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 각 세우는’ 민주당 의원들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10:06:08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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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총선모드? 샅바싸움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1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어서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서 반기의 조짐이 새나온다. 주로 이해가 상충되는 지역구 의원들 사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그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왜 불만이 나오는지를 집중 해부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5월 가진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서 “무조건 그 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노동계의 생각은 다르다. 최저임금위원회 소속 노동자위원들은 지난 2일 자신들의 첫 요구안으로 시급 1만원을 제시했다.

당 내부서
불만 고조

최저임금위는 공전 상태다. 지난 3일 위원회는 노사 양측의 요구안을 갖고 밤샘 논의를 거쳤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동계의 시급 1만원과 경영계의 8000원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촛불정부’를 자부하는 지금의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는 데 노동계의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박근혜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일각에선 노동계가 문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을 ‘촛불청구서’라 부른다.

그러나 당내 사정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의원들이 있다. 그들은 ‘최저임금 동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주로 당내 경제통 의원들과 비문계 인사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당내 경제통이자 당대표 경제특보를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은 거듭 최저임금 동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그는 “지난 1분기 성장률의 내용을 보면 민간 부문의 성장률이 0.1%고 정부 부문이 마이너스 0.6%”라며 “민간 부문 0.1%는 상당히 위험한 신호”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저임금 동결론에 당내 상당수 의원이 함께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최근 이 같은 의견을 이해찬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대 노조의 반발을 예상해 민주당 지도부가 실제로 최저임금 동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표 떨어질라” 당내 총선 위기론↑
최(저임금)·신(공항)·자(사고) 암초

비문(비 문재인)계서도 최저임금 동결론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문계 중진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은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근로장려세제와 주거비, 사교육비 완화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근로자의 실질적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당내 대표적 비문계로 알려진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에 관한 입장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기 때문에 똑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3월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서 “내년 경제 상황이 (최저임금을)동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지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선 최저임금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권자의 상당수가 지역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사무실로부터 자영업자들의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최저임금까지 인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자영업자들을 달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러다가 총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비문·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장관이 이 문제를 국무총리실서 재검토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지역구 의원
위기감 느껴

앞서 김 장관은 이 같은 결정을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부울경 광역단체장을 만나 합의했다. 김해신공항 검증 논의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한다는 내용이었다. 

대구경북과 부울경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부울경에선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가덕도신공항 입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3년 전 합의로 간신히 잠잠해졌던 지역 갈등 문제가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민주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둔 김부겸 의원은 “5개 지방자치단체의 합의로 이뤄진 만큼 그 합의의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3개 지자체서 이야기한다고 바로 이렇게 해도 되느냐”며 “총리실서 철저히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표적 비문계 인사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구 북구을을 지역구로 둔 홍의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정신은 어디로 갔느냐”며 “최소한 5개 단체장이 다시 만나는 형식적 절차라도 있어야 말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구미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권 의원 역시 “5개 단체장이 합의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총리실서도 재검토 과정서 5개 단체장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북 지역 야당 인사들도 거들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긴급 공동발표문을 통해 “그동안 국토부는 수차례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며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의 재검토를 받아들인다면, 영남권을 또 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 장관은 수습에 나섰다.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문제를 제기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지, 기존 김해신공항 건설 추진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김 장관은 “부울경서 제기한 안전, 소음, 관문공항의 확장성 등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지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입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입지를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건너
불 보듯?


이 같은 수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구경북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안 그래도 험지서 한국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인데 신공항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 정권이 정치적으로 ‘TK(대구경북) 패싱’을 선택했다는 말이 들려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에선 김해신공항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만, 새롭게 들여다봐서 만약 부적합 판정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나”라며 “안 그래도 부산 민심이 흉흉하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때도 김해신공항을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국에 가서는 가덕도신공항으로 변경될 것이라 내다봤다.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문제도 민주당 내 반발이 심하다. 최근 전북교육청이 전주 상산고 등의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의 불씨가 당겨졌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북 출신의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이번 상산고 재지정 취소 과정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전북교육청이 재지정보다 취소 쪽에 무게를 두고 행정 절차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북교육청은 상산고 평가 기준을 다른 지역 기준점(70점)보다 높은 80점으로 잡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서 “하나고(서울)를 제외하면 모두 미달이다. 거의가 그렇다는 것은 기준이 문제라는 뜻 아니냐”며 “전북교육청이 기준점을 80점으로 올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같은 자리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향해 “일반고와 자사고의 평가 기준을 같이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일반고를 평가했더니 70점이 넘기 때문에 80점으로 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TK 패싱’에 부글부글
자영업자 항의 이어져

자사고 폐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자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특목고와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발 기능을 폐지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때문에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이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최근 국회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문정부는 대통령 한마디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지난 정부와 다르다”며 “교육정책은 대통령 한마디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평가와 여론 등을 반영해 추진되고 있다”고 일각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상산고 지정 취소(폐지) 동의 여부는 교육부 권한이며,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의사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중진들이 공개 반발하면서 청와대 기류도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자사고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주 서울 지역 자사고 13곳에 대한 평가 결과가 예정돼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22곳 자사고 학부모들 모임인 ‘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는 지난 3일 ‘자사고 폐지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새는
전북·TK

정치권에선 자사고 폐지 문제가 결국 정치적 논리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의 수보다 일반고의 수가 많기 때문에 문정부의 자사고 폐지 노선이 선거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실제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도 있지만, 이를 찬성하는 측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교육단체 28개 단체가 참여하는 ‘상산고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전북도민대책위’는 최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를 선언하고 교육 자치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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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