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리는 서연그룹의 민낯

대기업 그늘서 못된 짓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서연그룹 관계사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보고서에 ‘주의’ 의견을 냈다. 감사보고서 이용자는 특수관계자 거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 해당 관계사의 내부거래가 90%를 넘은 탓이 컸다. 서연그룹은 이외에도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관련,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
 

▲ 유양석 서연그룹 회장

서연그룹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창업주는 고 유희춘 전 명예회장. 유 전 명예회장은 ‘자동차 산업 1세대’로 꼽힌다. 그는 대한모방과 현대건설 등에서 샐러리맨을 지냈다. 이후 고교 동창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권유로 자동차 부품업을 시작했다.

정세영 명예회장
권유로 사업 시작

유 전 명예회장은 한일이화를 인수, 지난 1977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회사는 현대자동차 등 주요 자동차 회사의 협력업체로 지정되면서 성장했다. 유 전 명예회장은 지난 2009년 장남 유양석 회장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넘긴 뒤, 2012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유 전 명예회장은 2017년 12월 말 세상을 떠났다.

서연그룹 오너 일가에는 유 회장을 비롯해 유 전 명예회장의 부인 박보애 여사, 장녀 유경내 전 서연탑메탈 대표, 차녀 유수경씨가 있다. 차녀 유씨의 남편은 구자겸 NVH코리아 회장이다.

서연그룹은 지난 2014년 7월 인적분할과 함께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서연그룹의 전신 한일이화는 분할절차를 밟아 존속회사 ‘서연’과 신설회사 ‘한일이화’로 나뉘었다.


서연은 투자사업 부문을 맡았다. 서연은 반기보고서(2014년 6월)를 통해 “한일이화서 서연으로 상호를 변경했다”며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주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이화는 자동차 부품 제조 부문을 도맡았다. 한일이화는 분기보고서(2014년 9월)에 “자동차 부품 전문 생산업체로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생산 부품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한일이화는 2016년 1월 상호를 ‘서연이화’로 변경했다.

자동차 부품 그룹, 50여개 계열사 
관계사 매출 90% 내부거래로 올려 

지주회사 서연의 최대주주는 유 회장(44.44%)이다. 이어 박 여사(0.34%), 유 전 대표(1.02%), 유씨(0.16%), 유수빈양(0.10%) 순이다. 유양은 유 회장의 막내딸로 2007년생이다.

서연그룹은 56개 계열사를 자랑하는 중견그룹이다. 서연그룹은 지주회사 서연을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들이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중 국내 10개 계열사는 ▲서연이화 ▲서연오토비전 ▲서연인더스트리 ▲서연전자 ▲우창정기 ▲신창코넥타 ▲서연탑메탈 ▲서연인테크 ▲서연씨엔에프 ▲지산소프트 등이다.

서연이화의 최대주주는 서연(48.70%)이다. 유 회장(5.45%)과 유 전 대표(1.76%), 박 여사(0.65%), 유씨(0.30%), 유양(0.19%)이 그 뒤를 잇는다. 서연이화의 종속기업은 서연오토비전과 서연인더스트리다. 서연오토비전과 서연인더스트리는 자동차 부품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 시무식 갖는 서연그룹

서연전자의 최대주주 역시 서연(50.12%)이다. 서연전자는 자동차 부품(스마트 키 등)과 마그네슘 부품(전자제품의 케이스류 등), 각종 금형 및 설비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서연전자의 종속기업은 우창정기다. 우창정기는 자동차 부품 제조와 도소매 사업을 하고 있다.


서연전자는 신창코넥타를 지분 50%로 일본 기업 2곳(40%, 10%)과 공동지배하고 있다. 신창코넥타는 에어백 등 자동차용 전장부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서연탑메탈의 최대주주도 서연(37.50%)이다. 이어 유 전 대표(9.84%), 유씨(2.69%), 최원재 서연탑메탈 대표(1.41%) 순이다. 최 대표는 친인척으로 분류된다. 서연탑메탈은 자동차금형과 굴삭기 부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분야별 포진

서연인테크의 최대주주 역시 서연(84.00%)이다. 뒤이어 유 씨(13.1%), 재단법인 천정(2.6%), 소액주주(0.3%) 순이다. 천정은 유 전 명예회장이 설립한 사회복지 공익재단이다. 서연인테크는 차량시트 등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서연씨엔에프는 서연의 종속회사로 우레탄발포 전문 기업으로 언급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지산소프트는 서연이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해외 46개 계열사는 중국, 인도, 미국, 멕시코, 폴란드, 브라질,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네덜란드 등 해외 각지에 분포해 있다.

서연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 경제개혁연구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았다. 연구소는 ▲서연 ▲서연인테크 ▲서연씨엔에프를 지목했다. 연구소는 이들이 ‘지배주주 등이 직간접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점’을 들어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로 봤다.

연구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례분석 3호’에 따르면 서연(오너일가 지분 46.06%)의 4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85.99%였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서연의 내부거래 비중은 95.16%, 82.95%, 83.70%, 82.14%였다.

연구소는 2014년 이후 내부거래 비중을 계산했다. 서연이 2014년 회사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내부거래 매출액서 배당금을 제외했다.

연구소는 “서연이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액 내역을 구분 공시하지 않았다”며 “내부거래 매출액서 회사의 매출액에 포함된 배당금을 제외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내부거래 매출액 대비 서연이화 및 서연전자에 대한 매출은 15억원 중 12억원, 51억원 중 44억원, 86억원 중 83억원, 102억원 중 97억원이었다.

연구소는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은 주로 서연이화와 서연전자에 대한 매출”이라며 “이들 회사에 대한 매출이 내부거래 매출의 90%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서연전자

서연인테크는 서연(84.00%)과 유씨(13.10%) 등이 주주로 있으며 이들 지배주주 등은 직간접적으로 서연인테크의 지분 54.69%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소는 2014년을 기준으로 특수관계자 매출을 구분했는데 “2014년 분할 이후 서연인테크와 서연이화와의 거래는 내부거래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서연인테크의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매출은 39.88%(431억원/1082억원), 46.48%(442억원/951억원), 51.93%(526억원/1013억원), 59.29%(496억원/837억원)이었다. 평균은 49.4%다.

연구소는 “서연인테크와 서연이화 모두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회사로 회사기회유용으로 볼 수 있다. 서연인테크는 서연의 자회사였지만 서연이 분할되면서 사업회사인 서연이화가 설립되고, 서연인테크는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것”이라며 회사기회유용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연씨엔에프는 서연의 종속기업이다. 연구소는 서연씨엔에프의 설립일(2016년 12월)을 감안해 일감 몰아주기 관련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을 2017년 기준으로 판단했다.

서연씨엔에프는 1383억원의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이 549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39.70%였다.

연구소는 “서연씨엔에프는 자동차 내장재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며 “서연인테크와 같이 회사기회유용으로 볼 수 있지만, 서연씨엔에프는 서연이화가 인적분할되면서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기회유용 목적이 아닌 회사분할에 따른 자회사 정리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연인테크와 서연씨엔에프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에도 절반 이상을 넘었다. 서연인테크는 지난해 총매출 835억원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이 462억원에 달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55.35%다. 서연씨엔에프 역시 지난해 총매출 1687억원 가운데 843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나왔다. 비중은 49.9%였다.

기생하는 자회사
오너 일가 지분

서연인테크와 서연씨엔에프는 현재까지도 오너 일가 영향력 내에 있다. 서연인테크와 서연씨엔에프는 최대주주로 모두 서연을 두고 있다. 서연은 이들에 대해 각각 84.0%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서연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모두 46.06%다. 서연그룹 계열사의 내부거래 중 신창코넥타가 돋보인다.

신창코넥타는 서연전자를 비롯해 일본계 기업 고하전기공업(FURUKAWA ELECTRIC CO.,LTD.)과 동해이화(TOKAI RIKA CO.,LTD.)가 공동지배하는 기업이다. 서연전자가 50%, 고하전기공업이 40%, 동해이화가 10%의 지분이 있다.
 

▲ 신창코넥타

신창코넥타는 1994년 12월 설립됐고 본사는 충남 천안시다. 신창코넥타는 자동차용 전장부품 제조 및 판매를 영위하고 있다. 신창코넥타의 종속기업은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다. 신창코넥타의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에 대한 지분율과 의결권 비율은 모두 100%다.

신창코넥타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중국 생산 기지 대응을 위해 진출했다. 신창코넥타는 지난 2005년 7월15일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와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 제품 타입별로 매출액의 4%, 4.5%, 5%의 로열티를 분기별로 지급받고 있다. 또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에 기술자 파견 시 1인당 1일 300달러를 지급받고 있다.

신창코넥타는 지난 2009년 12월31일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와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 제품 매출액의 5%의 로열티를 분기별로 지급받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일감 몰아주기 수혜 지적
회계법인, 특수관계자 거래 ‘주의’ 강조

신창코넥타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총 657억원이었다. 신창코넥타는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6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창코넥타의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92.8%였다.

세부적으로 ‘공동지배기업’인 서연전자로부터 505억원, ‘종속기업’인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로부터 1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창코넥타는 이 외에도 ‘그밖의 특수관계자’인 우창정기와 TOKAI RIKA CREATE CORPORATION을 통해 각각 3억원, 241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부거래 매출은 서연전자와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창코넥타에 대한 두 회사의 내부거래 매출 합은 607억원이었다. 99.3%에 달하는 비율이다.

서연전자와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는 감사보고서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다. 신창코넥타의 지난해 감사보고서 중 ‘주석 30 부문별 정보’에 따르면 이들은 ‘매출액 10% 이상을 차지하는 외부 고객’으로 적시됐다. 서연전자는 ‘고객 1’로, 가흥화창전장유한공사는 ‘고객 2’로 표기됐고, 각각의 당기 매출액(505억원, 101억원)이 명시됐다.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의 강조 사항에 이들의 내부거래에 대해 주의를 언급했다. 삼화회계법인은 “신창코넥타 감사보고서 이용자는 특수관계자 거래에 주의를 기울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주석에 기술돼있는 바와 같이 신창코넥타는 지난해 특수관계자인 서연전자 등에 매출과 매입이 각각 610억원, 33억원이 있고,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채권과 채무가 각각 259억원, 12억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 후에도
계속 거래 중

신창코넥타의 전체 매출액 대비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한 매출액 비중은 꾸준히 높았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전체의 90.6%(681억원/617억원), 85.3%(629억원/537억원)였다. 신창코넥타의 2016년과 2017년 채권 및 채무는 181억원과 14억원, 209억원과 13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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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