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리는 서연그룹의 민낯

대기업 그늘서 못된 짓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서연그룹 관계사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보고서에 ‘주의’ 의견을 냈다. 감사보고서 이용자는 특수관계자 거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 해당 관계사의 내부거래가 90%를 넘은 탓이 컸다. 서연그룹은 이외에도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관련,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
 

▲ 유양석 서연그룹 회장

서연그룹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창업주는 고 유희춘 전 명예회장. 유 전 명예회장은 ‘자동차 산업 1세대’로 꼽힌다. 그는 대한모방과 현대건설 등에서 샐러리맨을 지냈다. 이후 고교 동창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권유로 자동차 부품업을 시작했다.

정세영 명예회장
권유로 사업 시작

유 전 명예회장은 한일이화를 인수, 지난 1977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회사는 현대자동차 등 주요 자동차 회사의 협력업체로 지정되면서 성장했다. 유 전 명예회장은 지난 2009년 장남 유양석 회장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넘긴 뒤, 2012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유 전 명예회장은 2017년 12월 말 세상을 떠났다.

서연그룹 오너 일가에는 유 회장을 비롯해 유 전 명예회장의 부인 박보애 여사, 장녀 유경내 전 서연탑메탈 대표, 차녀 유수경씨가 있다. 차녀 유씨의 남편은 구자겸 NVH코리아 회장이다.

서연그룹은 지난 2014년 7월 인적분할과 함께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서연그룹의 전신 한일이화는 분할절차를 밟아 존속회사 ‘서연’과 신설회사 ‘한일이화’로 나뉘었다.


서연은 투자사업 부문을 맡았다. 서연은 반기보고서(2014년 6월)를 통해 “한일이화서 서연으로 상호를 변경했다”며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주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이화는 자동차 부품 제조 부문을 도맡았다. 한일이화는 분기보고서(2014년 9월)에 “자동차 부품 전문 생산업체로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생산 부품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한일이화는 2016년 1월 상호를 ‘서연이화’로 변경했다.

자동차 부품 그룹, 50여개 계열사 
관계사 매출 90% 내부거래로 올려 

지주회사 서연의 최대주주는 유 회장(44.44%)이다. 이어 박 여사(0.34%), 유 전 대표(1.02%), 유씨(0.16%), 유수빈양(0.10%) 순이다. 유양은 유 회장의 막내딸로 2007년생이다.

서연그룹은 56개 계열사를 자랑하는 중견그룹이다. 서연그룹은 지주회사 서연을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들이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중 국내 10개 계열사는 ▲서연이화 ▲서연오토비전 ▲서연인더스트리 ▲서연전자 ▲우창정기 ▲신창코넥타 ▲서연탑메탈 ▲서연인테크 ▲서연씨엔에프 ▲지산소프트 등이다.

서연이화의 최대주주는 서연(48.70%)이다. 유 회장(5.45%)과 유 전 대표(1.76%), 박 여사(0.65%), 유씨(0.30%), 유양(0.19%)이 그 뒤를 잇는다. 서연이화의 종속기업은 서연오토비전과 서연인더스트리다. 서연오토비전과 서연인더스트리는 자동차 부품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 시무식 갖는 서연그룹

서연전자의 최대주주 역시 서연(50.12%)이다. 서연전자는 자동차 부품(스마트 키 등)과 마그네슘 부품(전자제품의 케이스류 등), 각종 금형 및 설비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서연전자의 종속기업은 우창정기다. 우창정기는 자동차 부품 제조와 도소매 사업을 하고 있다.


서연전자는 신창코넥타를 지분 50%로 일본 기업 2곳(40%, 10%)과 공동지배하고 있다. 신창코넥타는 에어백 등 자동차용 전장부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서연탑메탈의 최대주주도 서연(37.50%)이다. 이어 유 전 대표(9.84%), 유씨(2.69%), 최원재 서연탑메탈 대표(1.41%) 순이다. 최 대표는 친인척으로 분류된다. 서연탑메탈은 자동차금형과 굴삭기 부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분야별 포진

서연인테크의 최대주주 역시 서연(84.00%)이다. 뒤이어 유 씨(13.1%), 재단법인 천정(2.6%), 소액주주(0.3%) 순이다. 천정은 유 전 명예회장이 설립한 사회복지 공익재단이다. 서연인테크는 차량시트 등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서연씨엔에프는 서연의 종속회사로 우레탄발포 전문 기업으로 언급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지산소프트는 서연이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해외 46개 계열사는 중국, 인도, 미국, 멕시코, 폴란드, 브라질,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네덜란드 등 해외 각지에 분포해 있다.

서연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 경제개혁연구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았다. 연구소는 ▲서연 ▲서연인테크 ▲서연씨엔에프를 지목했다. 연구소는 이들이 ‘지배주주 등이 직간접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점’을 들어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로 봤다.

연구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례분석 3호’에 따르면 서연(오너일가 지분 46.06%)의 4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85.99%였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서연의 내부거래 비중은 95.16%, 82.95%, 83.70%, 82.14%였다.

연구소는 2014년 이후 내부거래 비중을 계산했다. 서연이 2014년 회사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내부거래 매출액서 배당금을 제외했다.

연구소는 “서연이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액 내역을 구분 공시하지 않았다”며 “내부거래 매출액서 회사의 매출액에 포함된 배당금을 제외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내부거래 매출액 대비 서연이화 및 서연전자에 대한 매출은 15억원 중 12억원, 51억원 중 44억원, 86억원 중 83억원, 102억원 중 97억원이었다.

연구소는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은 주로 서연이화와 서연전자에 대한 매출”이라며 “이들 회사에 대한 매출이 내부거래 매출의 90%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서연전자

서연인테크는 서연(84.00%)과 유씨(13.10%) 등이 주주로 있으며 이들 지배주주 등은 직간접적으로 서연인테크의 지분 54.69%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소는 2014년을 기준으로 특수관계자 매출을 구분했는데 “2014년 분할 이후 서연인테크와 서연이화와의 거래는 내부거래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서연인테크의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매출은 39.88%(431억원/1082억원), 46.48%(442억원/951억원), 51.93%(526억원/1013억원), 59.29%(496억원/837억원)이었다. 평균은 49.4%다.

연구소는 “서연인테크와 서연이화 모두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회사로 회사기회유용으로 볼 수 있다. 서연인테크는 서연의 자회사였지만 서연이 분할되면서 사업회사인 서연이화가 설립되고, 서연인테크는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것”이라며 회사기회유용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연씨엔에프는 서연의 종속기업이다. 연구소는 서연씨엔에프의 설립일(2016년 12월)을 감안해 일감 몰아주기 관련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을 2017년 기준으로 판단했다.

서연씨엔에프는 1383억원의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이 549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39.70%였다.

연구소는 “서연씨엔에프는 자동차 내장재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며 “서연인테크와 같이 회사기회유용으로 볼 수 있지만, 서연씨엔에프는 서연이화가 인적분할되면서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기회유용 목적이 아닌 회사분할에 따른 자회사 정리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연인테크와 서연씨엔에프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에도 절반 이상을 넘었다. 서연인테크는 지난해 총매출 835억원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이 462억원에 달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55.35%다. 서연씨엔에프 역시 지난해 총매출 1687억원 가운데 843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나왔다. 비중은 49.9%였다.

기생하는 자회사
오너 일가 지분

서연인테크와 서연씨엔에프는 현재까지도 오너 일가 영향력 내에 있다. 서연인테크와 서연씨엔에프는 최대주주로 모두 서연을 두고 있다. 서연은 이들에 대해 각각 84.0%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서연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모두 46.06%다. 서연그룹 계열사의 내부거래 중 신창코넥타가 돋보인다.

신창코넥타는 서연전자를 비롯해 일본계 기업 고하전기공업(FURUKAWA ELECTRIC CO.,LTD.)과 동해이화(TOKAI RIKA CO.,LTD.)가 공동지배하는 기업이다. 서연전자가 50%, 고하전기공업이 40%, 동해이화가 10%의 지분이 있다.
 

▲ 신창코넥타

신창코넥타는 1994년 12월 설립됐고 본사는 충남 천안시다. 신창코넥타는 자동차용 전장부품 제조 및 판매를 영위하고 있다. 신창코넥타의 종속기업은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다. 신창코넥타의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에 대한 지분율과 의결권 비율은 모두 100%다.

신창코넥타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중국 생산 기지 대응을 위해 진출했다. 신창코넥타는 지난 2005년 7월15일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와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 제품 타입별로 매출액의 4%, 4.5%, 5%의 로열티를 분기별로 지급받고 있다. 또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에 기술자 파견 시 1인당 1일 300달러를 지급받고 있다.

신창코넥타는 지난 2009년 12월31일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와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 제품 매출액의 5%의 로열티를 분기별로 지급받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일감 몰아주기 수혜 지적
회계법인, 특수관계자 거래 ‘주의’ 강조

신창코넥타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총 657억원이었다. 신창코넥타는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6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창코넥타의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92.8%였다.

세부적으로 ‘공동지배기업’인 서연전자로부터 505억원, ‘종속기업’인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로부터 1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창코넥타는 이 외에도 ‘그밖의 특수관계자’인 우창정기와 TOKAI RIKA CREATE CORPORATION을 통해 각각 3억원, 241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부거래 매출은 서연전자와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창코넥타에 대한 두 회사의 내부거래 매출 합은 607억원이었다. 99.3%에 달하는 비율이다.

서연전자와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는 감사보고서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다. 신창코넥타의 지난해 감사보고서 중 ‘주석 30 부문별 정보’에 따르면 이들은 ‘매출액 10% 이상을 차지하는 외부 고객’으로 적시됐다. 서연전자는 ‘고객 1’로,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는 ‘고객 2’로 표기됐고, 각각의 당기 매출액(505억원, 101억원)이 명시됐다.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의 강조 사항에 이들의 내부거래에 대해 주의를 언급했다. 삼화회계법인은 “신창코넥타 감사보고서 이용자는 특수관계자 거래에 주의를 기울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주석에 기술돼있는 바와 같이 신창코넥타는 지난해 특수관계자인 서연전자 등에 매출과 매입이 각각 610억원, 33억원이 있고,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채권과 채무가 각각 259억원, 12억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 후에도
계속 거래 중

신창코넥타의 전체 매출액 대비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한 매출액 비중은 꾸준히 높았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전체의 90.6%(681억원/617억원), 85.3%(629억원/537억원)였다. 신창코넥타의 2016년과 2017년 채권 및 채무는 181억원과 14억원, 209억원과 13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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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