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총선 필승카드’ 현미경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12 15:05:08
  • 호수 1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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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곳간이 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보수 야당의 호들갑일까, 당·정·청의 노림수일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문재인정부의 잇단 정책 결정을 ‘총선용 카드’로 규정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총선용 카드로 의심받는 것들을 추려 심층 해부했다.
 

▲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 발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기-승-전-총선’ 차원의, 일부 고교 3학년생들의 내년 투표권을 보는 꼼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서 한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고교 무상교육=총선용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1년 당겨
무상교육

다른 보수야당의 반응 역시 한국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임재훈 의원은 “지난해 세수가 충분히 확보돼 올해 2학기부터 시행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연 2조원가량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면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보수야당도 고교 무상교육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 정 의장, 임 의원 모두 “고교 무상교육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으로부터 고교 무상교육 정책이 총선용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9일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단계적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에는 고교 2학년까지 확대하고, 2021년에는 고교 전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서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라며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교 무상교육의 완성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국민 삶에 도움을 드릴 것”이라며 “학비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정의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당·정·청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기존의 고교 무상교육 로드맵을 1년여 앞당겼다. 보수야당이 고교 무상교육을 총선용이라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2020년 4월15일에 열린다.

고3 무상교육, 올 2학기로 앞당겨
선거연령 19→18세와 맞물려 파장

공직선거법상 21대 총선의 선거인 명부 작성 기준일은 2020년 3월24일이다. 이를 기준으로 만 19세인 자는 투표가 가능하다. 올해 무상교육 혜택을 받게 될 고교 3학년생 중 생일이 3월24일 전인 자는 유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민주당, 바미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서 18세로 낮추는 안을 추진 중이다.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한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논의가 국회서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선거법 개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 고교 3학년 49만여명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 21대 총선의 판세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당·정·청이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우선 실시한다는 발표는 새로 유입될 유권자를 고려한 정책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 당정청 고교무상교육 갖는 더불어민주당

무상교육의 우선 대상자가 고교 1학년이 아니라는 점도 보수야당이 석연찮아 하는 지점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시행을 하려면 고교 1학년부터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당·정·청이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이 아닌 학년으로 적용 대상을 구분한 이유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선거연령 하향에 해당하는 고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는데 (당·정·청의)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보수야당은 회의적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재원이 없다는 이유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국가부채는 심각하게 쌓여가고 경기는 둔화되면서 세금 낼 국민은 아우성인데 정부가 무상이라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원 확보
가능한가?

당·정·청은 2024년까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해 고교 무상교육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의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2021년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을 위해서 17개 시도교육청이 내야 하는 예산규모는 약 1조원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연 2조원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정·청이 밝힌 계획은 시도교육감의 협조에 기대는 방식이다. 이에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보육대란을 초래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미 각 시도교육감의 협조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각 시도 교육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설명하고 협의했다”며 “고교 무상교육의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3년 뒤 새 교육감이 선출돼 당·정·청과 대립각을 세운다면 고교 무상교육은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문제는 2024년 이후다. 교육부는 향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주희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장은 “2024년까지 5년간은 무상교육에 필요한 실소요금액을 국고에서 지원하지만,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그때 가서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과 진영 신임 행정안전부장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도 총선용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재난 추경을 이유로 문재인정부가 총선용 추경에 올인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부에게 “분리 추경 해주시라. 추경안을 두 개로 내주시라”라고 요구했다. 재난 추경과 비재난 추경을 분리해서 제출하라는 뜻이다.

그는 “일단 가장 시급한 과제인 화재복구와 피해주민 지원, 그리고 포항지진 및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세우고 추진하겠다. 이 정권의 ‘총선용 끼워팔기 추경’서 ‘재난 안전 추경’을 따로 뽑아내서 초스피드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재난 추경에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등이 포함된다면 반대하겠다”고도 했다.


재난·비재난
분리 무시하고…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별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재난 추경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원 산불, 미세먼지, 포항지진과 같은 재해를 극복하려면 정부 지원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재난 추경을 ‘절름발이’ 추경이라며 장애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어떻게든 추경에 ‘세금 일자리’를 끼워넣겠다는 심산”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당·정의 입장은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한국당이 신속한 추경 처리를 위해 요구한 재난 추경안 분리 제출에 대해 “함께 제출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추경을 총선용이라고 폄훼하고 있다”며 맞섰다.

앞서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 방안, 미세먼지 저감 대책, 민생경제 긴급 지원 계획 등이 담긴 추경 예산안을 보고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홍 부총리는 올해 추경안 규모가 7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응을 포함해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추경의 한 축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에서는 산불 진화·예방 인력확충, 산불 대응 헬기 구매 비용 등 산불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구상을 검토 중이다.

3·8개각 역시 총선용이라는 시선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8일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서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유영민, 홍종학 등 내년 총선을 위해 경력 한 줄 부풀린 사람을 불러들이고, 박영선 등 한 줄 달아줄 사람들로 교체 투입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당·정이 서로 바통을 주고받은 것이다. 강원도 산불 현장서 전임자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진영 신임 장관에게,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문성혁 신임 장관에게,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박양우 신임 장관에게,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박영선 신임 장관에게 각각 인수인계를 했다.

반면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장관 후보자가 동시 낙마하며, 김현미 국토부장관, 유영민 과기부장관은 여의도 복귀에 실패했다.  

추경 7조 중 강원 산불은 얼마?
당정 바통터치, 한 번 더 남았다

총선 출마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청와대를 통해 김 장관이 올해 연말까지 국토부를 이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8월에 민주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보다 약 4개월 늦은 복귀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3선 국회의원이다. 비례대표로 시작해 경기 고양정서 내리 재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김 장관의 복귀가 늦어진다고 해서 4선 가도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반면 유영민 과기부장관의 상황은 다르다. 그는 민주당 현 부산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으로 부산 해운대갑은 바미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재선에 성공한 지역구다. 

유 장관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말 일부 민주당원들 앞에서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을 만큼 출마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장관으로 취임 후 지역을 관리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유 장관이 최근 청와대에 “빨리 후임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근 부산·경남(PK) 민심이 집권여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유 장관이 조바심을 내게 하는 요소다. 민주당은 4·3재보궐선거서 두 지역 모두 다른 당에게 내줬다. 비록 경남 창원·성산은 진보 단일화로 정의당과 손을 잡고 승리를 거뒀지만, 의석을 늘리는 데는 실패했다.
 

▲ 당정청 고교무상교육 협의 후 기념촬영 갖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당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선거 직후 “비겼으나 졌다”며 “경남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재보궐선거서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인 것은 ‘정치로 민생을 살피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일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 여야가 민생경제 회복과 개혁 입법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다소 부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총선용 인선은 그 효과가 이미 검증됐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개각을 단행,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장관들을 당으로 돌려보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이주영·유기준 의원,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 등이 그들이다.

난감해진
두 장관님

이들은 모두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사표를 낸 청와대 참모진들도 총선 때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마다할 리 없다. 김 장관, 유 장관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21대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장관은 다수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부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이 그들이다. 올해 연말쯤 중폭 개각이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추천제’ 국회의장 왜?

문희상 국회의장이 다가올 21대 총선서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그는 “국회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을 2020년 총선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서 시작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하는 차원서 제안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공감한 여야는 이를 극복할 분권형 개헌안을 논의했으나,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국회의 총리 추천제에 대해 “여야가 각각 추천한 총리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이 택하는 방식으로, 국회가 추천한 만큼 임기가 보장돼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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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