성이 높다.

호남 두고
격돌 예정

캐스팅보터인 바미당은 청년과 보수를 인재영입의 키워드로 잡을 공산이 크다. 지난 1일 바미당은 당 개혁 방안을 찾기 위해 청년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비록 지난 10일 당대표 재신임 투표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가결해 당내 당권파와의 갈등에 휩싸여 있지만, 당이 청년을 얼마나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바미당은 앞서 지난 6·13지방선거의 주 타깃을 청년과 보수로 잡은 바 있다. 비록 지금은 탈당했지만, 바미당의 ‘6·13지방선거 인재영입 1호’는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외 바미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인 이준석 최고위원, 20대 국회 최연소(86년생)인 김수민 의원은 당을 대표하는 청년들이다. 바미당의 인재 교육 과정인 ‘청년정치학교’ ‘바른토론배틀’ 등도 당의 노선을 잘 보여주는 예다.

공천룰 정하며 인재들 영입 박차
민·한 총력전…다른 당 상황은?


민평당은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 당내 비당권파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를 결성하면서 촉발됐다. 그간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갈등을 벌였던 유성엽 원내대표,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 비당권파는 지난 16일 2시간가량 심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민평당의 키워드는 ‘호남’이다. 이는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에게 해당된다. 당권파는 당의 경쟁력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자강론’을 주장하는데 그 중심에는 호남이 있다. 당권파의 수장인 정 대표는 전북 순창 출생으로 전북 전주병을 지역구로 갖고 있다.

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제3지대론’을 주장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비당권파 역시 호남을 중심에 두고 있다. 연대의 대표를 맡은 유 원내대표는 전북 정읍 출생으로 현재 전북 정읍·고창 지역구 의원이다. 연대의 좌장격인 박 의원은 전남 진도 출생으로 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광주·전남 지역 국회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호남을 대표할 수 있을 역량 있는 인사를 영입해 당의 모든 권한(총선 비례대표·공천권 등을 포함)을 주고 현직 의원들은 모두 2선으로 후퇴하는 등의 결단을 통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승산이 있다. 일종의 신풍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의당은 총선에 맞춰 새로운 지도부를 꾸렸다. 당내 스타 정치인인 심상정 대표가 당선됐다. 2년 만의 복귀다. 심 대표는 최근 국회서 열린 대표단 이·취임식서 “비례정당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확고한 지역 기반을 갖춰야 한다”며 “지역구 당선을 위해 모든 당력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사진 왼쪽부터)정동영(민주평화당)·심상정(정의당)·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

정의당의 키맨 키워드는 지역 경쟁력을 가진 ‘스타’다. 현재 정의당 의석 6석 중 지역구 의원은 심 대표(고양 덕양갑)와 지난 4·3보궐선거 당시 고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서 당선된 여영국 의원(경남 창원성산)뿐이다. 그외 4명은 비례대표다.


정의당의 목표인 수권정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서 현재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원을 배출해야만 한다. 당내에서는 심상정·노회찬을 이을 ‘스타 정치인’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대표 선거 당시 나왔던 ‘심상정만 보이고 정의당은 안 보인다’ ‘어대심’(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이라는 말은 현 정의당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심 대표는 외부서 스타성 있는 인물을 수혈해 외연 확장을 해나가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삭줍기?
인재영입!

공화당의 키워드는 ‘친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에선 영입 인사로 약 50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경북 출신의 박근혜정부 시절 관료를 주요 영입 대상으로 고려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재 영입 성공사례는?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연재영입이다. 당시 안철수계의 집단탈당으로 흔들리던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전 대표와 ‘IT 전문가’ 김병관,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등을 영입, 1당으로 올라섰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도 인재 영입으로 위기를 탈출한 적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파격적으로 40대 정치 신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큰 효과를 봤다. 나경원·유승민·이혜훈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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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