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태영그룹 2세 경영이 100일을 맞는다. 윤석민 태영 회장은 부친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윤 회장의 100일은 순탄치 않았다. 취임 이후 불붙은 ‘고발전’이 결정적이었다. 그룹에 대한 사업적 관심이 빛바랠 정도다. 벌써부터 ‘오너리스크’가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지난 3월25일 태영그룹의 회장이 교체됐다. 윤석민 태영 부회장은 창업주 윤세영 태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었다. 윤 명예회장은 태영을 국내 도급순위(지난해 기준) 14위 건설사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태영은 주력산업인 건설을 기반으로 방송·리조트·환경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윤 회장이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태영은 2세 경영 궤도에 올랐다.
기대와 우려
윤 회장을 향한 기대는 곧 우려로 바뀌었다. 윤 회장은 취임 첫날부터 흔들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이날 오전 긴급성명을 통해 “윤 회장은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SBS 노조는 “2·20합의를 통해 노조와 사측, 그리고 대주주가 수익유출을 둘러싼 10년 갈등을 끝내고 SBS 정상화를 위해 합의했지만, 윤 회장에 의해 SBS 경영 독립이 심각하게 침탈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BS의 최대주주는 SBS미디어홀딩스(36.92%)다.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태영건설(61.22%)이다. 태영건설의 최대주주는 윤 회장(26.23%)으로 SBS가 윤 회장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노조와 사측 등 관계자들은 지난 2월20일 ‘SBS 콘텐츠허브’의 경영권과 유통기능, 자산 등을 SBS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콘텐츠허브는 SBS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SBS의 콘텐츠를 유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콘텐츠허브는 2·20합의로 SBS의 자회사가 됐다. 그러나 노조는 “최근 사내 곳곳서 유통기능과 자산 환수가 완료되기 전 ‘드라마 제작기능’과 ‘유통기능’을 SBS 외곽에서 합병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와 팽팽한 신경전…결국 고발로
계속되는 논란과 의혹들, 그 끝은?
사측은 드라마 제작기능을 ‘더스토리웍스’(SBS 드라마 제작 자회사)로 이관하려는 상황서 SBS드라마본부장이자 더스토리웍스의 사장을 콘텐츠허브 사장에 기용했다. 기능 분리가 예고된 자회사(더스토리웍스)와 기능 흡수가 예정된 자회사(콘텐츠허브)에 같은 사람을 임명한 셈이다.
노조는 콘텐츠허브의 이사진을 대주주가 장악한 점도 꼬집었다. 노조는 “콘텐츠허브 이사진 구성과 사장 선임은 윤 회장이 2·20합의에 담긴 SBS의 구조 개혁 방안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회사의 조직을 끌고 가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지적했다.
갈등은 고발전으로 번졌다. 노조는 윤 회장을 세 차례 고발했다. 노조는 지난 4월 윤 회장을 비롯해 태영건설과 SBS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공정거래법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콘텐츠허브가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회사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같은 달 윤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태영건설이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SBS미디어홀딩스를 통해 빼갔고, 이를 다시 주주 배당해 윤 회장에게 부당이득을 안겨줬다는 주장이다.
또 노조는 지난 5월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과 함께 윤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을 배임, 공정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 회장과 SK그룹 3세 최영근씨가 설립한 급식위탁업체 ‘후니드’에 SBS 용역 업무를 몰아주고, SBS케이블 채널 제작을 독점했다는 것이다.
윤 회장과 노조 측의 갈등은 예고됐던 바다. 지난 2017년 윤 명예회장이 SBS 간부들에게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폭로가 나왔다. ‘소유-경영 분리’ 논쟁에 불이 붙은 것도 이때다.
윤 명예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를 선언, SBS 회장직을 내려놨다. 윤 회장도 SBS 이사회 의장·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SBS콘텐츠허브·SBS플러스 이사회 의장서 물러났지만, SBS미디어홀딩스 비상무이사의 직위는 유지했다. 윤 회장과 SBS 노조가 팽팽하게 맞서는 배경 중 하나다.
윤 회장의 경영과제를 살펴보면 환경산업이 주목된다. 태영은 지난 4월 ‘신성장동력’으로 환경산업을 지목했다. 태영건설의 자회사 TSK코퍼레이션은 이날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TSK코퍼레이션은 ‘2020 상장’과 ‘2025 기업가치 3조원’을 내걸었다.
윤 회장은 축사를 통해 “환경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세계 최고의 환경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08년 태영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를 당시에도 환경사업을 언급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 미래 신성장동력인 물산업과 신재생에너지사업, 해외사업, 레저사업을 통해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건설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업은?
TSK코퍼레이션은 지난 2004년부터 하수종말처리시설, 폐기물 에너지사업, 토양정화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이른바 ‘신먹거리’ 확보에 전념하는 상황서 이제 막 태영을 이끌게 된 윤 회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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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회장은?]
윤 회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 휘문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윤 회장은 동 대학원서 화학공학과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윤 회장은 지난 1988년 태영 기획담당이사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그는 서울방송 기획조정실장 이사대우, 서울방송 경영심의실장 이사대우, 서울방송 기획편성본부장 이사대우, 태영 회장특별보좌역 상무이사를 거쳤다.
2000년 SBSi 대표이사 사장을, 2004년 3월에는 태영건설과 태영인더스트리 사장을 맡은 뒤 SBSi 이사회 의장과 SBSi 이사회의장 부회장을 거쳤다. 이후 2008년 태영건설과 태영인더스트리의 부회장이 됐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을 지냈다.
윤 회장은 2013년 제19대 대한스키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7개월 만에 사퇴했고, 2016년 SBS미디어그룹 부회장과 SBS·SBS콘텐츠허브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