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스카이라인이 올라간다

강남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의 주무대인 ‘강남’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신규 강남 아파트의 분양가가 인근 시세를 따라잡으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만큼 투자매력도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카이라인을 형성 중인 청량리나 여의도, 서울의 대표적인 저평가 지역인 구로구 등은 개발호재가 집중된 지역이다. 높은 미래가치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강남에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강남을 벗어나 서울지역 스카인 라인 형성 지역이나 저평가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청량리

먼저 청량리 일대는 향후 초고층 빌딩숲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청량리역 바로 옆에는 65층짜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 -L65’ 주상복합 빌딩이 올라가며, 과거 동대문구 동부청과시장 자리에는 최고 59층, 192m 높이의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가 들어선다. 그 옆으로 40층짜리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가 조성되면서 일대 스카이라인은 확 바뀔 전망이다.

2026년에는 청량리역사에 GTX-C노선이 개통될 계획이다. 현재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분당선·경춘선·경의중앙선·KTX 강릉선·ITX청춘이 지나는데, 여기에 강북횡단선·면목선·GTX-C노선 등이 새로 깔려 교차하게 된다. GTX-C노선이 개통되면 강남 삼성역까지 1개 정거장이다. 추진 중인 GTX-B노선까지 확정되면 청량리역은 서울역, 삼성역과 더불어 ‘GTX 환승역’이 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청약 성적으로 드러났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보면, 효성이 지난달 청약을 받은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117가구 모집에 3636건이 접수돼 평균 31.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피스텔도 평균 40.5대 1의 경쟁률로 전실이 빠르게 마감됐다. 또 한양이 선보인 ‘청량리 한양수자인 192’는 사전 무순위 청약에서 1만4000여명이 몰렸으며, 1순위 청약에서도 4.64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롯데건설은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4구역 재개발을 통해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을 6월 중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지하 8층~지상 최고 65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4개 동으로 이뤄졌다. 전용면적은 84~117㎡. 총 1425가구 중 1263가구를 일반분양한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바로 높이다. 이 단지는 강북권에서 가장 높은 최고 65층 높이로 지어진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동부청과시장, 청량리3·7구역에도 고층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만큼 업계에서는 청량리역 일대가 강북권의 신층 부촌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 밀집지로 새롭게 변모할 청량리역 일대에서도 가장 높아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속도를 내고 있는 대규모 교통 호재도 청량리는 물론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지난해 12월 사업이 확정된 GTX-C노선을 비롯해 예비타당성조사 중인 B노선도 2025년 이후 청량리에 정차할 예정인 만큼 이 일대는 서울의 새로운 교통 허브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여의도 또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2020년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인 ‘파크원’이 완공될 예정이다. 총 63만여㎡ 면적에 지하 7층~지상 72층, 지상 56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 2개 동과 판매시설 1개 동, 호텔 1개 동으로 이뤄졌다. 연면적 기준으로는 인근 63빌딩의 4배 수준이다. 이 중 판매시설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계획이며 영업면적은 8만9100㎡로 단일 시설 기준 서울 시내 최대 규모다.

또 시범 아파트를 비롯해서 수정·광장·공작·대교·진주·한양·장미·화랑·은하 등 12곳의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1976년 준공된 12층의 공작 아파트는 49층의 주상복합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고 13층, 1790가구 규모의 시범 아파트도 최고 35층, 2380가구의 아파트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여의도는 뉴욕 맨해튼,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와 같은 도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돼 강남을 뛰어넘을 신흥 부촌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GTX 노선도 뚫릴 예정이다. 여의도를 관통하는 GTX-B노선은 인천 송도~부평~경기 부천시~서울 여의도~서울역~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80.1㎞ 길이의 광역급행철도다. 사업비는 총 5조9038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향후 개통 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유입인구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브라이튼 여의도=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는 서울시가 영등포구 여의도동 31번지(옛 MBC부지) 일대에 ‘브라이튼 여의도’를 선보인다.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4개 동 규모의 랜드마크 복합단지 브라이튼 여의도는 전용면적 84~136㎡ 아파트 454세대와 전용면적 29~59㎡ 오피스텔 849실, 오피스 및 상업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오피스텔 849실을 먼저 선보인다. 시공은 GS건설이 맡는다. 분양가는 미정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용 29㎡ 632실, 44㎡ 90실, 59㎡ 127실로 1인 가구를 위한 소형부터 신혼부부 및 2~3인 가족을 위한 주거대체형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IFC와 파크원 앞 여의도 최중심 입지에 들어서는 데다가 49층의 초고층으로 조성되고 다양한 생활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금융 관련 종사자 배후수요도 풍부해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투자 주무대였던 강남 매력도 하락
다른 지역으로 눈길 돌리는 투자자

브랜드인 ‘브라이튼(BRIGHTEN)’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을 더욱 반짝이게 하고, 이 공간을 넘어 여의도라는 지역에까지 활기를 불어넣는 공간을 의미한다. 오는 7월 분양에 나서는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은 원스톱 생활환경을 갖춘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사이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 입지이고, 수도권 전역으로 연결되는 여의도환승센터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교통여건이 우수하다.

GTX노선도 들어선다. 여의도를 관통하는 GTX-B노선은 인천 송도~부평~경기 부천시~서울 여의도~서울역~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광역급행철도다. 오는 8월 착공 예정인 신안산선도 호재다. 안산·시흥 지역과 서울 여의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한다. 여기에 경전철 서부선도 오는 2022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3년 상반기 입주 예정이다. 

구로구

구로구의 경우 서울에서도 주거·교통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각종 개발 호재를 등에 업고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구로차량기지 이전 용역을 진행하며 복합시설 건립이 예정됐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면서 주택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구로구는 신도림동 정도를 제외하면 거주지로 크게 선호되지 않던 지역이다. 주거환경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곳이 많고, 서울 중심 업무지구인 시청·을지로 ·종로나 강남 등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학군이나 편의시설 등도 서울 다른 자치구와 비교하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종 개발 호재가 나오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구로철도차량기지가 경기 광명으로 이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5만3224㎡ 면적에는 복합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다. 서울시는 구로차량기지 이적지 활용 구상을 담은 도시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해 3월 구로구와 공동 발주했다. 

프로야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 생기면서 활기를 띠는 고척동의 도시정비사업도 한창이다. 고척4구역이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했는데, 이 지역에는 지하 4층~최고 25층, 10개 동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2010년 이전에 개발이 끝난 고척 1·2·3구역과 달리 이 지역은 글로벌금융위기로 사업이 계속 미뤄졌던 곳이다. 

높은 미래가치로 시세차익 기대↑
새로운 교육·문화·교통 허브로


옛 서울남부 교정시설(영등포교도소) 용지도 지하 3층~지하 45층 11개 동 2205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거환경은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항동택지개발지구 역시 입주가 한창이다. 항동지구는 마곡지구와 천왕지구 등과 더불어 서울에 남은 마지막 공공택지지구로 꼽힌다. 항동 일대 66만2525㎡ 면적에 총 5221가구, 1만2477명이 거주하게 되며 총 11개 아파트 단지가 공급된다.

구로구는 아직 서울에서도 집값이 낮은 지역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여의도 업무지구를 이용하기 쉽고 목동과 광명 등지의 기반시설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서울 곳곳의 스카이라인 기준이 바뀌면서 구로구의 스카이라인은 두 배 정도 높아질 전망인데, 새로운 스카이라인이 형성되면 사업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에 따르면 고척동, 개봉동, 오류동, 항동, 천왕동, 궁동, 온수동 일대 위탁고도 제한이 기존 82m에서 165m로 완화됐다. 약 21층 높이로 제한됐던 고도를 약 43층까지 높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오류동 아델리아=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55-19번지 외 7필지에 선시공·후분양 오피스텔인 ‘오류동 아델리아’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6520.95㎡, 지하 2층~지상 17층, 1개 동, 오피스텔 176실, 근린생활시설 2실로 공급되며 총 주차대수는 91대다. 1호선 오류동역 3번 출구 도보 1분 거리 초역세권 입지로 A, B, C타입 3가지로 A타입 32실, B타입 80실, C타입 64실 총 176실로 구성되며 전체 호실이 1.5룸 풀퍼니시드로 설계된다. 전용면적 기준 21㎡~28.77㎡로 약 80실이 선호도가 높은 양창구조며 각 실에서 오류동역 문화공원, 광장, 개웅산 공원 등을 바라볼 수 있는 멀티 조망권을 갖췄다. 아울러 개봉공원, 푸른수목원, 안양천도 인접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1호선 오류동역을 통해서는 용산역까지 22분, 시청역까지 30분이면 도달 가능하며, 인천역까지는 42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또 단지 인근 지하철 7호선 천왕역과 온수역을 이용하면 강남권 및 광명시와도 접근이 수월해 직장인 수요도 풍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 오류IC를 이용하면 김포공항은 물론 인천공항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서부간선, 남부순환로, 경인고속도로, 6번국도 등 사통팔달의 도로망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기에도 적합한 광역 도로망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주민센터 등 관공서가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며, 사업지에서 도보로 오류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고척스카이돔, 디큐브시티,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등 문화시설도 가까우며 매봉산, 개웅산, 천왕산, 궁동 생태공원, 푸른수목원 등 녹지공간 또한 풍부하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롯데마트 구로점 등 대형 쇼핑공간과 구로 성심병원 등 대형병원 이용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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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