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미술관이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던 고 박생광의 회고전을 연다. 대구미술관은 매년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을 재조명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환기의 전시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박생광 작가는 ‘진채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1980년대 단색조의 모노크롬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던 때, 박생광은 민화 등에서 발견한 토속적 이미지들을 단청의 강렬한 빛깔로 그려내 한국 화단을 놀라게 했다.
독자적 화풍
그는 1980년대 초반 민화와 불화, 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전통적 이미지를 화폭에 담았다. 오방색을 사용한 강렬한 색채와 수묵, 채색을 혼합한 독창적 기법으로 한국 화단에 새로운 바람과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생애 말까지 여러 걸작을 쏟아내며 한국 채색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생광의 작업세계는 크게 유학 시기, 모색 시기, 실험 시기, 독창적 화풍 정립 시기로 나뉜다. 이번 전시는 박생광이 독창적인 화풍을 찾기 위해 분투하며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 시기부터 ‘그대로 화풍’ 전개 시기까지 총 162점의 작품을 조명한다.
‘그대로’는 박생광의 한국식 호다. 인생 그대로, 자연 그대로, 예술 그대로라는 본연의 삶을 체험하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그대로 화풍은 박생광만의 독자적인 채색화풍을 일컫는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박생광의 드로잉이 다수 소개된다. 박생광의 탐구정신과 조형 감각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생전 에피소드, 작품세계 등을 담은 미술계 인터뷰 영상도 상영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김환기 이어 대규모 회고전
전통 이미지, 강렬한 색채로
전시는 박생광이 집중해서 그렸던 소재와 주제별로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토속적인 한국성과 무속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작업을 재조명하고 그가 정립하고자 했던 한국 정체성이 담긴 회화가 무엇인지 고찰한다.
‘민화에서 찾은 소재’에서는 자연 속 소재인 동물, 꽃, 식물을 그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꽃과 여인, 민족성’에서는 그가 주로 그렸던 모란, 이브2, 단군 등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민족성의 연구’ 주제를 담은 섹션에서는 청담대사, 토함산 해돋이 등 불교, 민속적 소재인 탈, 한국 전통적 소재들을 주제로 한 작품과 ‘피리 부는 노인’이라는 뜻의 노적도를 만날 수 있다.
노적도는 박생광이 후두암 선고를 받고 생애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이다. 미완성으로 끝난 작품 속 노인은 작가 자신이다. 투병 중에도 대작의 역사 인물화를 그린 박생광은 삶의 모든 한을 내려놓겠다는 의미로 작품 속에 자신을 해학적으로 담아냈다.
‘무속성서 민족성 찾기’에서는 박생광의 1980년대 대표 작업인 무속 시리즈 중 13점을 공개한다. 박생광은 기층민의 삶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무속신앙에 집중해 굿, 무당, 부적 등의 요소를 화면에 담았다. 이 시리즈를 통해 ‘그랑 팔레 르 살롱-85’에 초대되는 등 ‘게르니카’를 완성한 피카소에 비견되며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풍경과 드로잉’을 주제로 한 전시장에서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그린 풍경과 유물, 새, 동물을 소재로 한 드로잉을 대거 전시한다. 관람객들은 풍경 드로잉을 통해 박생광의 화풍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미공개 드로잉
전시를 기획한 김혜진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박생광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있어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 의미 있는 작가”라며 “전시와 더불어 대구 오페라하우스와의 렉처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박생광의 삶과 작업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10월2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생광은?]
▲ 1904년 경남 진주 출생
▲ 1923년(20세) 교토시립 회화 전문학교 입학
▲ 1932년(29세) 도쿄 긴자도호에서 개인전, 대상에 대한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 방식은 이후 화풍에 많은 영향을 미침
▲ 1945년(42세) 귀국
▲ 1954년(51세) 한라산을 그린 <녹담만설> 제작
▲ 1958년(55세) <월벽> 제작, <월야>와 같은 실험적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으로서 초기 추상적인 느낌을 동반하고 있음. 강하게 나누어진 흑색 선면과 백자처럼 상징화된 달의 주제표현이 눈에 띔
▲ 1967년(64세) <여의주> 제작. <한라산>과 함께 이 시기 대표적인 특징을 엿볼 수 있음
▲ 1978년(75세)이때부터 진정한 민족적 소재를 찾아 나서게 됨. 많은 역사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해 민족사에 대한 서적을 탐독함
▲ 1985년(82세) 대표작 <전봉준> 완성. <역사의 줄기> 등을 제작
▲ 향년 82세로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